두리안이란 놈을 실제로 처음 본 곳은 치앙라이였다. 2000년 Y2K라는 신용어로 뒤숭숭하던 그해 벽두 우리들(나와 우리 집 아이 2명)은 공동구매한 비행기 티켓(ANA)으로 일본 오사카를 거쳐 태국에 들어 왔었다. 태국 돈무앙역에서 운좋게 그날 저녁 농카이로 가는 기차 1등 침대칸표를 손에 넣을 수가 있었고 다음날은 라오스에 입국하여 왕위앙(방비엔)까지 갈 수 있었다.
그 뒤 루앙프라방을 거쳐 꼬리 긴 배로 후에사이를 거쳐 치앙콩에서 태국으로 들어왔을 때 다시 문명 사회로 돌아온 놀라운 경험을 했었다.^^
몸과 마음이 피곤한지라 일단 치앙콩에서 하루 자고 직접 방콕을 가려다 치앙라이라는 이름이 주는 매력과 찰스여행기에 강력 추천 대상으로 나와 있어서 들린 곳. 생각보다도 편안하고 좋았다. 벤 게스트 하우스에 진을 치고 시장 구경에 나섰다가 두리안을 만난 것. 값은 꽤 비쌌지만 도전 정신과 아이들을 기쁘게 해 주고 싶어서 꽤 많이 샀었다. 의기양양하게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두리안을 주고 먹으라고 했더니 냄새가 난다고 먹지 않는단다. TT
냄새가 좀 나긴 하지만 먹어보면 꽤 맛있다고 아무로 꼬셔도 들어 먹질 않았다. 버리긴 너무 아깝고 해서 저녁 무렵 혼자 게스트하우스 앞 의자에 앉아서 꾸역꾸역 먹긴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왠 청승 ^^;;
냄새도 솔찍히 좀 나기도 하고 처음 먹는 맛이 기가 막힌 맛은 아닌지라 봉지 입구를 묶어서 방 구석에 두었었는데. 한밤중에 어디선가 솔솔 풍겨나는 거시기한 냄새.
이것이 무엇인가 ? 꿈결에 생각해 보니 갑자기 생각나는 두리안. 들어다 문밖에다 놓았다. 그러나 그 냄새는 꿈속에서도 한참을 갔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문밖의 두리안은 개미들 잔치 대상이었다. 이 때 맹세한 것. 다시는 돈 주고 두리안을 사지 않으리라.
그런데 상황은 바뀌었다.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두리안을 맛본 집사람이 그 매력에 반한 것.
그 후로 두리안은 여기저기 등장하게 된다. 호텔에는 절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는 내 말에도 듣지 않고 두리안을 호텔방으로 가져와 요란을 떨고 드디어는 공항 검색대에서 걸리기까지 한다. 늦게 배운 도둑이 날 새는 줄 모른다더니 집사람이 그 짝이다.
옛날보다 두리안에 대한 거부감은 덜 하지만 그래도 아주 좋게는 다가오지 않는 나에게 두리안은 멀리하기엔 집사람의 사랑이 너무 강해 내 옆을 떠나보낼 수 없는 당신이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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