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연수기

베를린 혼탕 가기

정안군 2006. 7. 23. 09:22

오늘은 오전만 대학에서 강의 계획이 잡혀있고 오후는 내일 먼 거리 여행을 위해 휴식이란다.    

 

오늘 강의는 MS Excel 프로그램을 이용한 역학 계산인데 매트릭스 방식을 이용해서 역학 문제를 해결하는 것으로 대학원에서 논문을 준비할 때 썼던 방식이라서 잘난 척 좀 했다.   대학원 지도교수는 술과 담배를 퍽 좋아하셨는데 혹사당한 간이 반란을 일으켜서 간경화로 그만 세상을 뜨고 마셨다.   

 

쉬는 시간은 밖에 나와 벤치에 앉아 있곤 했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준법정신과 이곳 독일 사람들이 생각하는 준법정신에는 무엇인가 큰 차이가 있음을 발견한다.   이 대학은 담도 없고 주변은 그냥 주택가로 이어지는데 대학 내에 공간이 많아서 근처에 사는 주민들이 개를 끌고 나와 여기저기에서 빗으로 개털을 빗겨주는데 이 때 빠지는 개털이 엄청나다.   그런데 이 개털을 그냥 그 잔디밭에다가 버려버린다.  잔디밭은 근처 개들의 화장실로도 쓰여서 똥이 엄청난데 여기에다 개털까지 뭉쳐서 딩굴거리니 법을 잘 지킨다고 생각했던 독일인 상과는 거리가 엄청나게 멀다.   게다가 담배는 가격이 비싸서 애연가들은 거의 필터부분까지 피운 다음 버린다고 하는데 그 버리는 곳이 자기가 어디에 서있는지 자기 발밑이다.  번화가 주변도로가는 담배꽁초가 넘쳐나는데 덕분에 담배꽁초 치우는 차 운전사는 직업을 이어가긴 하겠지만.

 

담배꽁초나 개똥을 치우지 않는 것을 후진 문화라고 욕하는 우리나라는 선진 준법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너무 지나치게 과도한 반응을 보이는 것인지...

신호등 문화도 그렇다.   우리는 빨간 불에 횡단보도를 지나가면 온갖 욕먹을 각오를 하든지 아니면 밥숟갈을 그날로 놓고 병풍 뒤에서 향냄새를 맡아야 될 지도 모를 일이지만 이곳에서는 빨간불에도 오는 차가 없으면 자유롭게 건너가고 또 차가 오더라도 차가 서서 사람이 지나가기를 조용히 기다려준다.   길은 어디든지 사람이 주인이라는 철저한 개념이 서있는데 교통도덕을 안 지키면 후진국 사람들이라고 귀에 못 박히도록 들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개념이다. 

 

학교 식당에서 닭고기 구이와 샐러드로 점심을 먹고 최 선생과 둘이서 어제 보아 논 THERMAN으로 간다. ㅎㅎ 일단 우리끼리 가보고 괜찮으면 이 놀라운 소식을 전부에게 알리기로 하고.  

오늘 숙소에서 나올 때 수영팬티를 입고 들어가는 것인지 그냥 다 벗고 들어가는 것인지 확실하질 않아 미리 수영팬티를 가지고 왔었다.


오늘은 당당하게 문을 밀고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다.   요금은 8,000원 정도인데 이 좋은 구경에 그 정도야...  일단 옷을 벗고 같이 간 최 선생과 수영복을 입고 들어갈 것인지 벗고 들어갈 것인지 상의를 하는데.... 만일 일단 수영복을 입고 안에 들어가서 모두 벗고 있으면 같이 벗으면 되고 수영복을 입고 있으면 그냥 있으면 되니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것이 정답이란다.   그런가?


일단 숨고르기를 한 다음(왜? 생각해 보시라.  흥분이 되는지 아닌지)탕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열었는데 그만 문을 얼른 닫고 만다.





아! 여탕이구나... 순간적으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문 앞에 키가 180 cm, 몸무게 한 70 kg 정도 되어 보이는 덩치 큰 여자가 홀랑 벗은 채로 서있었기에.  

정확하게 말하면 수건으로 몸의 물기를 씻고 있었다.


충격이 컸다.   막상 그러리라 하고 오긴 했지만 막상 닥치니 들어갈 엄두가 안 난다.   최 선생에게 말하니 그래요?   얼른 들어가잖다.   다시 숨고르기를 하고 들어가니 그 여자는 다행히(?) 다른 곳에 가서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안은 맨 앞 쪽으로는 풀장처럼 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여러 가지 기능의 작은 욕조 그리고 우리나라 목욕탕의 습식 싸우나 같은 시설이 되어 있었는데 놀랍게도 풀장에는 가족이 다 벗은 채로 공놀이 하며 놀고 있었다.   아들과 딸로 보이는 아이들은 초등학교 학생 정도로 어려 보였는데 그런 식으로 놀고 있는 것을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조금 지나니 그냥 문화 차이이고 우리도 이곳에 들어 왔으니 오랜만에 목욕이나 하며 즐기다가 나가자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기능 탕인지는 모르겠고 거무칙칙한 물이 담긴 한 탕에 가니 벗은 여자가 혼자 대자로 벌리고 욕조 안에 있었다.   나도 들어가려고 하니 여자가 뭐라 하면서 안 된단다.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어서 어리둥절하고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갔는데 나중에 그곳에 그 여자가 오더니 그 탕은 팬티를 벗고 들어와야 된단다.   어!!! 그래.


밖은 노천 휴식장으로 되어 있어서 참 시원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요즘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냐고 몸 안의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었는지 탈진 비슷한 증세가 왔다.   아무래도 더 있다가는 몸이 견디어 내질 못할 것 같아서 아쉽지만 나가자고 했다.  


오늘 저녁은 아마도 내일 단체 여행을 주관하는 여행사에서 내는지 한국식당에서 저녁을 모두 먹는다고 했는데 어째 영 먹기가 싫어서 사우나에서 오래 있으면 안 갈려고 했는데 일찍 나오다 보니 시간이 남아 같이 식당에 가기로 했다.   허나 잘못 알아들어서 엉뚱한데서 1 시간이나 헤매다가 그만 못 찾고 숙소로 돌아온다.   도중 한 곳에서 동양계로 보이는 여자가 있어서 한국 식당을 물어보았는데 한참을 전화로 알아보더니 도저히 모르겠단다.   독일인과 결혼한 베트남계 여자였었는데 그래도 같은 동양인이라고 더 도와줄려고 하고 우리도 더 의존이 되긴 했는데 역시 한국 식당은 못 찾았다.   유럽에서도 일본 식당은 가격이 비싼 고급 음식점으로, 중국 식당은 가격이 싼 대중  음식점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 음식점은 무엇일까?

 

이제 조금씩 지루해지기 시작한다.   지하철로 거의 왔다 갔다 하니 도시의 풍경을 볼 수 없어서 더 없이 그렇다.   역시 지하철은 편이를 추구하지만 인간의 얼굴 모습은 아니다.

내일은 폴란드의 바르샤바를 거쳐 체코 프라하로 해서 돌아오는 주말여행의 시작인데 몸이 견디어 줄지 모르겠다.   코 안은 헐고 입은 부르트고 몸이 힘들다고 난리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