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연수기

포츠담 광장과 소니 유럽본부 그리고 지멘스

정안군 2006. 7. 21. 13:37

오늘 오전은 지난 금요일에 갔었던 Zitadelle 방향의 Simensdamm에 있는 지멘스(SIEMENS) 공장 방문이다.    지명도 회사 지멘스 때문에 생긴 것인가 보다.   지멘스는 독일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전자제품, 발전과 송배전, 산업설비, 통신, 의료, 자동차, 철도, 전자부품, 자동화사업, 빌딩자동화, 의료기기 등 아주 많은 영역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대기업인데 일제 시대 압록강 본류를 막고 만든 수풍댐의 발전기를 이 지멘스에서 만들어서 시베리아 철도를 이용하여 이동시켜 설치했었단다.   그리고 상해의 공항과 시내를 있는 자기 부상열차도 지멘스 작품인데 시속이 430 km까지 나온다지요.


그동안 우리가 가졌던 독일의 이미지는 이 지멘스가 만들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아주 좋은 회사이다.    공장은 마치 연구소와 같은 분위기이다.   발전기를 만드는 공장인데 일단 공장안에 들어가니 그 소음이 엄청나서 노동자들은 헤드폰같은 귀마개를 하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여성 노동자의 수가 눈에 띄게 많았다.   근무 시간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는 정확하게 하루 8시간 근무이고 금요일 오전 4시간으로 일주일에 36시간이란다.   여기에 일년에 60일 유급 휴가(6일이 아니고).   우리의 상상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는 개념이다.   그렇게 일 시키고도 회사가 괜찮으냐고 공장장에게 물으니 회사 운영에는 아무 문제가 없단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왜 그리 노동시간이 긴 거여??

그 대신 노동 강도는 엄청나게 센 듯했다.   여기 저기 붙어 있는 Qualität(질)이라는 글자는 노동의 질의 강도하는 듯.


여기저기 방문할 때마다 Qualität라는 표현을 많이 들었는데 역시 선진국의 삶은 미개발국이나 개발도상국과는 이 Qualität에서 차이가 나는 듯하다.    여가를 보낼 때도 우리와 독일 사람들과의 차이는 분명하니까.    우리 노동자들은 언제 일벌레 수준에서 벗어나서 삶의 질 이야기를 할까?

밖에 나오니 그 엄청난 소음이 어디에 있었냐는 듯 조용하다.   소음이나 먼지 또는 매연이 발생하는 것은 이곳 독일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란다.

 

공장 지대라서 만만한 식당이 없어 한참을 걸어 Rohndamm역 근처 조그만 식당에서 음식을 시켰는데 할머니 혼자 운영하는 식당이었다.   마땅한 것이 없어서 칠면조 스테이크와  쇠고기 스테이크 중 선택하려고 해서 나는 쇠고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정말 오랜 시간 기다려야 했다.   인건비가 워낙 비싸서 보통 이런 조그만 식당은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경우가 태반이란다.   내 앞자리의 최 선생은 칠면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한 입 먹어보고는 윽!!! 못 먹겠단다.   그러더니 내 스테이크를 사정없이 잘라서 가져간다.   이런 곳에서는 이해해야 된다나?   어떡하나.   기분이 좀 상해도 이해해야지..

식사하면서 화제거리는 역시 근무 시간이었다.   어떻게 그렇게 일을 시키고도 회사가 운영되는가 였었는데 통역을 맡은 정선생이 말하길 자기가 살면서 느끼는 독일은 정확하고 모든 것이 투명하단다.   회사 경영도 마찬가지인데 정치 자금이니 분식 회계니 하는 것은 꿈에도 상상을 못하는 것이라서 그런 쪽으로 빠져나가는 돈이 없으면 가능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을 말했는데 그런 면도 있을 것 같다.

 

지하철을 타고 포츠담 광장(Potsdamer Platz)으로 옮긴다.   지하철 안내판에는 일본어로

소매치기 조심이라는 글이 붙어있다.   아니 일본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타기에 지하철에 이런 안내 문구가 붙어있을까?

 

이곳 포츠담 광장은 2차대전 때까지 브란덴부르크문과 연결된 그 당시로 하면 파리 못지않은 화려한 중심가였단다.  

 

<전쟁 전의 화려했던 포츠담 광장 모습>

 

2차 대전 중 거의 파괴되었고 또 분단선이 지나가면서 그 명성을 잃고 공터로 남아 있었는데 통일이 되면서 이곳을 다시 베를린의 중심 지구로 개발하고자 계획을 세워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공사 현장>

 

<안내소 인포 박스>


일단 이곳의 땅은 벤츠와 ABB 그리고 일본 기업인 SONY가 소유하게 되었고 그 각각의 회사들은 베를린의 명물이 아닌 세계적인 명 건축물들을 세우는 중이었다.

 

그 현장에는 INFO BOX를 만들어서 그 전반 사업에 대한 소개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소니가 유럽 본부로 만드는 건축물은 그 개요에서도 대단하다.   지금까지 남아있던 건축물 중 보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2동을 뽑아서 재배치하고 여러 건물 군을 한 건물 동으로 묶었는데 그 지붕은 무엇을 닮았는가 하니 일본 사람들이 일본을 상징한다고 생각하는 후지산의 모습을 담았다.


대단하지 않는가?   유럽의 중심을 노리는 베를린의 중심부에 후지산의 모습을 닮은 건축물이 자리 잡는다?

 

<소니 유럽 본부 건물 배치도>

 

<내부도 - 지붕 모습이 후지산을 닮았다>

 

<소니 유럽센터를 설계한 대표 건축가 얀>


정말 충격이었다.   와!!! 정말 일본은 우리와 경쟁 상대가 아니구나?   엄청난 일본의 힘을 느끼며 정말 우리나라의 현실을 알게 해준 그 사건...

이것을 보며 일본을 가고 싶었다.   실제 가서 일본이 어떤 나라인지 알고 싶었었고 그래서 일본을 가게 된다.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아는 유일한 나라라는 대한민국.   정말 우리나라는 일본을 우습게 볼만한 실력을 갖추고 있는가?


이곳에서 공사 개요를 소개한 책을 팔고 있기에 한 권 산다.   베를린의 여러 가지 운영 시스템이나 많은 공법들을 소개하고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겠다.   우리나라 청계천 공사할 때도 이런 안내소를 만들어 소개도 해주고 책자도 만들어 팔면 어땠을까 생각해본다.

 

완공된 소니 유럽본부의 모습은 다음 블로그 참조

http://blog.naver.com/resttime/60022394966


 

동베를린 지역의 니콜라이지구를 간다.   니콜라이 교회가 있는데 요즘 교회를 많이 보아서인지 그냥 그렇다.   페르가몬과 보데 박물관이 있는 박물관 섬에 갔는데 개관 시간이 넘어서 입장이 안 되었다.   개관 시간을 잘못 알고 있었고.   그 옆의 구박물관에 갔더니 Max Liebermn전만 관람이 가능하다나?   해서 보긴 보았는데 뭘 알아야지.


숙소에 갔더니 어제 꼬리 사건의 여파로 분위기가 냉냉 하더니 한 소리 듣는다.   어제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모두 같이 갔는데 말을 꺼낸 사람이 나라서 무슨 가이드처럼 되었었다.   다닐 곳은 많은데 사람이 많다보니 이동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서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최 선생에게 그만 꼬리를 떼고 우리끼리 다니자 하고 내뺐는데 그 꼬리 이야기를 다른 사람이 들었다나?   해서 나이 많아서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사람들을 잘 데리고 다녀야지 그런 소리를 했다고 총무가 나에게 뭐란다.   나는 이곳에 오기 전 가이드북을 사서 어디어디 다녀야겠다고 생각하며 꿈에서도 그렸는데 아무런 준비 없이 몸뚱이만 달랑 와서는 안 데리고 다닌다고 서운하다고 하니 누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다고 한 마디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