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은 학교에서 강의를 듣는 것으로 한다. 별 것은 아니고 아마도 연수 계획을 수립하면서 별 다른 순서를 잡지 못했나보다. 해서 담당교수가 대학에서 역학 강의하는 것을 재현해 볼 테니 한 번 보고 독일과 한국의 강의 방법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란다.
여기저기 다니느냐고 힘들기도 했는데 멀리 이동하지 않고 지친 몸을 쉴 수 있어서 좋기도 했지만 강의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한 번 보는 것도 괜찮을 듯.
강의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앞의 칠판이 좌, 우, 위, 아래로 조정되는 것이 재미있었다. 또 지우개에 물을 묻혀서 칠판을 닦았는데 그렇게 해도 칠판이 괜찮은 것인지.
강의도 거의 우리 수업과 비슷한 식을 나열하며 풀어 가는 방식. 오랜만에 조용한 곳에 있으니 여기저기서 조느냐 난리다. 요즘의 강행군에 모두 지쳐갈 때이기도 하다. 통역을 하는 정 선생은 나름대로 열강하는(?) 교수 보기가 조금은 미안한 듯 여러 번 주의를 주지만 오죽하면 수마(잠 귀신)라고 할까?
강의를 마치면서 덧붙이기를 오늘은 베를린 장벽이 놓인 날이란다. 베를린 장벽이라!!!
언젯적 이야기인지 벌써 가물가물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 휴전선도 그렇게 가물가물한 이야기가 얼른 되어야 할 텐데.
오후는 독일 공업 규격 위원회(Deutsche Industrie Normen)방문이다. DIN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거의 전 세계 공식 사무용지 규격인 A4 용지를 만들어 낸 곳으로도 유명한데
큰 종이를 잘라서 작은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종이의 낭비를 최소로 줄일 수 있는 종이의 형태와 크기를 제안했다. 적절한 규격을 선택했을 때, 타자지의 절반을 그대로 편지지로 사용하고 편지지의 절반을 그대로 메모지로 사용한다면 종이를 많이 절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겼다. 이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A4 용지다.
모양은 황금 비율이 아니라서 예쁘지는 않지만 그 종이를 반으로 접을 경우 생기는 모양도 원 종이와 닮은꼴을 유지하게 되는 방식이다.
계속되는 강의가 지루해 근처에 있는 쵸 역 우체국에 가서 엽서를 부치고 오자는 생각에 몰래 빠져 나온다.
우체국에 가서 우표 얼마짜리를 사면되느냐고 물어보려고 하니 일단 줄을 서야 했다. 담당 사무원이 있는 자리 뒤로 줄을 서는 것이 아니라 일단 한 5 m 정도 뒤에 노란 선이 있는데 그 줄을 기준으로 한 줄로 길게 서 있다가 자리가 생기는 데로 한 사람 씩 그 자리로 가는 방법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고자 하는 것 같은데 우리나라 체질에는 좀 답답했다. 얼마짜리 우표를 사면되느냐를 물어 보느냐 길게 줄을 서야 했으니. 우표를 사서 붙이고 다시 엽서를 보내느냐고 또 줄을 서고.
일을 본 다음 빼먹은 것이 생각나 다시 가서 일보고 있는 사람 옆에서 한 마디 더 했다가 아주 험한 말을 들어야 했다.
하여튼 사소한 것도 남의 나라에서는 퍽 힘든 일이 된다.
다시 지하로 내려와 지하철을 타려는데 시간이 되어도 지하철이 오질 않았다. 뭐라 방송이 나오는데 아마도 무슨 사고 때문에 지연된다는 것 같은데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답답했다. 지하철역은 냉방 시설이 없어서 상당히 덥다. 우리나라 여자 아이 2명이 있어서 100번 버스를 알려준다. 나도 이제 베를린 시민이 되었나?
돌아와도 강의는 계속된다. 어휴 지루해,
끝난 뒤 최 선생과 동물원에 가보기로 한다. 동물원역(쵸 역)이 나와바리인데 그 동물원 구경을 안 하는 것도 좀 그래서.
동물원에는 무엇이 있나? 넓은 숲 속의 공원 같은 분위기이다. 원숭이 무리들이 재미있었는데 힘 싸움에서 밀려나 구석에서 눈치를 보고 있는 수놈들의 모습을 보니 한심하기도 하고 그래도 살아야겠지?
<동물원 입구 분수>
<만만한 사슴 우리 앞>
요즘 체력이 완전히 바닥난 것 같아 조금 일찍 숙소로 돌아온다. 한데 최 선생이 다시 나가 보잖다. 밤의 베를린을 보고 싶다나? 번화가인 쿠담 거리에 나가서 이리저리 배회하지만 우리나라 밤 문화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 별 것이 없다. 그래도 나온 김에 유로파 센터 뒤쪽에 있다는 남녀가 같이 사용한다는 싸우나 겸 수영장을 찾아보기로 한다. 우리나라처럼 온천 표시가 되어 있질 않아 찾기가 쉽지 않았는데 THERMEN이라는 간판이 아무래도 그것인 것 같았다. Ther-은 열을 나타내는 영어 접두어인데 독일어도 비슷할 것 같아서. 가보니 문만 덜렁 있고는 그 안에 아무 것도 없어 확인할 방법이 없다. 문을 밀로 들어가 보니 문이 들어갈 수는 있어도 나올 수는 없었다. 당황했다. 좀 안을 둘러보니 엘리베이터가 있다. 일단 올라가본다. 역시 싸우나가 나온다. 안내 석에 앉아있는 여자에게 오늘은 그냥 구경 온 것이고 들어왔더니 문이 잠겼다고 토막 영어로 말하니 웃으면서 표를 내어준다. 내려와 그것을 문에 꽂으니 열린다.
일단 장소는 알았으니 내일 준비를 해서 다시 오기로 한다.
다시 쿠담에 가서 Marche에서 맥주를 시키려고 앉아 있으니 옆자리의 외국인이 self service란다. “Thank you!" "You are welcome" 와!! 영어 회화 책에 나오는 표현들.
어디서 왔냐고 물으니 아메리카란다. 역시 양키 아저씨들은 상당히 명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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