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연수기

파울스턴 상급종합기술학교 방문과 프랑스 파리 가기

정안군 2006. 7. 18. 13:51

오늘은 금요일.   금요일은 오전에 학교든 회사든 모두 끝난다.   금요일 오후부터 토요일, 일요일 긴 휴식에 들어간다.   우리 담당 교수는 요트가 있어서 그것으로 주말을 보낸단다. 


우리나라는 골프가 상류 스포츠로 되어 있지만 이곳은 밥술께나 먹는 사람은 요트가 그 신분을 상징하는 것 같다.


오늘은 Spandau 구 Paulstern str.에 있는 Paulstern 상급종합기술학교(Oberstufenzentrum)를 방문한다.   이 학교는 벽돌쌓기, 거푸집과 철근 조립, 목공, 배관, 전기 시설등의 기술자를 양성하는 곳으로 하루는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나머지는 소속회사에서 실무를 담당하는 그러니까 회사 위탁 교육과 비슷한 제도가 적용되는 곳이다.


우리는 벽돌쌓기 수업과 철근 조립과 거푸집을 만드는 수업을 참관했다.   이 학교 교장은 기술학교졸업 후  건축제도사로 시작해 대학에서 교사과정을 이수한 후 교장이 되었단다.   그러니까 나름대로 기존 틀을 뛰어넘은 의지가 대단한 분이다,   우리 담당 교수도 기술학교에서 벽돌공 기능인으로 출발해 대학을 진학한 다음 공부를 계속해 교수가 되어서인지 동료 의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초등학교 성적에 의해 진로가 결정되는 독일에서 그 틀을 깨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 어디든 의지의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 교수는 영어회화 능력이 부족하여 우리와의 2주 일정이 끝나면 영국에서 연수에 참여한다고 한다.   하여튼 그놈의 영어는 어디가도 문제다.


다음은 이 학교 학생들이 직접 일하고 있다는 Zitadelle의 한 작업장을 방문한다.  처음에는  한적한 교외라서 그저 그랬는데 막상 가보니 해자가 있는 요새였다.  그러니까 수도 베를린을 지키기 위한 외곽 성 이었던 곳.   옛날 영화에서나 보던 중세 성을 막상 보니 기분이 묘하다.   그리고 보니  Zitadelle 은 영어 citadel인가 보다.   1920년에 완성되었다니까 역사는 중세까지 거슬러 갈 것도 없는 현대에 가까운 것인데도 관리가 안 되었었는지  여기저기 꽤 낡아있어서 수리를 하고 있는데 그 수리를 상급종합기술학교 학생들이 맡았단다.

 

 

<성 이곳 저곳의 모습>

 

<성 내부 - 벽돌 쌓기를 보시라고 손가락질 ???>


건물 안은 벽돌로 쌓은 아치 구조인데 그 선이 참 아름다웠다.


일주일동안 통역하느냐 힘들었던 정 선생과는 헤어져 일단 숙소로 돌아와 주말여행을 준비한다.


이번 주는 파리 여행이다.   원래 베를린에서 침대열차로 파리까지 가기로 되어 있었다는데 기계과 단장이 독일에 와서 ICE를 한 번쯤 타봐야 되지 않겠는가 해서 일단 만하임까지 ICE로 간 다음 만하임에서 침대열차로 갈아타기로 했단다,  만하임에서 자정을 넘긴 12시 37분 기차라서 좀 힘이 들겠지만 그것도 괜찮아 보였다.


우리 팀 단장은 교육부에서 교감급 장학사이고 기계 팀 단장은 교장급 장학관이라는데 우리 단장은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기를 못 편다.

군대에서도 우리 소대장이 다른 소대 소대장보다 개월 수에서 밀리면 괜히 소대원까지 기를 못 폈었는데 마치 그 짝인 듯 그들 의견은 마치 모두의 의견처럼 통과된다.


베를린을 출발한 기차는 마그데부르크, 브라운슈바이크, 괴팅겐, 카셀을 거쳐 어둠이 짙어진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다.   지나온 독일 북부 대평원은 밀 수확기인 듯 했다.   그야말로 산하나 없고 완만한 곡선이 부드럽게 이어지는 땅이다.   로마 시대만 해도 짚은 숲이 우거진 땅으로 사람 살 곳이 못된다던 곳인데 지금은 유럽에서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이 되었다.   언제 다시 와서 자전거로 달려보고 싶은 곳이다.


우리나라는 고속열차 방식을 도입하면서 프랑스 TGV를 선택했는데 확실히 TGV보다는 ICE가 훨씬 좋아 보인다.   좌석 간격이 넓어서 승객들이 더 편안한 자세로 여행할 수도 있고.   아마 결정하는 과정은 정치 자금 배팅에서 프랑스가 독일에 이긴 것 같은데 어쨌든 빚을 내서 무리하게 강행한 고속철도 사업은 그 후유증이 엄청나다.   그 많은 빚을 공사로 독립하는 철도공사에게 그대로 넘겨주어 철도공사가 정상화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주는 듯 하다.   사회간접자본은 국가에서 감당해야 되는 것인데.    대통령이나 각 지자체 단체장의 한건주의는 그 사업이 꼭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별개라 하더라도 그 사업에 들어가는 돈을 단순히 빚으로 충당해 그 뒤를 이은 대통령이나 단체장들이 감당하는 빚은 그야말로 천문학적인 숫자로 늘어나지만 이에 대해 국민들은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나라 빚은 내 빚이 아니라는 것인가?


중국의 전 주석 강택림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본판 고속열차 신간선을 타보았는데 소감이 어떠냐니까 이런 조그만 나라에서 신간선이 무슨 필요가 있냐고 대답했다나?   사실 우리나라 서울에서 부산까지 새마을호면 4시간이 채 안 걸렸었는데 그 막대한 돈을 들여 고속철도를 만들어야 했는가는 많은 물음이 남는다.   그야말로 건설족의 로비가 아니었을까?


만하임에서 오랜 시간 기다리다 파리 행 침대 열차로 바꾸어 탄다.   2인용 침대칸인데 누울 공간에 그 침대만큼 공간이 더 있는 아주 좁은 곳이다.   피곤한 탓에 잠을 자려하나 털거덕거리는 소리와 표 검사한다고 문 두드리는 승무원 때문에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