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경계돌기

충주시 경계 돌기(2) - 달천에서 고양봉 넘어 말구리고개까지

정안군 2007. 1. 4. 11:02

지난 번에 이어지는 다음 구간은 냇가를 넘어 옥답산에 올랐다가 골짜기로 떨어져 달천으로 이어지는데, 때는 한겨울이고 골짜기는 말이 그렇지 완전 절벽이란다.

 

해서 이 구간은 다음으로 미루고 건너 뛰어서 진행하면서 실제 상황이 어떤지 알아보기로 한다.

 

보라색 점선 - 충주시 경계

 

 

 붉은 실선 - 진행 구간

노란 실선 - 오늘의 발길

 

 

 

 

 

들머리 - 수주 마을

 

충주에서 8시 10분 팔봉행 버스를 타고 문주리 수주마을까지 가기로 한다.   출발지에서 10분이고 국민은행 앞에서는 8시 30분 정도에 올 것 같았는데 33분에 왔다.

 

버스 기사는 마스크를 하고 있었는데 인사를 해도 받지를 않는다.

 

 

기사가 마스크를 한 것은 사스(SARS)를 걱정해서일까 아님 감기를 예방하는 차원일까?   그냥 좋게 생각해서 자기 감기를 남에게 전하지 않으려고 그랬다고 생각해주기로 한다.

 

 

그래도 그렇지.   운전 기사는 일종의 서비스업인데 눈만 내놓고 운전을 해야 하는지...

 

시내를 벗어나자 손님은 나 혼자이다.   이럴때는 상당히 미안스럽다.   내가 없더라도 목적지까지 가긴 하겠지만 마치 나 때문에 가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어쨌든 돈 1000원에 호강한다.

 

내릴 때 인사를 하니 그래도 받아주긴 한다.

 

 

하여튼 그 기사도 무뚝뚝한 충주 사람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수주 마을은 달천변에 위치한 조용한 마을.   여기서 조금만 더 강따라 내려가면 만나는 팔봉마을과 함께 수주팔봉으로 불린다.

 

요즘은 덜하지만 한때는 충주 사람들에게 꽤나 인기있던 유원지였다.

 

주로 다리밑에서 개 잡어 먹는 스타일의 놀이나 삼겹살 굽기 정도였지만. ㅎㅎ

 

 

 

달천을 사이에 두고 양쪽 산은 경사가 상당하다.   협곡을 이루었는데 충주시경계가 지나는 골짜기가 보인다.  

 

 

강가는 둑길로 이어져 정비는 잘 되어 있지만 그대신 운치는 별로다.   앞으로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협곡을 가로 지르는데 지나가는 차소리가 대단하다. 

 

여기가 내려와야 할 골짜기이다.   내려오는 것도 만만찮아 보이지만 내려와도 문제가 되는 것이 옆으로 길이 보이질 않는다는 것.

 

팔봉 마을쪽으로는 암벽이 있어서 불가능하고 수영을 해서 강을 건너는 것도 우습고 퍽 고민스럽다.

 

사자성어로 대략난감인가?

 

이 구간을 뒤로 미룬 것은 일단 잘한 일 같긴 하다.   시간이 지나다보면 해결 방법이 생길테니까.

 

 

 

그런데 강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 잘 보니 고라니(?)가 동계 극기 훈련 중이었다.   얼음을 깨며 수영중이었는데 그만 나오질 못하고 풍덩거리고 있었으니.

 

아마도 강을 건너려다가 얼음이 얇아 깨져버려 물속에 빠진 것 같았는데 나오질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나 살펴보아도 방법이 없었다.

 

애처로워 발길이 떨어지진 않지만 어떻하겠나.

 

얼음이 녹을 때까지 수영을 계속하든지 사람에게 잡혀 영양 보충용이 되든지 그것도 아님 지구상에서 생명 하나가 없어지는 수순을 밟을 수 밖에.

 

 

이 고라니는 다음에라도 나에게 섣불리 수영해서 건너 올 생각은 하지 말라고 몸으로 경고하고 있는 셈인가?

 

 

 

지도에서라면 고속도로 다리에서 상류쪽으로 1 Km 정도 위로 가야 되지만 갈 방법이 없다.   해서 길도 없는 적당한 마루를 따라 오르기로 한다.

 

완전 절벽 가까운 길이라서 힘이 무척 든다.

 

요리 조리 마루금을 따라 오르긴 오르는데 다시 하라고 하면 글쎄올시다.

 

 

그래도 정말 한발 한발.   한발 가고 쉬고 다시 한발.

 

 

참으로 힘든 하늘로 오르는 길.

 

 

오르고 오르니 역시 하늘 아래 뫼.   위 마루금은 그래도 발길이 많이 닿았는지 길이 선명하다.  

 

경계를 이루는 마루금을 따라 가니 왼쪽으로는 달천이 보이는데 절경이다.

 

 

이름이 풍류산이라 풍류를 좀 아는 모양.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조곡터널

 

 아래로 보이는 달천

 

 산행 중 만난 꼬리표

 

길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 정상으로 향하는데 추천할만한 산이다.   그런데 난감한 것은 어디서 올라야 하는지를 모르는 것.

 

왔던 절벽길로 오르라고 안내할 수도 없고. ㅎ

 

 풍류산 정상

 

 삼각점도 있다.

 

한번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면 정상이다.   정상 표지석도 꼬리표도 없지만 그래도 삼각점이 있어서 그나마 정상에 오른 값을 해준다.

 

정상은 도중의 경치에 비해면 전망이 아주 없다.   눈도 군데군데 남아 있어서 높은 흉내를 내지만 겨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별 느낌도 없다.

 

왠 눈?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따뜻한 날이다.

 

한터고개

 

정상에서 한터고개로 내려오는 길은 잠깐이다.   역시 마루금을 타고 올라갈 때는 문제가 되질 않지만 내려올 때는 상당히 어렵다.

 

그래도 이번은 거리가 짧아 비스무리하게 내려 올 수가 있었다.

 

고개를 나타내는 표시석은 넘어져 낙엽이 덮고 있어서 발로 문질러서야 그 모습을 드러내었다.

 

 충주시 경계

 

어디든 대개 비슷하지만 고개는 경사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옆을 상당히 많이 깎아 놓았다.   그래서 직접 올라가기는 어려워 옆으로 이동해서 다시 마루금을 타기로 한다.   충주시 이류면 매현리 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임도가 보인다.

 

농사짓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길인듯.    길은 부드러운 오르막.   군데군데 길이 희미하지만 올라가는 것이야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그냥 둥그런 모습의 앞산 정상

 

 고양봉 정상 - 삼각점

 

앞산에서 조금 내려와 다시 오르면 고양봉이다.   모처럼 이름을 표시하는 꼬리표가 정상에 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내공을 보면 이렇게 대단한 경지에 오른 사람도 많다.

 

 

 

 붉은 실선 - 오늘의 발길

보라색 실선 - 마루금

 

 

고양봉에서 마루금을 찾아 내려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산 형태가 넓게 퍼진데다가 산꼬리들이 여러 갈래로 겹쳐져 있고 중간까지 밭이 있을 정도로 경사도 완만하다.

 

조금 더 내려간 다음 옆으로 이어지는 금을 탔어야 했는데 조금 일찍 내려 선 것.

 

 

내려서면 거의 평지에 가까워 마루금을 쉽게 찾을 수가 있다.

 

다시 왼쪽으로 붙어 마루금을 이어가니 탄용재로 알고 있던 말구리고개가 나온다.

 

 

 충주시 경계

 

 무슨 비인가?

 

 

해서 가보니 성황당이 있던 자리에 동민들이 비를 세운 것.      이 자리에는 성황당이 있었는데 길 확장으로 없어졌다는 것.

 

길은 빠른 소통을 도와 주긴 하지만 마을이 가지고 있던 전통을 지워버린다.   이 길을 몇 번 지나간 적이 있었지만 승용차로 넘어간 탓에 이런 사연은 알 길이 없었다.

 

역시 걸어다니는 것은 느림의 미학이 있다.

 

그리고 그 옆으로 흩어져 있는 많은 전설이 나그네의 벗이 된다.

 

 

 말구리 고개

 

오늘은 여기까지이다.   시계를 보니 2시.   대략 9시 경에 발걸음을 시작했으니 5시간 정도 걸은 것.

 

뭐 처음에 힘이 들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상당히 부드러운 길이었다.

 

팔봉에서 나오는 버스가 3시 10분이니 그 삼거리까지 걷기로 한다.

 

 

집사람이 전화를 하면 모시러 온다 했지만 지역 경제도 살릴 겸 시내버스를 타고 가기로 한다.

 

좀 늦으면 대수랴?

 

 

팔봉 방향과 이 고개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 가는 중간에 탄용리라는 마을이 나오는데 그 마을 앞에는 마을의 유래를 전하는 비가 있었다.   이 비를 통해 고양봉이 어떤 이유로 고양봉이 된 것을 알게 된다.

 

동민들이 공양을 바치던 봉이라서 공양봉이었다가 고양봉으로 불리게 된다는 것.

 

그리고 탄용리 원래 이름은 숯골이라는 것도.

 

 

 

 마을 유래비

 

내용이야 다 좋은데 부락민들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걸린다.   부락이라는 표현은 일본인들이 천시하는 사람들이 사는 마을을 부락이라고 불렀다는데 그 표현이 아직까지도 살아있다. 

 

일본인들이 우리를 천시해서 마을을 부락으로 한 것인데.

 

부락을 마을로, 부락민을 마을 사람들로 섰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다지 높진 않지만 위용을 보이는 고양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