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선 - 진행 구간
노란선 - 오늘의 발길
어제 구간을 비교적 쉽게 마무리해서일까? 다음 날 바로 이어달리기를 시작한다.
오늘의 예정 구간은 말구리고개에서 쇠실고개와 철길을 넘어 국도 36번까지로 어제보다는 좀 거리가 멀다.
허나 그동안 별 어려움 없이 해 온 탓에 만만히 봤었던가? 오늘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른다.
오늘도 어제와 같은 버스를 탄다. 손님이 제법있다. 나 말고 한명 더. ^^;;
탄용리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내려 말구리고개까지 실실 걷는다. 어제 여기까지 오는데 한 삼십분 걸렸던가?
어제 내려온 고양봉도 보이는데 오늘도 여전히 흰 개 두마리가 나를 반긴다.
시골 집들은 도둑 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개 숫자가 상당히 많다. 한 집에 서너마리 키우는 것은 기본인데.
어제는 길가 집에 사는 강아지를 막 벗어난 흰 개 두마리가 나에게 달려왔다. 바짝 긴장했더니 물을려고 온 것이 아니고 반갑다나?
이거야 원...
오늘이야 어제 봤으니가 더 반갑겠지만 그러다 만다. 싱거운 강아지들이다.
고개가 완만해서 그다지 힘들지가 않다. 한 20여분 걸렸는데 그 동안 지나간 차는 오는 방향으로 2 대, 가는 방향으로는 고개마루에 다 와서 한 대가 지나간다.
정말 한산한 도로이다. 그래도 포장이 쫙 되어있으니 우리나라 좋은 나라가 맞긴 하나 보다.
시내버스를 기다리던 할아버지와 고개마루를 넘어오던 할아버지는 내가 뭐하는 사람인지 꽤 궁금한가 보다.
그 두 사람이 오늘 아침 이동하면서 본 유일한 사람들.
다시 말구리 고개에 선다.
어제 중간에 나무 지팡이 하나늘 주워서 잘 써먹었는데 내려가면서 성황당비 옆에 두웠었다.
하루가 지났지만 잘 있었다. ㅎㅎ
여기도 고개 양 비탈이 상당히 심하다. 어제 봐놓았던 괴산쪽으로 가서 묘가는 길인지 임도인지 모르는 길로 발걸음을 시작한다.
붉은 점선 - 오늘의 발길
보라색 점선 - 충주시 경계
잘 꾸며진 무덤을 지나면 비포장 고개길이 나오고 다시 오르면 잡목 오르막.
고양봉과 어제 내려선 마루금
잡목이 상당하다. 오름길은 지그재그로 오르면 쉬운데 길이 분명치가 않으므로 직선으로 오르니 더 힘이 든다.
꽤 경사가 심한 길을 오르니 큰 바위들이 있는 구간.
덕분에 경치는 좋다.
더욱 선명해지는 마루금
마루금이 잘 보이니 어제 왔었어야 될 금도 보이지만 다시 올라갔다가 내려 오라고 해도 정확한 길을 따라 내려올 자신은 없다.
산 속에 들어가면 방향을 정확히 읽어가기는 쉽지 않다.
이 구간은 겨울이 정답인듯. 녹음이 우거지는 여름은 독도가 정말 정말 힘이 들 듯.
처음 백두대간을 시작한 사람들의 고생을 알 것 같기도 하다.
지금이야 고속도로(?)가 뚫려서 지도도 별 필요가 없을 정도이지만 처음에는 충주시 경계 따라가기와 같이 힘이 들었을 것이다.
멀리 뒤로 풍류산 능선이 보인다
이름 모를 봉우리 정상 - 삼각점이 있다
여기도 일단 산마루에 오르니 길이 분명해 진다. 이곳도 풍류산과 마찬가지로 추천할 만한 산이긴 한데 들머리를 알 수가 없다.
가끔식 꼬리표도 보이는 데 산길도 분명해 길 찾는데 어려움은 없는 구간이 이어진다.
산 여기저기에 있던 벌레 집
길도 확실하고 부드럽게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비포장 길이 나오고 여기서 다시 완만한 오르막이다.
이름도 성도 모르는 한 봉우리
이름도 모르고 성도 모르는 정상에서 서쪽 방향으로 확실한 길이 있어서 오랜만에 독도 걱정없이 내리막을 내려올 수가 있는데 오른쪽 옆으로는 공사장에서 내는 굉음과 산을 깍아내리는 흉악한 모습이 산속의 풍경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진다.
봉우리에서 내려서면 만나는 공터와 임도
여기서 다음 봉우리가지 어떻게 이어지나 궁금했었는데 길이 잘 나있어서 그다지 힘들이지 않게 다음 봉우리로 갈 수가 있었다.
그 봉우리부터는 올망졸망한 봉우리를 넘어 쇠실고개로 가게 되어 있는데 내려 오다가 그만 독도에 실수를 한다.
좀 더 가다가 내려서야 하는데 너무 일찍 내려선 것.
중간쯤에서 길을 잘못 든 것을 알았으나 다시 올라가기는 너무 힘든 길.
아니 길도 없으니 길아닌 길이라고 해야 되나?
그냥 내려선다.
나오는 멧돼지 농장. 우리안의 멧돼지가 갑자기 나타난 내가 몹시 궁금한 모양이다.
괜한 오해받기 싫어서 얼른 빠져 나오니 건설중인 큰 공장이 나오고.
거의 완성 단계이지만 입주는 되어 있지 않았다.
신발도 좀 털고 간식과 물을 먹고 좀 쉬다가 아스팔트 길을 따라 쇠실고개로 오른다.
내려와서 보니 진행했어야 할 마루금이 장난이 아니다. 올록 볼록.
당연히 길도 없을을테고.
차라리 길을 잘못든 것이 나았을 듯 하다.
쇠실 고개비
아래로는 이류면 금곡리인데 금곡이란 이름이 원래 우리말로는 쇠실인가 싶다.
사격 연습을 했나?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이루며(?)
붉은 점선 - 오늘의 발길
보라색 점선 - 충주시 경계
쇠실고개부터 오르막은 만만치가 않았다. 완전히 잡목숲으로 길다운 길도 없고 그저 뚫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곳.
그래도 일단 봉우리에 오르니 생각지도 않았던 등산로가 나있었다.
모래봉 정상 표지
괴산군 불정면에서 세우고 닦은 등산로가 잘 나아 있었으니 품을 덜게 되었다.
그저 이름없는 봉우리들인줄 알았더니 이렇게 이름이 다 있는 놈들이다.
김춘수 시인의 시 꽃처럼 우리들이 그들의 이름을 불러줄 때 그들은 무명봉의 설움을 벗게 된다.
하여튼 괴산군 아저씨들이 고마울뿐인데 우리 충주시 아저씨들은 뭐 하시나?
요즘처럼 여유가 많아진 시민들을 위해 충주 경계산들을 이어놓으면 꽤 재미있는 것일텐데.
그러면 매일 남산만 올라가서 남산을 홀탁 벗겨놓는 사람들을 분산시킬 수도 있고 구석 구석 이름 모르던 고개나 봉우리들도 제 이름을 달고 새 생명을 얻을텐데.
좀 아쉽다.
여기서는 어래산쪽으로 가면 된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서 모처럼 여유롭다.
노루목재 - 흔한 이름의 재이다
노루목재가지 내려서면 비록 낮은 산이지만 깔딱 고개는 대단하다. 하지만 밧줄과 사다리를 만들어 놓아서 만든 사람들의 배려가 고맙게 느껴지는 구간이다.
나 이런 곳도 있소
밧줄이 매여진 깔딱 고개를 오르면 넓은 주덕벌이 펼쳐진다. 많은 중계탑을 머리에 인 나갈 방향의 가섭산도 보이고.
여기 오르막에서 어제까지 나와 동행하던 지팡이가 그 수명을 다한다.
뚝 부러져버렸으니.
가섭산 방향
주덕의 넓은 들
고마운 사다리
모래봉에서 이어지는 마루금
어래산 정상석
어래산은 비록 낮지만 겨울철이나 초행자들에게는 꽤 좋은 산이다.
바위들이 많이 있어서 나름대로 산을 느낄 수 있다.
동굴
어래산을 내러서면 출입을 금한다는 동굴과 특이 지형이 나타난다. 아마도 석회석 지형에서 나타나는 동굴이 안에서 무너져 내려 지형이 가라 앉은 곳인듯.
전공 용어로 뭐라 하든데?
나중에 기억을 되새겨 생각해 보니 돌리네(dolene)군요.
네이버 선생님에게 물어보니
돌리네란 석회암 지대에서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물에 녹으면서 깔대기 모양으로 패인 웅덩이를 형성하기도 하는데, 이러한 와지 안에서 경작할 수 있는 크기를 돌리네라 부른다. 테라로사라 불리는 토양이 발달하며, 돌리네가 연결된 경우 우발레라 한다.
그러니까 경작할 정도의 크기는 아니니 돌리네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새끼 돌리네인 셈.
특이 지형들
좀 내려서면 삼군봉(괴산, 음성, 충주)을 지나는데, 참 시가 하나 있으니 삼시군봉이라고 해야 하나?
여기서 충주 경계는 길게 이어지는 것이 나무 사이로 언뜻 언뜻 보인다.
사유림 표시인지 철조망을 길게 쳐논 구간이 나오는데 그 철조망 주인은 돈이 꽤 많이 들었을텐데 경제 가치가 있어서 쳤겠지만 방해가 되니 군데군데 무너져 버린 곳도 많았다.
철조망은 이쪽 저쪽에 있어 정확한 시 경계는 아니지만 대개 그냥 따라가면 되니 도움이 될 때도 있기는 하다.
지팡이가 없이 그냥 여기까지 왔더니 지팡이 고마움을 알겠다.
해서 나와 동행할 지팡이 하나를 만들고.
그 마루금이 갈라지는 벌목 구간을 지나 한참을 내려가면 면 좀 어렵긴하지만 경작지를 만난다.
이어지는 마루금 구간에 있는 경작지
이 경작지와 지방도 길 사이는 토끼들이 사는지 토끼 올무를 만들어 놓은 곳도 있었는데 여기에 걸릴지도 모를 토끼를 위해서 부셔 버렸다.
혹시 토끼 협회에서 감사패를 줄지도. ㅎㅎ
어제는 제법 큰 올무(아마도 노루나 고라니용인듯)도 하나 없앴는데.
드디어 나온 충주 주덕 삼청리와 음성 소이를 있는 지방도. 그런데 행정구역을 가르는 표지판도 없다.
이런 황당.
여기서 앞에 보이는 산을 하나 넘어가야 오늘 끝인데.
도대체 길은 있을 것 같지 않고.
잠시 생각하다가 충주 경계를 정확히 돌기란 어짜피 불가능하니 그냥 비슷하게 가기로 한다.
해서 철길을 무단횡단하지 않고 옆 건널목을 건넌 다음 길을 따라서 산에 접근하기로.
그랬는데 그만 TT;;
붉은 색 점선 - 오늘의 발길
보라색 점선 - 충주 경계
넘어야 할 산
산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가긴 했다. 그러나 마루로 붙을려고 하니 가시나무가 얼마나 많은지 도대체 방법이 없다.
해서 소나무밭을 지나 마루금으로 붙긴 했는데 건너 산마루까지 임도가 나있고 거기부터는 경사가 완만해서 산 정상가지 접근이 쉬워보였다.
그래. 오늘 많이 헤맨다. 여기부터는 오늘 목표지까지 어떻하든 도착하기로 방향을 바꾸고.
임도를 천천히 오르니 멀리 옛 한라중공업이 있던 소이면이 보인다.
마루금까지 가서 슬렁슬렁 오르니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서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다.
정상 부근에 오니 왠 훌라후프가 두개나 매달려 있고 길도 분명해 진다.
산 아래 사는 사람이 운동하러 오는 감.
그런데 여기서 다시 마지막 실수를.
여기를 정상부로 착각하고 서쪽 능선으로 내려선 것.
정상부에서 마루금을 따라 좀 더 진행해보니 방향이 달라지는 듯 하여 순간 판단을 잘못했고 다시 돌아와 그냥 내려 섰던 것이었다.
다시 길없는 길.
한참을 내려서니 비포장 길이 나오는데.
내려서서 만나는 국도 36호 선
길을 따라서 내려와 보니 이곳은 충주와 음성 경계 부근이 아닌 음성 비산리다.
어이구.
그건 그렇고 지금 시간은 3시 40분, 조금 못된 시각.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6시간 40분 정도.
대곡리발 충주행 버스가 3시 50분에 있는데 충주와 음성 경계 마을이 대곡리라서 출발지가 어딘지도 모른채 충주쪽으로 열심히 뛴다.
한 1 Km 정도 뛰었나?
잠시 후 충주와 음성 경계가 나오고 대곡리인데.
버스는 어디서 나오는 지 알 수가 없다.
충주시 경계 표시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려 보는데 버스는 안 오고 넓은 4차선을 내달리는 많은 차들.
다시 속세로 내려 오긴 했다.
결국 집사람을 불러 충주로.
오늘은 많이 배운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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