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가는 버스 - 네팔 최고급이다
1월 12일 금요일
포카라 가는 길
어제 잤던 NEW SHINGI HOTEL이 좋은 곳임을 알았다. 밤에 왜 그리 춥던지.
이곳 호텔은 뜨뜻한 곳이 없다. SHINGI 호텔이 미적지근한 정도라서 왜 이 정도 밖에 안되나 했더니 그 정도는 따뜻했던 것.
그나마 어저 말대로 뜨거운 물이 펑펑 나오긴 해서 아침 반신욕을 했더니 좀 풀렸다.
어제 네팔에서 추위 땜시 고생할 것만 같은 예감이... 나는 추운 것 질색인데.
아침은 호텔에서 컨티넨탈 블랙퍼스트라는 놈으로 한다. 그냥 대충 먹기는 한다만..
어제 딱꾸르에게 부탁했던 택시로 왕궁 앞 광장에 가니 버스가 대기 중.
버스는 우리나라 수준으로는 그냥 그런 놈인데 이곳에서는 최상급이란다.
승객들은 소속이 불투명한 스님 1명과 그 일행 도사 청년 1명, 처자 3명 어제 짱에서 만났던 가족 3명 그리고 우리 일행 3명 거의 반이 한국인이다.
나머지는 네팔리들. 아마도 밥술께나 먹고 사는 이들인가보다.
대충 7시가 되니 출발을 하는데 일단 물 한병씩 준다.
KTM은 분지라서 일단 오르막으로 시작하는데 일단 시내를 빠져나가는 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좁은 길에 무질서하게 움직이는 버스와 오토바이 그리고 사람까지 엉키니 이런 곳에서 운전하는 것은 묘기에도 가까운 것.
한 30여분을 오르니 정점에 다다르고 그 다음부터는 사정없이 떨어진다. 네팔에 입국할 때 엄청나게 높은 산 정상에 마을이 있고 그 마을을 따라서 길이 있어서 그곳이 어딘 가 했더니 KTM 주변이 다 그랬다.
산 옆구리를 깍아서 만든 길이라서 한쪽은 산이고 다른 한쪽은 삐꺽해서 구르기라도 하면 멈추는데도 한참이 걸릴 것같은 절벽이다.
그런 길을 한 시간여 달리니 길이 좀 순해진다.
차창 밖 풍경
차창 밖 풍경
차창 밖 풍경
차창 밖 풍경
차창 밖 풍경
길은 대충 아스팔트길이지만 비포장길에 가까운 상태이고 좁다보니 속도가 나질 않는다.
그래도 한 두시간여 달리고 잠깐 휴식.
휴식 시간에 도사 청년과 이야기를 나눈 집사람이 전하길
자기는 여행에서 결혼할 여자 순위를 결정했다고.
결혼 1순위는 미모의 여선생
결혼 2순위는 안 미모의 여선생
결혼 3순위는 이혼한 여선생
그런데 문제는 미모든 안 미모든 여선생들이 결혼 대상이 없어서 그냥 늙어가고 있다는 비극적인 사실이다.
왜냐고라 요즘 청년들 괜찮은 직업을 구하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우니 괜찮은 직장가진 청년들이 있어야지.
그리고 옛날에는 부부교사가 많이 성립되었는데 요즘 학교에는 처녀 선생은 많아도 총각 선생이 없다.
그러니 결혼 대상 찾기가 점점 힘들어 지는 것.
한국 청년들은 인도 여행에 많이 나서야 쓰것다.
처녀 선생들 인도 여행을 많이 하나 본데 여행중에는 쉽게 친해질 수 있거든.
혹시 아는가?
또 두시간여 달리고는 점심 식사를 위한 휴식이다. 점심 식사는 버스값에 포함되어 있다.
이름하여 부페 스타일 네팔 정식인데 맛은 그냥 그랬다. 그런데 뭔지 몰라 안가져온 것이 닭고기.
나중에 집사람것을 살짝 먹어보니 맛이 있어서 다시 가보니 없었다.
이런 이런.
쌀이 인디카종이라고 흔히 안남미라고 하는 것인데 이곳에 오니 동남아시아에서 먹던 것보다 상태가 더 심하다.
해서 잔뜩 먹는다고 먹어봐야 일어나면 푹 꺼지고 만다. 덕분에 체할 일은 없었다.
조금 시간이 남아 휴게소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 제법 예쁘게 꾸며 놓았다.
휴게소 건너편에는 상수도 시설이 되어 있는데 천연 지하수를 이용한 형태란다. 이런 것이 길가로 잘 설비가 되어 있어 적어도 네팔리들은 먹는 물가지고는 고생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 형태는 친 환경적이라서 유럽에서 연구 대상이란다. 물의 흐름을 잘 이용한 것이니 그런 가 보다.
길가 상수도
네팔은 학교 시작 시간이 10시란다. 어제 영봉님이 말하기를 아침에 춥다보니 일어나서 햇볕을 쬐어야 움직일 동력을 얻기 때문에 그 시간에 정해진 것 같다고 농담 비슷하게 말했었다.
학교마다 교복이 있는 듯 통일된 색깔의 옷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 모습이 계속해서 차창 너머로 지나갔다.
등교하는 학생들
휴게소 장식물
강 건너 가로지르는 현수교
휴게소 장식물 - 물건을 새로 장만했다 ㅎㅎ
휴게소 장식물
차장 밖 풍경
길가로는 자전거로 달리면 좋을 것 같은 경치가 펼쳐지는데 설악산 경치같기도 하고 아님 어디서 많이 본듯한 냇가 풍경이 펼쳐진다.
포카라에 가까이 갈수록 날씨가 다행히 따뜻해지는데 거의 다와서 차가 멈추고 만다.
이유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군인들 작전 중이라나 뭐라나.
네팔은 지금 왕이 권력을 내놓아서 임시 정부가 수립되어 있는 중인데 그다지 안정 상태가 못된다.
해서 도처에 깔려 있는 것이 군인들인데 만약 4월인가 예정되어 있다는 총선에서 마오이스트들이 정권을 잡는 경우는 현재 군인들의 모양새가 우습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 때 자기들의 적이 상전이 되니 말이다.
대기 시간이 길어져 근처 아이들과 이야기도 할 겸 버스에서 내린다.
밀단다라는 곳이란다. 여기서 포카라까지는 한 40여분 걸린다고.
한 꼬마가 영어를 꽤 잘한다.
학교에서 영어를 배운다고.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더니 자기 학교에 한국학생 2명이 다닌다고 한다.
아니 이런 시골에 한국 학생이?
아마 선교사 자녀가 아닌가 싶다.
이름이 뭐냐고 하니 김이란다.
이들이 선교사 자녀라면 그 선교사는 괜찮은 사람이 틀림이 없다.
대개 자녀들을 KTM에 두고 자기만 선교지에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인데.
밀단다 풍경
밀단다 풍경
이 동네 꼬마들
밀단다 마을 표지 - 여기에도 한국인이
일본 할배에게 혼나다.
버스에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할배가 1명 있었다. 요란스런 한국 사람들 속에서 꽤나 외로워 보였나보다.
다들 버스에서 내려 오렌지도 사먹고 군것질에 한참인데 집사람이 나에게 저 일본 할배와 좀 이야기를 하란다.
아닌게 아니라 좀 외로워 보여 그 할배에게 다가가서
"일본분이신가요?"
대답이 없고 인상을 쓴 얼굴로 나를 쳐다본다.
좀 민망해지는데
"혼자 여행 중이신가 보네요."
"문제 없어"
반말이다.
이런 4가지 없는 야스가 있나.
그래도 할배라서 좀 봐줄려고 했는데.
"그런데 왜 한국 사람들은 오렌지 껍질을 아무데나 버리는가?"
이거야 원... 히얀한 일본놈이다. 대개 일본 사람들은 남의 일에 간섭을 안하는데.
버려도 된다는 법은 없지만 쓰레기통도 없는 이 나라에서 그럼 어디다 버려야 되는지...
해서
"로마에서는 로마법에 따르는 것이..."
말도 끝나기 전에 돌아온 말.
"다메(안 돼)"
오늘 완전히 똥 밟았다.
재수없이 또라이를 하나 만나 가지고.
오렌지 껍질을 함부로 버려 할배의 지탄 대상이 된 처자들에게 이 말을 전하니
자기들도 인도에 처음 갔을 때 쓰레기를 버리려고 쓰레기통을 찾았다가 망신을 당했단다.
그 일본 할배에게 껍질을 줄 걸 그랬다고 대신 버려달라고 ㅎㅎ.
다시 버스는 움직여 포카라에 다가 가는데 집사람이 갑자기 창밖을 보란다.
멀리 구름처럼 보이는 것이
바로 설산이다.
저 놈 보러 여기까지 온 것인데 이 아저씨들이 미리 인사를 하는구먼.
공터같은 터미널에 도착하니 삐끼들이 난리다.
KTM에서 온 한국 사람들은 거의 포카라 짱으로 향한다.
우리까지 휩쓸릴 일이 있나.
리버파크 호텔로
레이크사이드 호텔을 찾아서 가보기로 한다. 그런데 왜 레이크사이드로 기억했을까?
사실은 리버파크 호텔로 가려고 했는데 머리 속 회로가 잘못되어 리버파크가 지워지고 레이크사이드로 입력이 되어 있었다.
아마 포카라 옆의 페와 호수때문에 레이크사이드로 입력되었을 듯...........
이 때 한국말을 아주 잘하는 네팔리가 자기 호텔에 일단 한번 가보잖다. 가 봐서 맘에 안들면 다른 곳에 가도 좋다고. 어디냐고 하니 리버파크 호텔이란다.
뭐 나쁠 것도 없을 것 같아 택시를 잡아타고 리버파크 호텔로 향한다.
도착해서 다른 사람은 택시에 남고 나만 내려서 안에 들어가니 한국 청년이 컴퓨터 작업중.
살짝 호텔에 대해 물어보니
뭐 괜찮단다.
그래서 결정했는데 그때서야 내가 찾던 호텔이 레이크사이드가 아니고 이곳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포카라에 오는 한국인들은 대개가 KTM에서 오면 짱, 인도에서 오면 이 리버파크가 공식처럼 되어 있다.
나도 인도 여행 사이트에서 이 정보를 얻었으니 당연하고.
워째 나이먹을수록 머리 상태가 점점 안좋아지냐?
한국 청년은 11개월 째 여행중인데 안나푸르나 일주를 마치고 어제 돌아왔단다.
이 친구에게 물어보면 여러가지로 도움이 되겠다.
헌데 이 호텔에는 이 청년보다 더 대단한 무료 투어 컨설턴트가 있었으니
바로 장기 체류 중의 스님 한분.
이 분이 모든 궁금증을 잘 해결해 주셨다. 감사 감사...
여기서 좀솜 비행기표와 포터 그리고 침낭을 넣을 가방이 해결된다.
일단 빈 손으로 포카라에 와도 다 해결되는 것을 괜히 침낭을 가지고 여기까지 오느냐고 생고생.
저녁 무렵 호텔 너머로 마차푸차레와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펼쳐진다.
아 좋다. 이 맛에 여행한다니까.
호텔에 머물고 있는 사람들이 총 출동하여 스님의 안내로 소비따네라는 간이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는다.
꽁치김치찌게. 보기에는 완전 개밥 수준인데 맛은 그럭저럭이다.
포카라에 오면 음식이 좋다고 들었는데 어째 예감이 좋질 않다.
밥을 기다리는데 정전이다. 전기가 부족해서 예고있는 정전이란다.
하루에 2시간 정도. 촛불을 켜놓고 밥을 먹으니 운치가 좀 있기는 한데 밥 모양이 개밥 모양이라서...
어쨌든 오늘은 침낭을 이용해서 좀 따뜻하게 자보기로 한다.
이 호텔도 태양열을 이용해 따뜻한 물을 얻어 해가 있으면 뜨거운 정도의 물도 가능하나 그것도 일찍 써야지 남들이 다 써 버리면 미지근한 물이 내 차례로 돌아오는 정도.
호텔비가 300 Rp인데 뭘 더 바라겠어?
리버파크 호텔 - 이름은 거창하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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