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13일 토요일
아 ! 마차푸차레
모처럼 잘 잤다. 시차도 왠만큼 적응한데다 결정적으로 침낭이 큰 역할을...
근데 왜 그제 밤은 침낭을 두고 그렇게 떨었는지 몰라.
하여튼 머리가 나쁘면 수족이 고생한다. TT
해뜨기 전 사랑곳에 가면 설산의 모습이 장관이라고 하지만 여행나와서 일찍 일어나는 것은 왠지 손해보는 것 같아 생략했으니 꿩 대신 닭이라고 옥상에라도 올라가 본다.
와! 햇살받은 마차푸차레가 보석처럼 빛난다.
근데 옆 집 지붕의 철봉이 영 성가시네.
찍고 찍어도 별 수 없다.
뭐 내가 작품 사진 찍는 것도 아니고....
아침 햇살에 빛나는 마차푸차레
산은 멋있는데 영 밑의 배경이 원...뒤의 설산을 가린 듯 서있는 산이 사랑곳.
리버파크 호텔 주인은 빤티 씨인데 18살 때 한국에 일하러 왔었다고. 영어를 꽤 잘해서 언어 걱정은 안했다는데 문제는 한국에서는 영어가 안 통했던 것.
할 수 없이 열심히 한국말을 배웠는데 그 한국어가 지금 손님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일본에도 가 있어서 일본어도 잘하는데 요즘은 한국말만 했더니 일본어가 생각이 잘 안난단다.
하긴 한국 사람 몰려드는 게스트 하우스에는 일본 사람들은 안 오니 뭐 별 문제가 안 될 듯...
이 호텔의 식사는 왠만하면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스님이 말했는데 문제는 이곳 식당들이 이른 아침에는 영업을 잘 안는다는 것.
우리는 여유있게 간다고 갔는데 한국사랑은 영업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인제 일어나 뿌시시한 주방 팀들을 보니 어째 영 수상하다.
주방에 갔다 온 집사람 왈. 이곳은 KTM 한국사랑과는 영 딴판이란다.
어째 이곳은 식당 이름을 한국사랑이 아니고 한국덜사랑이라고 해야 될 듯.
ㅋㅋ
집사람이 거의 만들었다는 수제비로 아침 식사를 하긴 하는데.
한국에서도 먹기 싫어서 거의 안 먹는 수제비를 이곳에 와서 먹다니 완전 비극이다.
사랑곳 나들이
사랑곳은 안나푸르나 히말의 끝자락에 자리한 산인데 1600 m대로 우리나라에서는 제법 등수안에 들 정도지만 이곳에서는 언덕 취급 밖에 못 받는다.
그러게 어디에 있느냐 그것이 중요한겨..
호텔에서 걸어서 갔다 오면 한 4시간 정도 걸린다고 해서 집사람을 유혹한다.
"트레킹하려면 미리 몸 좀 풀어둬야 하는데 이 정도는 몸 풀기에 아주 적당해."
분위기 파악이 안되는 집사람이 따라 나선다.
레이크사이드의 길을 따라 북쪽 방면으로 가면 호수가로 이어지고 조금 더 가면 한적한 마을이 나온다.
호텔에서 한 30여분 가면 큰 길을 벗어나 마을 중간으로 들어가며 사랑곳으로 가는 산길로 이어지는데.
큰 길에서 마을로 들어서는 길목에서 일하고 있던 네팔리들이 사랑곳가려면 이 길로 가야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주는데.
"이 길로 가면 사랑곳에 가거든. 내가 가이드해줄까?"
그 길로 가면 되는데 왠 가이드?
아직까지는 집사람도 주변 분위기에 취해 힘들다 소리를 안한다.
마을을 벗어나면 제법 등산로 분위기인데 그와 함께 경사도 심해진다.
집사람은 점점 거의 졸도 수준으로 간다.
바쁠 것 없으니 천천히 가도 된다며 한발 한발 끌고 올라가는데...
등산로 옆 유채꽃 밭
거의 실신 직전의 집사람
능선을 가로지르는 숲길을 벗어나니 산마루를 타고 가는 길이다. 햇볕이 강해지면서 더워지고 한 여름 등산 분위기다.
간단히 올라갔다가 내려 오려고 했는데 집사람 때문에 시간이 길어지니 물이랑 먹을 것을 넣어달라는 뱃속 문제도 생긴다.
올라 가면서 경치는 점점 좋아지지만 집사람은 점점 더 극기 훈련 모드로 접어드는데..
중간에서 본 포카라 방향
제주도 대문이 이렇다든가? 사람이 있으면 막대기로 어떻게 표시한다나 그런 것 비슷
산 중턱에 자리잡은 마을
한 모퉁이를 돌자 설산이 제법 가까이 보인다.
하늘에는 패러글라이딩하는 사람들... 그리고 설산이 한 폭의 그림인데 저 패러글라이딩은 멋있기는 하겠다만 돈주고 하기는 좀 그렇다.
사실 생 고생하는 것인데.
멀리 보이는 설산
군데 군데 마을에서 만나는 어린 꼬마들은 한결같다.
헬로 스위트
헬로 포토
줄 사탕도 없고 궁색에 찌든 그들의 모습을 사진에 담기도 싫다.
그러니 그냥 갈 수 밖에.
한 친구는 덤블링 재주를 보이면서 사진을 찍으란다.
참 마음이 짠하다.
그 놈의 돈이 뭐길래.
그림은 아름답다만 이들의 삶까지 아름답게 보이진 않는다
유채꽃이 아름다운 중간 산마을을 지날 때 쯤 집사람은 거의 혼수 상태였다.
간신히 길가 롯지에서 초콜릿과 물을 사서 먹더니 눈에 생기가 돌아 오기 시작한다,
아마 처음 경험 해보는 된 맛일듯.
주말 산행 몇 번 해보고 산을 완전 마스터한 것처럼 폼 잡더니.
중간 롯지에서도 산 정상을 보면 올라 갈 높이가 제법 될 듯 하지만 얼마 안가면 되고 천천히 가도 된다고 설득하여 다시 길을 떠나는데.
유채꽃이 아름다운 길 - 집사람은 정신이 나가 이런 것 못 보았을 것이다
길가 담장에 핀 선인장 꽃
보통 택시를 대절하면 온다는 비포장길을 따라 다시 언덕에 붙으면 마지막 언덕이다.
롯지와 상가가 밀집된 지역을 빠져나와 한발 한발 고지를 향해 오르길 얼마인가.
입장료를 내고 정상에 서는 순간.
"억"
"악"
어머나 세상에.
정말 입이 떡 벌어지고는 닫혀지질 않는다.
정상에서 본 포카라 방향
일단 넉빠진 정신을 수습하고 벌어진 턱을 닫고 주변을 보니 경치는 네팔인데 분위기는 도봉산 분위기이다.
와글와글 모두 한국 사람이다.
부부팀. 티벳에서 왔다는 청년팀. 특히 장기 여행자 청년들이 꽤 많다.
왼쪽부터 좍
이어서
다시 이어서
여기는 사랑곳 - 해발 1592 m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내려 갈 일이 걱정이 되나보다.
집사람은 차타고 갔으면 하는 눈치나 차가 있어야쥐....
방법은 단 하나
다시 걸어가는 방법뿐.......
그래도 내려가는 길은 낫지 않겠느냐고 위안을 삼는 집사람.
힘들게 올라오긴 했지만 경치로 보상받은 것 아니냐고 하니 일단 수긍을 한다.
아쉬워서 마지막으로 땡겨 찍은 마차푸차레
다시 찍은 포카라 방향
마차푸차레를 배경으로 선 나 - 폼난다. 산이
내려 오는 것은 물론 올라가는 것보다야 쉽지만 진빠진 집사람에게는 무척이나 힘들었을거다.
큰 길까지 쉬엄 쉬엄 내려와서 포카라 시내로 향하는데 자전거 하이킹중인 한 처자를 만난다.
다리도 좀 쉴 겸 길가 찻집에서 차 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왜 포카라가 천국일까?
이 처자는 장기 인도 여행을 하다가 몸과 마음이 힘들어져 이곳 포카라에서 푹 쉬는 중이란다.
이곳에 와서 인도를 경험한 사람들이 전하는 인도 여행에 대해 이야기를 듣다보니 하나의 궁금증이 해결된다.
여기 오기 전 네팔 여행기를 읽을 때 포카라 음식이 너무 맛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해서 정말 그런줄 알았었다.
그런데 그 이유는 바로 인도에 있었던 것.
인도에서 장기간 체류하다가 이곳에 오면 이곳이 천국이 된단다.
천국의 음식이 맛 없을리 없고.
그런데 우린 한국에서 놀다가 음식 좋은 태국을 거쳐 네팔에 직접 온 사람이니
이 곳이 천국일리가 없다.
해서 깨닫는다. 어디를 거쳐 왔느냐가 이곳 분위기 파악하는데 중요하다는 것을... ㅋㅋ
이 처자도 인도에서 심한 병에 들어 고생하다가 이곳에서 회복중이란다.
아! 정말 인도는 나에게 먼 여행기인가?
그렇게 힘든 곳을 가봐야 될지 내 여행 일정의 숙제로 남는다.
저녁은 오늘 힘들었던 몸에게 보상을 해주기 위해 스테이크 한판을 때리기로.
에베레스트 스테이크 하우스에 가서 갈릭 스테이크로.
맨날 같은 주장하다가 한사람에게 흰 소리 들었지만 어쨌든 우리나라 짬뽕 값으로 참 호강한다.
호텔에 돌아와보니 사장 왈 문제가 생겼단다.
No Problem이 아니란 이야기인데 뭔가?
내일 좀솜행 비행기표를 못 구했다고.
매진이란다.
뭐 문제될 것도 없구만.
내일 못 가면 월요일에 가면 되니 뭐.
스님은 또 소비따네에 가시나보다.
스님은 고길 안드시니 그냥 맨 볶은밥만 드시던데...
오늘은 햇볕이 좋았던 덕에 따뜻한 물이 잘 나와 샤워도 하고 면도도 하니 모처럼 사람꼴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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