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시 경계돌기

충주시 경계 돌기(14) - 하늘재부터 부봉 넘어 북암문까지

정안군 2007. 6. 10. 07:59

 붉은선 - 진행 구간

노란선 - 오늘의 발길

 

 

오늘은 즐거운 노는 토요일 이른바 놀토이다.

 

피로가 누적된 탓도 있고 해서 오늘은 그냥 가까운 곳에서 놀기로 한다.

 

10시 40분 국민은행에서 출발하는 송계 버스를 타고 미륵리에서 내린다.

 

11시 37분이다..

 

미륵리에서 미륵사지를 거쳐 하늘재까지는 꾸준한 오르막...

 

그런데 발걸음을 부지런히 놀렸더니 하늘재에 도착한 것이 11 시 57분.

 

아니 20분만에 왔단 말인가?

 

나 스스로도 놀랐다.

 

일단 탄항산 가는 길로 접어든다.

 

조금 골짜기로 접어드니 작은 개울을 건너네?

 

대간은 물을 건너 가는 법이 없는데?

 

아마도 백두대간에서 경북쪽은 사유지라서 길내는 것이 어려운 모양...

 

포함산

 

조금 오르면 전번에 올랐다 내려운 포함산이 그 장엄한 골격을 자랑한다.

 

하늘은 구름이 개었다 끼었다하며 변화 무쌍한데...

 

오늘 비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혹시 이러다 비 맞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오르막은 그다지 심하지 않다.

 

 766봉

 

포함산보다는 육산이지만 그래도 성질은 남아 있는지 간혹 바위부가 있고 그 곳에 서면 당연한 것이지만 아주 아주 멀리까지 보인다.

 

포함산 넘어 백두대간이... 멀리 대미산이 보인다.

 

구름이 심상찮다.   언젠가 부봉 등산을 왔다가 쏟아진 소나기에 비를 흠뻑 맞은 적이 있었는데 오늘도 부봉 언저리를 지나니 그런지 비슷한 모양새로 나간다.

 

 비가 올까?   잔뜩 흐린 구름 아래 주흘산이

 

전망대 바위에는 대간중인 부부가 다정스럽게 식사를 하고 있어서 분위기 상 얼른 피해준다.   바위 언저리를 돌며오르락 내리락하며 가니 드디어 탄항산 정상이다.

 

3번인지 4번인지 이 곳에 온 적이 있었는데 그 때는 월항삼봉이라고 불렀었고 경치도 이 근처에서는 별로라 특별한 인상도 없다.

 

다만 그저 그랬던 정도...

 

그래서인지 어디가 정상인지 정상석도 없었고 나도 어디가 정상인지도 모르고 내려갔던 탄항산..

 

그 탄항산이 이제는 정상석까지 안고 있지만 여전히 정상 감각은 수준 이하이다.

 

 탄항산 정상

 

정상을 떠나 몇 봉우리를 오르락 내리락 하다 보면 오른쪽으로 능선을 타고 미륵리로 내려 가는 길이 있으며 더 진행하면 높이를 낮추며 평천재가 나온다.

 

평천재에 이르는 길은 중년 부부가 열심히 산나물을 뜯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여자 아이의 목소리도 들린다.

 

누가 여자 아이를 데리고 등산에 왔나?

 

평천재에서 준비해 온 김밥을 먹기로 한다.

 

한 덩어리를 먹었는데

 

"배고파"

 

여자 아이 목소리...

 

내 핸폰에서 나오는 소리였다.

 

핸폰 배터리가 완전히 나간다고 하는 소리...

 

꼭 나 혼자 깁밥 먹는다고 뭐라고 하는 것 같다.

 

핸폰이 안 된다해서 별 걱정은 없지만 버스 시간 맞추는 것이 조금 신경이 쓰인다.

 

괜히 조급하게 서두르다 보면 대개 쓸데없이 일찍 내려가 한참을 기다리게 되는 경우가 있어서...

 

핸폰이 돌아가시기 전에 시간을 확인하니 1시이다.

 

부봉까지 한 시간 정도 걸릴 것이고 북문까지 다시 한 시간이면 충주가는 4시 20분 버스는 충분히 여유가 있을 것 같긴 하다.

 

 평천재

 

 오늘 점심 김밥

 

평천재에서 다음 목적지 주흘산 갈림길까지는 꽤 경사가 심한 구간...

 

언젠가 구간 종주할 때 미끄러 넘어져서 바지 엉덩이를 온통 버린 곳이다.

 

이곳도 바로 능선을 따라 오르지 않고 작은 시내를 건너서 능선에 붙는다.

 

정상금은 중간에 뭔가 어려운 방해꾼이 있는가 보다.

 

바로 치고 올라가지 않고 작은 골짜기를 건너 능선에 붙는 이유가 있겠지.

 

대간 정상금과 건너편으로 넘어서 붙은 능선은 경사가 아주 심한데 결국은 붙는다.

 

그곳에 서면 일단은 경사가 완만한 구간이 좀 이어진다.

 

그러다가 로프가 매여진 급경사 구간...

 

힘들게 오르면 짠하고 등장하는 갈림길 안내판...

 

주흘산 갈림길...

 

갈림길이라하나 고도로 보면 충주시 경계 돌기에서 신선봉과 포함산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지점이다.

 

그러니까 당당 동메달인데 이름도 없으니...

 

무려 오늘 목표점으로 삼은 부봉보다도 높은 곳....

 

언제 시간이 나면 이곳을 거쳐 주흘산으로도 가보고 싶다.

 

 주흘산 갈림길

 

갈림길 오르막 로프

 

 백두대간 안내 표시까지 해 놓은 친절한 대간꾼들 

 

내가 이 구간을 종주할 때에는 이런 표시판이 없어서 한참을 주흘산 쪽으로 진행하다가 뭔가 이상해 나침판으로 방향을 확인하고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대간꾼들에게도 알바로 유명한 포인트 중 한 군데이다.

 

앞에 매여진 줄에 걸린 표지기는 대간 구간 중에서 제일 많이 있는 듯 하다.

 

여기서 부봉 갈림길까지는 아주 험하고 멋있는 구간이 이어진다.

 

멀리 부봉이 보인다.

 

부자는 한자로 釜인데 가마솥을 뜻한다.

 

이런 바위봉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나 했더니 이쪽에서 보니 부봉이 마치 가마솥을 거꾸로 뒤집어 놓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곳으로 연결되는 산 길은 마치 도끼로 내려 찍은 듯한 절벽인데 부자 중에 도끼 斧자로 있으니 여러 가지로 적합한 이름인 듯....

 

 가마솥을 뒤집은듯한 부봉 정상

 

부봉 2봉 넘어 조령산이 보인다

 

 바위 사이 길

 

비 올 때나 겨울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할 구간인데 빗방울이 한 두 방울 날린다.

 

이러다가 정말 소나기라도 만나는 것 아닌가 싶은데 하늘은 그러다 만다...

 

어쨌든 부봉 갈림길까지만 가면 그곳부터는 길이 순해지니 비가 와도 그다지 문제될 것은 없을 구간이고...

 

한참을 떨어졌다 다시 오르니 부봉 갈림길이다.

 

대개 대간꾼들은 이화령에서 출발하여 하늘재까지 한 구간을 잡고 진행하는데 이 쯤 오면 조령산에서 워낙 진이 빠진지라 기력이 고갈되는 곳...

 

해서 대개의 대간꾼들은 마음은 부봉에 올라가보고 싶지만 몸이 허락을 하지 않으니 그냥 하늘재로 진행한다.

 

하지만 한 10분만 투자하면 부봉에 올라 갈 수도 있고 올라가면 물론 조령산을 진행하면서 좋은 구경은 다했지만 적어도 속았다 생각은 안드는 봉우리이다.

 

그것보다도 부봉에서 계속 이어지는 제 2봉 3봉 4봉 시리즈는 6봉인가 7봉까지 있는데 환상적인 경치를 제공해 준다.

 

강력한 추천 코스...

 

언젠가 부봉 종주를 할 때 2봉인가 3봉에서 소나기를 만났는데 그 정상이 전두환 아자씨 머리같이 반들 반들한 곳이라 마침 번개도 치고 그랬는데 번개 맞을까봐 엄청 떨었던 기억이 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벼락 맞아 죽었다는 소리는 듣지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에...

 

 

 부봉 갈림길

 

 부봉 정상석

 

지나온 구간

 

탄항산 넘어 보이는 포함산

 

부봉에 오르는 길도 경사가 무척이나 심한 바윗길이다.

 

정상에 서니 남녀 등산객들이 많은데 그 중 리더인듯한 사람이 무전으로 뭔가를 열심히 묻고 있다.

 

가만히 들으니 부봉 정상에서 대간 방향이 어딘지를 몰라 묻고 있는 것...

 

친절하게 이곳으로 계속가면 안 되고 일단 내려 섰다가 주흘산 갈림길 쪽 그러니까 오른쪽으로 진행하면 된다고 알려주었더니 다른 사람들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내려가는데 무전을 날렸던 사람은 왠지 떫은 표정이다.

 

자기 영역을 침범해서 그런가?

 

정상에서 경치 구경을 하고 천천히 내려와 다시 갈림길에 섰는데 좀 전 일행 중 후미 두명이 동문쪽으로 가고 있었다.

 

다시 그쪽이 아니라고 알려주긴 하는데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꽤 경험이 쌓였을텐데 초보자 행동을 하고 있으니 원...

 

조금 내려 서면 동암문이다.

 

이곳에서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좀 전 평천재에서 내려 온 길과 만나고 미륵리로 이어진다.

 

 동문 안내판

 

 홀대모 나와바리 표시(?)

 

여기서부터 북암분까지는 지루한 능선길...

 

조금 오르니 힘깨나 빠진듯한 대간꾼이 어디서 오냐고 묻는다.

 

하늘재라고 말하니 동문이 여기서 얼마나 되냐고...

 

바로 밑이라고 해주니 얼굴에 기쁨이...

 

나도 경험한 바이지만 조령산에서 새재를 거쳐 이곳에 오면 힘이 쭉 빠지는데 북문에서 동문까지는 정말 오르막 내리막은 그다지 심하지 않지만 재미도 없고 무척이나 지루한 구간이다.

 

왜 동암문인지 흔적이 남아 있다

 

동문에서 북문에 이르는 길은 잘 생긴 소나무가 많은데 그 소나무들을 몸에 생채기를 안고 있다.

 

식민지 말 송진을 채취한 흔적인데 그런 흉칙한 상처를 안고도 훌륭하게 성장한 소나무들을 보면 존경심마저 인다.

 

인고의 세월을 참고 견딘 소나무들...

 

그러나 그들은 지금도 쉬운 세월을 보내진 않는다.

 

지구 온난화의 위협에다가 재선충까지...

 

힘든 세월을 잘 지낸만큼 앞으로도 잘 견디라고 빌어본다.

 

 상처입은 소나무

 

 좀 더 가까이 서

 

 그래도 이렇게 잘 자랐다

 

 이번에는 돌과의 동거

 

 포스코 등산팀의 경북 도경계 표지기

 

지루하긴 하지만 끝은 분명히 있다.

 

앞쪽으로 큰 봉우리가 보이기 시작하면서 길은 그 높이를 낮추더니 북암문에 도착한다.

 

마패봉이다.

 

이곳은 수도 없이 왔던 곳이다.

 

마패봉에서 신선봉에 이르는 능선길이 이 근처에서 많은 시간이 필요없이 좋은 경치를 제공하는 곳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곳인데 등산반 아이들하고 심심하면 이곳에 왔었다.

 

오늘은 이곳에서 발걸음을 멈춘다.

 

나머지는 이제 한 구간이라면 한 구간인데 중간에 약간 정리할 것을 정리하고 마무리하려고 남겨 두려 한다.

 

이곳에서 지릅재까지는 길은 잘 나있는데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아서 아직은 자연미가 그대로 살아 있긴 한데 파리가 몹시 성가시다...

 

이만때 등산하려면 가장 성가신 놈이 파리인데 눈과 귀 근처에서 앵앵거리면 정말 돌 지경...

 

휴대용 파리약이라도 가지고 다녀야 하나 생각이 들 정도인데 이 근처에서는 하늘재 파리와 북문에서 지릅재가는 파리가 내공이 가장 높은 놈들이었다.

 

 

북암문

 

계곡을 따라 자연수가 흐르는 아름다운 길을 내려오니 좀 아쉽다.

 

주말에는 대개 남산만 다녔는데 요즘처럼 해가 길 때에는 시내버스비 왕복 2400원을 투자하고 이곳에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을 막으려고 서있나 자네는?

 

지릅재에서 북문으로 연결되는 길입구에는 철문이 버티고 있다.

 

철문이라고 해봐야 조금만 돌면 그대로 안쪽 길과 연결되는데 무슨 역할을 하는지...

 

이렇게 단속한다고 해 봐야 숲속에는 오늘도 여전히 이곳 저곳에서 산나물 뜯는 아저씨 아줌마들이 많더만...

 

아스팔트길을 만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옛날 국립공원 입장료를 받던 사무실이 나오는데 그 놈의 시간 때문에 더 걸어서 지금은 이름이 지원센터로 바뀐 건물까지 내려 간다.

 

그곳에서 시간을 확인하니 3시 40분이다..

 

정확히 4시간을 걸은 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