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선 - 진행 구간
노란선 - 오늘의 발길
2007년 9월 8일 토요일
지난 일주일에 걸쳐 지루하게 내리던 비가 그쳤다. 백두 대간은 일단 대관령까지 마쳤고 올해 진부령까지 더 갈 것인지는 아직도 미정 ^^
오늘은 오랜만에 경계돌기로 돌아가 충주 경계돌기 원점까지 일단 가기로...
지난 해 12월에 시작했으니 꽤 오래 걸렸다. ^^
백두대간도 하랴 바쁘기도 했고 예쁜 구간이 남아 있어서 빨리 끝내기는 좀 아까워서... 쩝...
일단 원점까지 가서 마무리하면 옥답산 구간이 빠지긴 했지만 그거야 반나절이면 해결될 문제이고...
국민은행 건너편에서 10시 40분 송계행 버스를 타고 지릅재까지 간다. 노인분들과 건대 학생들이 타고 있지만 한산한 분위기...
버스에서 내리니 벌써 공기가 다르다. 가을이다.
가을산은 봄이나 여름에 비해 습기가 덜하고 건조해 그야말로 산행의 적기...
지난 주 비가 많이 내린 덕에 숲속 냇가는 물이 많다.
물이 불은 냇가에 놓인 징검다리.
북암문까지 오르려면 냇가를 몇 군데 건너야 하는데 그 중 하나... 별 생각없이 건너다 갑자기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
그렇다. 이렇게 냇가에 놓은 징검다리 때문에 나처럼 아무 노력도 하지 아니한 사람이 발에 물을 뭍히지 않고도 쉽게 건널 수 있는 것...
생활 속에서 내가 별 어려움 없이 사는 것은 결국 누구인가의 도움이 아닌가?
사람은 역시 홀로 사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산에 오니 철학자가 되는군... 흠~~
북암문(북문)에 오른다. 이번이 몇번째인가?
이 근처는 내가 좋아하는 산이 많아 꽤 많이 온 곳...
마패봉쪽에서 사람 소리가 난다... 대간꾼인가 했더니 측량팀...
조금 더 가니 청년 두 사람이 내려 온다.
"부봉까지 얼마나 가야 되나요?"
"여기서 대략 1시간 정도 걸리지요."
마패봉 오름의 중간은 바위 전망대다.
바로 이곳.. 주흘산과 주흘산에서 이어지는 부봉 능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오늘은 구름이 많은 날이지만 전형적인 가을날로 가스가 없어 멀리까지 잘 보이는 바로 그런 날...
조금 더 힘을 쓰면 마패봉 정상부가 나온다...
마패봉 북쪽 봉에 서니 월악산이 그림같다.
바로 앞에는 석문봉과 월악대교로 이어지는 충주시 경계 능선이... 지난 초여름 이어가기할 때가 먼 나라 이야기같다.
사진을 찍으며 조금 쉬고 있는데 등산객들이 점점 많아 진다. 푸*뫼 산악회 주관으로 온 등산객들인 모양이다. 한 사람은 지도만 가지고 방향을 못 잡고 헤매고 있다. 부봉으로 갈 예정인데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것...
나침반이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될텐데...
멀리 신선봉이다.
여기 마패봉까지는 백두대간이면서 충북과 경북의 경계이지만 마패봉(마역봉)부터 충주시 경계는 대간과 갈라져 괴산군과 경계를 나누며 신선봉 쪽으로 이어지는 것...
마역봉은 단체 등산객들도 붐빈다. 고사리마을쪽에서 올라와 부봉능선을 타는 모양인데 장비는 유명 메이커로 도배들을 했지만 매너는 별로다.
신선봉에서 이쪽으로 진행하는 단체 등산객들로 진도 나가기가 힘들다. ^^
중간 멋있는 바위. 좀 더 진행하니 앞쪽에서 인간 맷돼지의 멱따는 소리가 들린다.
"언니는 좋겠수, 언니는 좋겠수... 형부의 거시기가 커서 언니는 좋겠수... 얘야 얘야 그런 소리 말아라. 크기만 컸지 실속이 없단다."
대단한 팀이다. 아마도 신선봉에서 정상주를 넉넉히 한 것인지 술냄새를 풍기는 대여섯명 팀이 지나간다. 산에서 술 먹으면 안되는 것인디...
신선봉 앞의 세미 크라이밍 지역이다. 한 십여명이 위에서 내려오고 있었는데 좀 예절이 있는 사람들 같으면 먼저 올라가라고 할 것 같지만 절대 그런 일은 없다. 아줌마 아저씨의 직업이 무엇인지 다양하게 나오는데 그 중 그래도 나하고 종교가 같은 사람이 좀 나았다. ㅎㅎ
한 아줌마가 내려오면서 몸이 휙돌아 좀 위험한 상황이었는데 아래에 있던 아저씨가 잡아줘서 큰 사고는 없었다.
이 아줌마..
"아이, 개X같이."
참 오늘 여러가지 다양한 모습을 경험한다... ^^
크진 않지만 위용을 자랑하는 신선봉. 세미 크라이밍 지역에서 신선봉까지는 여기저기에서 등산객들이 점심을 먹는 중이다... 그래 나도 신선봉에서 점심 시간이다....
신선봉 삼각점... 신선봉은 내가 좋아하는 산이라서 학교에서 등산반을 맡았을 때 아이들하고 시간만 나면 오르곤 한 봉우리...
여러 번 온 곳이지만 그래도 여전히 좋다. 거의 300도 정도로 펼쳐지는 파노라마....
가까이는 북바위산부터 멀리 월악산 능선까지 한눈에 좍 ~~~
월악산 공룡능선과 덕주봉 만수봉 용암봉
포함산과 하늘재
주흘산과 부봉 능선 그리고 백두대간
마패봉에서 조령산으로 이어지는 능선
조령산
신선봉 정상석은 바위봉 조금 아래쪽에 있다. 포함산과는 불과 5 m 차이지만 충주시 경계에서 가장 높은 곳...
당당히 금메달이다... 그런데 경계석에는 충주시가 아니고 괴산군... 이런,,,
이곳에서 점심을 먹는다... 2시간 걸렸군....
정상에서 내려다 본 고사리 마을. 이화여대 김옥길 전 총장이 은거하던 그 시절에는 그야말로 한적한 산골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왠만한 면 소재지보다 나을 정도로 발전(?)했다.
세미 크라이밍 지대를 통과하면 나오는 주 등산로 갈림길. 일반 등산객들은 주로 레포츠 공원이나 휴양림 매표소에서 올라온다. 매표소에서 올라오는 그 반대편 내리막은 길도 희미하지만 내가 학생들을 데리고 왔을 때 주로 이용하던 석문동 가는 길...
이리로 끌고가면 학생들이 대개 "여기 길 맞아요?" 할 정도로 험로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려서면 계곡도 나오고 아기자기한 계곡길로 이어진다.
오늘 경계 돌기는 직진이다. 작은 봉우리를 다시 올라서면 아래로 펼쳐지는 멋떨어진 경치... 허나 길은 만만하지 않다.
봉우리에서 본 오늘 진행 방향이다. 이번이 세번째인데 한 번은 중간에 길을 잘못들어 엉뚱한 곳으로 내려 섰지만 두 길 다 경치는 그만인 곳...
뒤돌아본 신선봉. 바로 요 봉우리를 내려섰다..
이런 엄청난 슬랩 지대를 통과해서. 물론 밧줄은 잘 매여져 있지만 겨울이나 비올 때에는 위험한 지역이다.
조심 조심 무엇보다도 조심... 허나 경치는 그야말로 죽인다..
소나무와 바위가 어우러진 등산로. 언젠가 11월에 왔을 때도 소나무의 푸르름이 있어서 계절을 잊었던 곳이다.
와!!! 여기를 내려왔단 말이군..
지도에서 갈림길을 신경 썼는데 실제로 가보니 안내판이 잘 만들어져 있다. 방아다리 바위라고...ㅎㅎ
경치는 레포츠 공원쪽이 좋지만 경계는 연어봉쪽... 그런데 연어봉이라고는 처음 들어보는 봉우리 명이다... 처음 가는 길이 아니고 두번째나 되는데 ㅎㅎ.
여기서부터 길을 희미해지나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별 재미없는 길이 이어지다가 한 봉우리를 올라서면 짠 하고 나타나는 이 바위!!
연어 바위이다. 그러니까 연어 바위가 있어서 연어봉? 그 전에는 고래 바위라고 불렀던 것 같은데 고래가 연어로 변했남...
하여튼 월악산 주변 산은 정말 화끈하다. 이렇게 보여주려면 홀딱 벗고 화끈하게. 연어 바위 앞쪽은 대슬랩지대다. 그러니 전망이 오죽 좋겠는가?
반대편에서 본 연어 바위. 멀리 신선봉이 보인다. 시간을 보니 진행 시간 3시간. 널널하다. 여유가 있어서 준비한 간식도 먹으면서 경치 구경...
신선이 따로 없다.
슬랩 지대를 내려서면 숲길로 바뀌는데 이곳에 나타나는 안내판. 경계 돌기는 사시동 쪽. 그러니까 직진인데 여기서 잠깐 알바... 안부에 내려서면 옛날 기억으로는 오른쪽으로 내려서는 길이 확실했었는데 길이 없어져 버렸다.
그런데 사시동은 어디인고?
다시 오르막. 여기서부터는 처음가는 길. 오르막길이 확실하지는 않지만 오르막이니 별 문제는 없고...
봉우리. 능선 갈림길이다. 여기서 북쪽과 남쪽으로 능선이 갈리는데 경계는 남쪽 방향이다. 봉우리에는 온돌 흔적인지 참호 흔적인지 남아 있는데 글쎄 뭘까?
남쪽 내리막은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해서 적당히 내려가다 보니 정말 운이 좋게 다시 오르막 길을 찾을 수 있기는 했는데...
오르니 이곳도 참호의 흔적인지가 남아있다.
이제 차 소리도 요란하고 거의 끝이 보인다. 확실한 길을 따라 작은 새재쪽으로 가니 오른쪽으로 아스팔트 길...
적당한 곳에서 아스팔트 길로 치고 나오는데 가지 말라고 넝쿨들의 저항이 만만치가 않다...
놔라!!! 난 간다...
드디어 도착했다... 별 감동은 없다. 한 부분을 땜질해야만 해서일까? 시간을 보니 3시 45분... 여기서 충주가는 버스는 5시 15분이라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한 4 km 떨어진 송계입구까지 가면 4시 30분 쯤 지나가는 시내버스를 탈 것 같다.
부지런히 내달린다...
그래도 경계 사진은 찍어야 되겠지?
내려가다 보니 버스 정류장에 사시동이라고 표시되어 있다. 흠~~~ 여기가 사시동이라는 말이지..
결국 타긴 했다. 그래서 그 덕에 다리가 잔뜩 알이 배어 어기적 어기적 걸음걸이로 바뀌었다. 요즘 비 때문에 산에 안다녔더니 다리가 풀렸나보다...
산행중에 딴 버섯... 대충 먹는 버섯같아서 따긴 했는데 무슨 버섯인지를 알아야지... 그런데 돌아오는 시내버스에서 버섯 전문가 할아버지(?)를 만나 물어보니 뚝버섯이란다. 맛은 그저 그렇고... 일단 독버섯은 아니니...
집에 가져오니 집사람이 처갓집에 가져다 준단다. 일단 살만큼 산 노인네들이니 뭐(ㅋㅋ) 결과는 싸가지 없는 사위놈이 되어 버렸다...ㅎㅎ
의심이 많은 장인어른 절대 모르는 버섯은 안 먹는다고.... 넹...
해서 우리집 그늘에서 일단 말리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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