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운남 2001 여행

곤명에서 대리(大理)거쳐 육고(六庫)까지

정안군 2005. 3. 28. 09:41

<육고 버스터미널>

1 월 2 일 화요일

만만치 않은 화장실 사정을 알고 있기에 기차가 도착하기 전 볼일을 보려고 화장실을 찾고 있는데 높은 사람처럼 생긴 승무원이 밖을 가리킨다....

밖을 보니 사람들이 내리고 있다.....  

도착 예정 시간이 6 시 45 분이고 지금은 30 분인데 15 분이나 일찍 왔나 보다.   중국도 요즘은 빨리 다닌가 보다....  

대리 역으로 나오니 호객꾼들이 많이 있다.

한 사람이 끈질기게 붙어 가아드 북의 六庫를 보여주니 아! 류쿠하며 택시를 타란다... 그래 나도 알고 있어.....

 터미널까지 택시를 타고 가려는 중이란 말야....  호객하고 있던 택시 운전수에게 버스 하니 못 알아들어 버스라는 말이 중국어로 무엇인가 알아보려고 책을 뒤적거리다 펴는 순간 그 택시는 다른 사람이 타고 가버린다.   이거 뭐야..

 

근처 사람에게 류쿠를 또 한번 외치니 이번에는 남자가 봉고 버스에 데려다준다.   일본인이냐면서.....   승객들은 다 빠져나가고  호객을 하던 白族(바이족) 의상을 입은 아가씨들이 타자 출발하여 깜깜한 도시 속을 달려 버스 터미널에 데려다준다.......

Help bus 라 말하던 남자에게 버스비가 얼마냐고 물으니 서비스란다.  @ @ 엥!!!! 웬 서비스....

 좀 있으니 아줌마가 와서 돈을 달랜다 2원..... 그러면 그렇지...

 

7 시가 넘은 시간인데 버스 터미널 안은 황량 그 자체이다... 가게 노인에게 물으니 입구 매표소에 가라고 한다...  

표 파는 아가씨에게 류쿠라고 말하니 메이여우..... 엉... 메이여우라니 '없다' 그 유명한 말이잖아..... 없다니....  그다음엔 할 말이 없다.... 뭐라 하는데 알아들을 수 없고.... 오늘 없다는 것인지 아주 없다는 것인지.... 생각하다가 來 天 有?(내일 있어?)라고 써서 주니 있단다....  

내일 가 그러면 지금은 어디 가나  이 새벽에.... 잠시 생각하다 보산(保山)에 가기로 한다... 바오산... 있단다.. ^^
7시 30분발 25 원... 표를 받고 가게 앞에 앉아 있으니 처량해진다....

귀와 발이 시릴 정도는 아니지만 돌개바람이 불어 쓰레기를 날리고 있고 아직도 어둠이 가시질 않고 있으니 더욱 처량하다... TT  

공중변소에 가본 아들놈은 툭 터진 화장실에서 똥을 싸고 있는 사람이 있단다.    

좀 있으니 미니 버스가 들어와 반가운 마음에 얼른 타니 미적거리며 출발하지 않는다....  

피워대는 담배.... 목은 답답해지고 버스는 안 가고... 에이 이것이 중국이지...

 

30 분이 지나니 겨우 버스는 출발하고 좀 가니 고속도로이다... 어이구... 웬 고속도로 엉성하지만 차가 거의 없는 고속도로를 한 20 분 달렸나 차가 갑자기 우당탕거리는 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고속도로가 중간에 이상이 있어 만든 임시 도로인가 했더니 아니다.... 고속도로는 공사 중이고 이 길이 우리가 가야 할 길인 것이었다.  TT  

그러면 그렇지 200 km 도 안 되는 길을 고속도로로 간다면 5 시간 걸릴 리가 없지요...  

 계곡 사이로 왼쪽은 고속도로 공사장이고 오른쪽은 돌로 된 포장길인데 우리나라 비포장 도로보다 차가 더 튄다.... 왜냐고?   차의 충격 흡수 장치가 없으니깐!
아침도 못 먹었으니 배가 고파 한국에서 가져온 아몬드 한 봉지를 꺼내 먹다가 뒤에 앉은 어린이 생각이 나 한 움큼을 주고 생각하니 그 애기 엄마도 걸린다.... 착한 나...^^

어른들 수를 세어보니 운전사와 그 옆에 앉은 청년 빼고 4 명.. 하나씩 주기로 하고 우선 뒤에 앉은 애기 엄마에게 주니 싫다고 부끄러워하며 자기 뒤 구석에 앉은 애기를 가리킨다...  어 또 있었군...  

그래 그 애기나 주자... 부끄러워하다가 엄마가 받으라고 하니 받는다...  

 

길은 계속 계곡 옆을 달리다가 고개를 넘고 잠시 휴게소 같은 곳에서 휴식... 그런데 우리 옆 버스 앞에 류쿠라고 쓰인 버스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막 출발하려고 하여 류쿠라고 하니 그렇단다...  어떻게 된 거야....

아까 그 X 이 사기를 쳤나... 하여튼 옮겨 타기로 한다... 아들을 급히 부르고 짐을 옮겨 싣고 생각하니 버스표가 생각나 보산 버스 기사를 찾아 표를 주니 필요 없단다...  

그래 잘 가라... 나는 갈아타련다... 이제야 예정했던 본 괘도에 오르는 것 같다....

 

보산에 도착하면 그곳에서 육고를 갈까 아니면 미얀마 국경까지 가 볼까 여러 생각이 떠 올랐었는데 이제 정리가 되었다....  맞아 육고에 가기로 했으니 육고에 가야지..... 25 원 씩 50 원을 달라고 해 주었다..... 할 수 없지.... 머리가 나쁘면 돈이 들게 되어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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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버스 터미널이 하나밖에 없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것을 몰라 이런 실수에 돈 낭비까지 TT (다리에서 육고 30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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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무지하게 멋있고 무지무지하게 위험한 고개를 내려와 메콩강의 상류인 란창강을 건넌다...

아 라오스에서 건넜던 그 메콩강을 여기서 또 만나는구나.....^^

길은 멀었다.. 또 하나의 큰 고개를 넘어서야 육고였다.... 무려 8 시간.... 육고 입구에서는 검문이 있다....

 

외국인임을 안 공안 졸병은 영어가 되는 여자 장교를 데려 온다... "영어 해"  "한다"  "어디 사람 "   "한국 사람"   여기까지는 좋았는데 그다음 말이 아리송 다리송......

종이를 내밀며 써 보여 달라니깐 머뭇머뭇하다가 (모르는구먼 ^^)

여권을 가지고 내려간다...  버스 안은 재미있는 듯 수군거리고....

 

뭐 하나 하고 내려가 보니 여권을 보고 이것저것 적고 있다....

 

책에서 개방 지역을 보여주니 이곳은 개방 지역이 아니란다..... 그런데 돌려보낼 것 같지는 않다.... 돌려보낸다 해도 갈 수가 있나?   무려 8 시간을 왔는데...

여권을 돌려받고는 1시간여를 더 내려오니 드디어 류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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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 육고(六庫) - 怒江 리스족 자치주의 州都... 정보가 더 필요한 사람은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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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온통 헤쳐 놓아 먼지투성이이고 엉망이다....

너무 힘이 들어 내일 10 시간이 걸린다는 貢山까지 또 갈 수 있을까 생각하면서 시간을 알아보러 대합실에 들어가니 여기저기 시간이 붙어 있는데 호텔에서 나온 여자들이 둘에 40에 해준다고 유혹한다.....

 

우리는 일백억대반점(144원)에 묶을 예정이라 했더니 자꾸 가자고 해서 行 見 結定이라 써서 보여 주니 한 여자가 알아들은 모양이다....  
대기하고 있던 지프차에 올라 타니 다리를 건너 가는데 시내에서 너무 멀다.....    

 

차에서 안 내리고 싫다 했더니 그래도 한 번만 들어가 보란다....  4 층까지 올라가려고 해 뒤도 안 돌아보고 내려와서 오토바이 택시를 잡았다....

3원에 흥정해 호텔에 가는데 요놈의 운전사가 교통 위반을 했는지 공안이 와서 잡는다....

요 놈은 우릴 핑계 대려고 하나 눈치가 그것은 이유가 안된다는 식 같다....

 우리 보고 그냥 가라고 해서 우리는 돈을 주었으니 못 가면 돈을 내놓아라 했더니(못 알아듣는 영어로) 공안에게 사정을 한다..  

결국 공안이 지프차로 우리를 데려다 주기로 하고 호텔로 향하는데 원래 가기로 했던 곳이 아니고 노강 빈관에 데려다준다...

여기가 아니라고 안내 책에 쓰여있는 호텔을 보여주니 높은 사람이 귀찮은 듯 내리게 한다...

 

우리도 외관도 좋고 해서 그냥 묶기로 한다.... 고마워서

진로 소주팩을 주니 졸병 공안을 받았으나 그것을 안 고참 공안이 한사코 돌려준다...

우리는 절대로 받을 수가 없다는 태도로 완강하게.. 몇 번을 권해보아도 마찬가지여서 포기하고 마는데 우리가 한국인임을 알았으니 고마움을 갚으려고 한다는 것은 알았을 터.....

 

호텔 요금은 정보대로 100원...

나도 힘들고 아들도 힘들어해 이틀을 묵기로 한다....

먼지투성이가 된 몸을 씻으려니 더운물이 안 나온다.... 할 수 없지...

따뜻한 날씨라서 찬물도 괜찮아 보여 머리 감고 샤워도 하니 날아갈 듯하다.....   이제 밥 좀 먹자...    

 

시내 쪽으로 가다 흰 동전 전화기가 있어 전화를 해보니 국제 전화가 안된다....  

 

촌이라서 그런가?  

 

시장이 나오는데 별 특이한 것이 없이 생고기를 판에 놓고 파는 것이 좀 특이하지만 라오스나 캄보디아에서 많이 보던 풍경이고 돼지 부속 고기를 파는 곳이 있어 아들에게 물어보니 돼지 귀를 먹어보잖다.....  

 그래 한번 먹어보지....  

시키니 5 원 그냥 삶은 것 썰어주는 줄 알았더니 기름에 볶아 요리를 하여 밥과 같이 주는데 맛이 괜찮다...

고추 가루와 파도 넣어 입맛에 맞아 내일도 먹기로 한다....

 맥주랑 같이 시켰는데 8 원이 안된다...

 

호텔에 돌아와 내일은 무엇을 하나 생각하다가 잠자리에 들었다.....

 

산 중턱에 있는 집들도 전기는 들어가는 모양이다....

전기도 안 들어가는 오지는 중국에는 없다던데 그런 듯하다.. 하긴 여기도 중국의 오지 변방이지만 위성 접시 안테나들이 심심찮게 보였었다.

 


 


<육고 가는 길, 그 길가에 있었던 화장실들>

 


<당나귀 그리고 문명의 언저리가 혼재하는 육고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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