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일 월요일
으싸!! 다시 이동이다.
아들 이사하는 것 보고 가려고 했는데 역시 더운 나라 사람들은 시간관념이 우리와 다르다.
언제 올지 모른다 해서 그냥 나선다.
칠순이 넘은 장모님과 함께 하는 배낭여행인데 잘 견디실 수 있을지 걱정이 되기는 한다.
택시로 우선 SENTRAL로 가고 거기서 LCCT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장모님은 이제야 여행하는 것 같다고.
LCCT 식당에서 일단 밥을 먹는데 장모님이 맛있단다.
저번 태국 끄라비갈 때 했던 곳에서 줄을 서서 수속을 하려니 에어아시아 직원이 인도네시아는 이쪽이 아니라 R3 - R10 카운터에서 해야 한다고.
가보니 엄청난 인파다.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려 티켓팅을 하니 시간이 얼마 남지도 않는다.
역시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비행은 간단하다.
2시 30분에 LCCT를 출발해서 그 이름도 찬란한 파당 미낭까바우(MINANG KABAU)공항에 2시 30분 도착.
그러니까 시차가 한 시간이니 한 시간 걸린다는 말씀.
미낭까바우는 이 파당이 속한 서 수마트라의 민족을 상징하는 말인데 미낭은 ‘이겼다’ 까바우는 ‘버팔로’를 뜻한단다.
전설에 의하면 자바의 한 왕이 이곳을 쳐들어 왔는데 이곳에 살던 민족이 그 자바의 왕에게 버팔로 싸움을 제의하였고 기지를 발휘하여 그 버팔로 싸움에서 이긴 이 민족이 자신의 상징을 이긴 버팔로로 하였다고.
해서 건축물 모양도 버팔로 뿔을 흉내 내었고 여자들 머리 장식도 이런 모양을 하고 있다.
요즘도 현대 건물에 미낭카바우 양식의 지붕을 올려 민족의 상징으로 삼고 있기도 하다.
그건 그렇고 입국 수속을 하려니 먼저 내린 사람들이 먼가를 열심히 쓰고 있다.
받은 종이를 보니 신종 인플루엔자 진단지인데 거의 형식이지만 써서 내야 통과가 되니 참 이거야 원.
미리 비행기 안에서 나누어 주면 안 되남.
나는 3장을 써야 하니 엄청난 스트레스인데 출입국 담당 직원이 비자 수속도 하란다.
해서 집사람이 진단지를 맡고 비자 수속을 하는데.
한국에서 왔다니까 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았냐고.
이 자슥 꽤 우긴다.
걸렸으면 걸렸다고 하겠어?
일주일짜리 비자를 10달러 주고받는데 일단 10달러를 주면 영수증을 주고 그것을 바로 옆 창구에서 뭔가를 열심히 작업에서 꽤 폼 나는 비자를 여권에 붙여준다.
그래도 도장 하나로 끝내는 것보다는 훨 폼이 나네.
여기서 파당에는 가지 않고 그냥 부킷팅기로 직접 가기로 한다.
파당은 덥기만 하고 볼거리도 없다니까.
출구 바로 옆에 있는 환전소에서 환전을 하니 100 달러를 955,000원에 쳐준다.
뭐 공항에서 환전하는 것은 거의 미친 짓이지만 은행도 없고 하니 별 도리가 없다.
환전소 직원에게 부킷팅기까지 택시비가 어느 정도 하냐고 물으니 20만 루피아(Rp) 정도로 교섭하면 될 거라고.
나오니 택시 회사 직원들이 난리가 났다.
외국 사람 거의 없는데 택시 탄다고 덤비니 웬 밥이 나타났느냐 하겠지.
처음 놈은 24만을 달란다.
깎아 달라고 하니 공정 요금이라서 안 된다네.
그래.
그럼 다음 놈.
22만 달란다.
20만 하면 갈란다 하니 안 된단다.
다음 놈에게 가려고 하니 좋단다.
해서 20만에 부킷팅기로 가기로 한다.
택시는 일제인데 많이 낡았다.
그런데 이 자슥 완전 카레이서이다.
왕복 이차선 도로를 차선을 무시하고 내달리는데 초특급 납량특집이다.
오토바이와 차가 나란히 달리면 4대의 차량이 한꺼번에 달리기도 한다.
와!! 익사이팅 인도네시아이다.
장모님은 새로운 경험이라서 무척이나 흥분이 되나 보다.
평지를 한참 달리더니 올라가기 시작한다.
꼬불꼬불 고갯길을 엄청난 엔진 소리를 내며 달린다.
옆에 기차 길이 나오기도 하고 폭포가 나오기도 하는 분위기 아주 좋은 길을 달리는데 운전 사정이 엉망이라서 운전수 옆에 앉은 나는 있지도 않은 브레이크를 밟느냐 다리에 쥐가 날 지경이다.
ANAI 계곡의 폭포에서 사진 찍고 가라는데 두 모녀는 정방 폭포가 훨 났다며 그냥 가자고.
그렇게 비교하면 안 되는 것인데.
늘 비가 온다는 파당판장을 넘으니
역시 고원 지대답게 새파란 하늘이 참 정겹다.
공항에서 부킷팅기까지는 91 km 정도 된단다. 거의 두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는데 길 사정이 좋질 않아서 그런가 보다.
그런데 이 자슥은 한 시간 40분 만에 우리를 부킷팅기 시계탑에 내려놓는다.
다시 돌아 가야하니 몹시 서둘렀나 보다.
오든 도중 주유소에서 기름 넣게 돈을 달라고 해서 반을 주었고 도착해서 반을 주니 세계 공통 제스처인 두 손가락을 싹싹 비비면서 팁을 달란다.
미친 놈.
카레이서 차를 타고 오느냐 십년을 감수했구먼 팁은 무슨 팁.
그냥 돌려보낸다.
그건 그렇고 호텔을 잡아야 한다.
정보는 거의 없고 ESORANG(www.esorang.com) 홈페이지에서 읽은 여행기 일부가 머리속에 남아 있는 것이 전부.
LP에서 복사한 지도 뒤에 호텔 정보를 다 써 놓았는데 그 지도가 든 가방을 아들래미가 자기 일터에서 안 가져와 그냥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으로 질렀다.
두 모녀는 시계탑 공원에 남겨두고 호텔을 물색하러 나선다.
경찰관에게 물어보니 한 방향을 알려주는데 그 방향으로 조금 가니 노보텔이 나온다.
홈피에서 본 그 폼 나던 노보텔이
무굴 양식이라던가?
지붕 모양이 청나라 황제가 쓰던 모자처럼 생겼다.
미리 인터넷에서 예약하려고 했는데 100달러가 넘는 돈에 그나마 완전 매진되어 들어 갈래야 들어갈 수도 없었다.
그 호텔 앞에 BENTENG 호텔 안내판이 있어 한참을 걸어가 확인해 보니 가격도 비싸고 일단 중심가에서 너무 멀다.
다시 노보텔 근처로 돌아와 좀 비싸지만 GALLEY 호텔 VIP 룸을 좀 깎아서 얻는다.
가격은 비밀(원래 50만으로 되어 있는데 많이 깎긴 깎았다)
호텔 옆 Sovya 극장은 문 닫은 듯 파리만 날고 있는 중.
침대가 3개이고 소파가 놓인 방이 있어 좋은데 로비가 없어 두 모녀는 그랬나보다.
저녁은 라마야나 몰 옆 노점에서 그 대표적인 음식 나시고랭을 먹는데 이 놈의 인도네시아에서는 음식 때문에 꽤 고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보카도 주스는 맛이 좋지만 주스만 먹고 살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전에 자바에 갔을 때에도 중국 식당이 있어서 먹고 살았는데 이곳에도 중국 식당이 있기는 한지.
집사람은 과일을 사러 간다고 하고 나는 땅콩을 좀 사려는데 값이 얼마인지를 알 수가 있나?
한 통을 담기에 적은 것 같아 두 통을 담았더니 15,000이란다.
아니 왜 홀수?
해서 눈을 부라리니 1,000짜리 돈 두 장을 더 준다.
순진하기도 하지.
더 내 놓으라고 하니 안 된다네.
해서 도로 물렸다.
왠지 속이는 게 기분 나빠서.
가격이 싸긴 한데 십만 단위로 노니 싸다는 생각이 안 든다.
우리나라 가격으로는 8로 나누면 되는 듯한데 10여 년 전 인도네시아에 왔을 때도 그랬는데 요즘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가 같이 고전 중이라는 말이 실감이 난다.
동남아시아 돈은 우리나라 돈에 비해 올랐는데 이 나라와 우리나라만 제자리걸음을 했나보다.
어둠이 깔리는 공원 광장에 앉아서 주변을 보니 부킷팅기라는 말이 높은 언덕이라던데 정말 높기는 높다.
물론 더 높은 산들도 부킷팅기를 내려다보고 있지만.
Merapi와 Singgalang이라는 화산이다.
호텔이 오니 집사람이 울상이다.
그 좋아하는 망고가 없다고.
그래도 오는 도중 깔려 있는 듯 길가에서 팔던 두리안이 있어서 나름 위안은 되나보다.
다행히 호텔 TV에 영화 채널이 있어 캐러비언 해적을 본다.
오늘 참 멀리도 왔다.
부킷팅기의 상징 시계탑
시계탑 앞의 젊은이들
하룻밤만 재워 주면 안 되남 - 노보텔 더 힐 -
이틀 밤 신세를 진 갤러리 호텔
두 모녀 시장 구경에 나서다
아래 동네와 멀리 화산이 보인다
시계탑 광장의 관광용 마차
미낭까바우 양식의 지붕 넘어로 석양이
여행 팁
비자는 비자 도장이 찍히는 날 부터 하루입니다. 잘 계산하세요... 그러니까 일주일 비자일 경우 일요일에 도착하면 다음 일요일까지가 아니고 토요일까지입니다. 하루 넘기면 벌금이 20달러라든가 그렇지요?
한달 비자는 25 달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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