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비가 흔합니다.
가을비는 농사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고 하던데.
기록적인 폭우, 기록적인 폭염.
이런 것들이 지구촌의 화제인가 봅니다.
기상이변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고 그냥 자연 현상인데 과대평가를 한다고 하는 사람도 있고.
어쨌든 가을은 파란 하늘이 제격인데.
그런 날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파란 하늘을 나는 빨간 고추잠자리.
이런 그림이 주는 느낌이 좋네요.
2010년 8월 13일 금요일
다시 이동하는 날.
그나마 멀지 않은 興坪이라서 부담은 되지 않지만.
터미널까지 슬슬 가니 터미널에서 막 떠나려는 차가 있네.
바로 타고 출발하는데 다시 원시 시대로 돌아간 느낌.
다시 미니버스에, 버스 안 시설도 貴州省에서 타던 그대로.
괜히 집사람에게 미안하다.
에어컨은 되긴 하는데 출발하자마자 꺼버려 자연 바람을 맞으며 가라고.
그래도 주변 경치가 너무 좋아 집사람은 버스 사정에는 신경을 안 쓰는 눈치이다.
興坪가는 길은 엠보싱의 세계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다.
梵淨山에서 金頂보고 놀랐는데 이 동네에 오니 그런 바위는 널렸다.
그러니까 대접을 받으려면 위치를 잘 골라야 한다니까.
농촌의 풍경이 옆으로 지나가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조그만 소도시에.
興坪이다.
興坪과 陽朔 사이에는 이런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이 동네는 우리처럼 시외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고 거의 다 관광회사 버스를 타고 오거나 아니면 유람선을 타고 이 동네에 도착해서 관광회사 버스로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
그래서 타고 온 버스 안에 관광 목적으로 온 사람은 우리 부부와 젊은 쌍쌍 밖에는 없었다.
인터넷에서 미리 봐둔 老地方이란 호텔은 호텔이 아니라 유스호스텔이었다.
터미널에 도착하니 옆 건물 벽에 이정표를 잘 붙여 놓았더라고.
450m 정도 이동하면 된다는데 동네 구경 겸해서 슬슬 걸어가기로.
그런데 삐끼들 극성에 걸어가기도 쉽지 않더라는.
작은 동네에는 벌써부터 패키지 여행객들로 그득하다.
한 낮에는 중심거리가 남북 방향이라서 그늘이 없어 걷기가 힘이 든다.
그늘이 없는 땡볕이라서 좀 힘든 걸음으로 老地方, 영어로 This Old Place라는 유스호스텔이 도착하니 겉모습도 깔끔하고 잘 꾸며 놓았다.
도미토리까지 있으니 서양 여행객에게 인기가 있는 듯 쉼 공간에는 몇몇이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그래서 그런지 방 사정도 그다지 넉넉하지 못하다.
2층에는 방이 없고 3층에만 있다고 해서 1시간 반을 기다린 다음 2층 방을 얻는다.
표준방이 100원인데 죽어도 할인은 안 해준단다.
와이파이로 무선 인터넷이 검색이 되고 깔끔하게 꾸며진 방이다.
그 대신 TV나 뭐 이런 문화 시설은 없다.
그냥 경치나 즐기라는 것인데 창문 밖도 이웃집 지붕 너머 볼록 봉우리 몇 개 만.
주인 이름은 일명 Leo인데 카페에 있는지 이곳에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호스텔 곳곳에 그의 흔적을 남겨 놓았다.
2002년도에 자전거로 티베트를 여행한 듯 카일라스 산의 사진까지 있고 많은 어린이들의 사진이 벽에 장식이 되어 있다.
만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만리 여행하는 것이 못하지 않다는 한자 구절이 적혀있는 종이가 벽에 붙어 있는 것을 보니 여행을 통해 많이 배운 듯.
나하고 생각이 같은 사람이다.
유스 호스텔 건너편에는 이런 봉우리가.
아마 요 놈이 전망대 구실을 하는 老寨山일 터.
꽤 경사가 심해 보인다.
길거리는 강한 햇살 때문에 다니는 사람이 없다.
길 옆으로는 관광지답게 각종 기념품을 파는 가게들.
점심은 근처 허름한 식당에서 桂林未粉으로 하는데 계속 실패다.
오늘도 국수발과 국물이 따로 놀더라는.
그리고는 강 유람을 하려고 부두에 나가서 근처 경치 구경을 하면서 삐끼가 접근해 오길 기다린다.
조금 있으니 의도대로 삐끼가 접근해와 가격 절충을 한 후 뱃놀이에 나서는데.
우리 뱃사공..
사람도 노인네이고 배도 노인네.
햇살은 무지 뜨겁지만 그래도 배위는 좀 낫다.
뱀부 보트라고 한자로는 竹船인데 사실 대나무배는 아니고 플라스틱 통으로 밑바닥을 대고 그 위에 대나무로 의자를 만들어 그나마 분위기를 살린 거.
桂林에서부터 온 대형 유람선들이 관광객들을 모두 내려놓고 다시 돌아가느냐 바쁜 그 틈으로 우리 조그만 배는 달린다.
엔진 성능이 시원찮은지 영 시원스럽게 달리지를 못하는데 어쨌든 주변 경치가 좋아 만족이다.
물이 어쩜 이렇게 맑을까?
가끔씩 물소도 보이고 웨딩 촬영에 나선 예비 신랑 신부의 모습도 보인다.
괜찮은 봉우리들은 뭔가 한 가지씩 이름이 붙었을 텐데 우리는 그런 것을 알 수 없고 그냥 사진이나 찍으며 주변 구경을 즐길 수 밖에.
그래도 좋더라고.
절벽에 새겨진 무늬가 말 모양이라서 九馬畵山이라는 것만 눈치로 알겠더라는.
뭐 그런 거 모르면 어때.
그냥 즐기면 되지.
2시간 가까이 타고 오니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리고 완전히 깜씨로 변했다.
저번 梵淨山 등산 때 탄 후 관리를 안 했더니 이 모양이 된 거.
뭐 할 수 없지.
돌아 올 때 보이는 선착장 근처의 老寨山은 경사가 심해 올라가기가 만만치가 않겠던데 그래도 올라가봐야 되겠지?
뜨거워서 돌아다닐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긴 할 일도 없고.
뱃놀이 후 오후 방에서 보내다가 오후에 다시 나들이.
일단 옥상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 가보는데 저녁 해질녘에는 그쪽이 서향이라서 안 되겠고 좀 해가 기울면 경치가 괜찮겠다.
이따가 다시 한 번 와 보기로 하고.
슬슬 걸어서 터미널 뒤쪽으로 가보니 넓은 초지가 있고 그 쪽으로 샛강이 흐르는데 분위기가 내 마음에 쏙 드는 곳이 나온다.
여기는 이렇게 도시 중심부에서 몇 걸음만 걸어도 한가로운 농촌의 풍경이 펼쳐진다.
이래서 興坪이 배낭여행객들에게 인기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이런 골목길을 빠져 나오면.
정말 몽환적인 분위기가.
참 그림이 좋다.
그린 그린 그래스 어브 홈...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빨래하는 사람 그리고 목욕하는 사람들.
물 속에는 다슬기가 꽤 많이 있었는데 골재 채취를 해서 인지 파인 곳이 많아 물 속에 들어가기는 위험해 보인다.
이제 슬슬 어두워지는 시간인데 길거리는 막차 패키지 관광객들인지 자기 버스를 찾아 타기에 바쁘다.
이들은 이 동네의 모습을 어떻게 기억하고 지나갈까?
저녁은 한 식당에서 내 전용 메뉴인 靑椒肉絲 그리고 집사람은 우렁이 요리.
이름이 田螺가 들어가는 요리인데 田螺라는 표현이 우렁이를 중국에서 이렇게 쓰는 듯.
螺는 라인데 소라란다.
그러니까 우렁이는 논의 소라라는.
먹어보니 우렁이는 중국 요리가 아닌 우리나라 된장국에 들어가야 맛이 가장 잘 어울릴 듯.
옆자리에 서양인 짝꿍이 있기에 우렁이 요리를 맛보라고 했더니 몬도가네 식 표정을 하고는 하나 먹어 보더니 괜찮다나?
이들이 프랑스 사람이 아닌 것은 잘 알겠더라고.
프랑스는 달팽이를 먹으니.
뭐 달팽이나 우렁이나.
하긴 그래서 프랑스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흉잡히는 거 아닌가?
달팽이 먹는 나라라고.
요즘이야 문화 현상이라고 해서 이런 것에 신경을 덜 쓰기는 하지만.
이 아가씨 한국에서 이런 것 잘 먹느냐고 묻던데 그렇다고 말은 해주었지만 한국 사람들 매일 우렁이나 먹는 줄 아는 것 아냐?
나도 어려서 먹어보고는 몇 십 년 만에 처음이구만.
그건 그렇고 중국 사람들 힘들겠다.
아무리 글자 수를 줄였다고는 해도 이렇게 글자 수가 많으니.
그러고 보니 내일이 내 생일이란다.
생일이 거의 방학이어서 집에서 지낸 적이 언제인지도 모르겠다.
내일은 역시 미역국 구경하기는 틀렸고.
한 살을 더 먹는다고는 하지만 전혀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러다가 늙어서 죽는 거겠지만.
철관음이라는 차를 江口에서 샀었는데 오늘 먹어보니 역시 좋다.
괜히 아끼다 맛이 다 달아난 다음 먹지 말고 맛날 때 먹어야 되겠다는.
괜찮은 그림이 나올 것 같아서 숙소 옥상에 올라가니.
오~~~
그래..
바로 이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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