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가 끝나고 드디어 가을이 시작되나요?
지난 토요일은 고향에 가서 벌초를 했습니다.
비가 내리는 중이었지만 다시 올 수는 없어서.
잠간씩 비가 그치면 모기가 무지하게 대듭니다.
어쩌겠습니까?
게네들도 동물성 단백질을 섭취하여야 조상이 준 사명인 종족 번식에 나설 수가 있다니.
자연의 섭리란 묘합니다.
아무리 험한 날씨가 이어져도 자연의 법칙은 적용된다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제 수확의 계절 가을입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가을 어떤 수확을 기다리고 있나요?
2010년 8월 14일 토요일
눈 뜨자마자 老寨山으로.
경사가 심한 모습이 조금 겁을 주기는 하지만 이런 산일수록 올라가 보면 별 것 아닌 경우가 많기에 마음을 다스리고.
자~~~ 도전~~~
竹寨飯店이라는 문이 산에 오르는 들머리이다.
그런데 왠 장애인 상징 그림이 바닥에.
내려올 때 알게 되는 것이지만 정상 가는 도중에 강가쪽으로 아담한 정자가 있는데, 거기까지 횔체어로 올라갈 수 있도록 경사로를 만들어 놓았더라고.
알 수 없는 중국.
교통질서를 보면 아직 야만의 시절인데 이런 것을 보면 상당한 수준에 도달한 것도 같고.
본격적으로 등산길이 시작된다고 알리는 알림판.
상당히 조잡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길을 찾았다는 표시이니 반갑더라는 거.
아침 일찍 깬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
이 산의 모기들도 손님 받을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어서 올라가는 도중이라도 팔의 움직임이 없으면 여지없다.
아프기는 왜 그리 아픈거여.
웬 성문처럼 보이는 시설을 지나니 갈림길이 나오는데 성문을 통과하여 오른쪽 길로만 거의 올라가는 듯.
거기서부터는 경사가 더 심해지기는 하지만 중국 산행의 전통 방식인 계단을 잘 만들어 놓아서 조심만 하면 위험한 구간은 없다.
20분 정도 올랐나?
정상이다.
동쪽으로는 해가 떠오르면서 색깔도 조금씩 진해지는데 역시 사진 찍기는 뜨는 해보다 지는 해가 낫다.
興坪 시가지도 아직은 조용하고.
생각보다 싱겁게 올랐는데 그것만 싱거운 게 아니더라는.
아침 해가 뜨는 쪽의 모습이 조금 괜찮지만 전체적으로 그림이 陽朔의 전망대 산만큼 나오질 않는다.
또 공간도 협소하고 정자에서 봉우리로 이동하기 어려운 상태라서 어려가지로 비교가 된다.
그래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올라와 있다.
일단 올라 왔으니 뭔가 건지긴 해야 되는 거 아냐?
해 뜨는 쪽을 향하여 사진 몇 방 날리고 봉우리에 올라서 반대쪽 몇 방.
강건너 마을은 하회 마을처럼 물도리동인데 전체가 사진에 잡히질 않는다.
건너쪽 봉우리도 함 올라가 봐~~~
에이 아서라..
올라가기도 쉽지 않아 보이고 괜히 떨어지기라도 하면..
으~~~
생각하기도 싫다.
그쪽은 사람도 올라가지 않던데.
다시 정자쪽으로 와서 시가지 사진 한 장.
영 감동이 안 온다.
눈이 높아진 듯 웬만하면 이제 감동이 없다.
완전 배불렀구만.
얼마 있지 않아서 내려오기로.
그런데 대단하다 중국놈들.
나보다 앞서서 내려오던 세 명의 중국인이 있었는데 계속 떠들면서 내려오니 속도가 더딜 수밖에.
얼마나 천천히 내려오는지 내가 속이 터지는데.
우리나라 같으면 미안해서 먼저 내려가라고 길을 비켜줄 텐데 그런 것 없더라고.
들고 있는 물병으로 앞에 있는 여자애 머리통을 날리고 싶을 정도.
그런 것에 미안해하는 우리가 잘못된 것인가?
내려오다 보면 강가 쪽으로 정자가 있는데 계단에 뭔가가 쓰여 있어서 잘 보니 일본과 중국의 역사 관계이다.
몇 년도에 불교를 받아들이고 전쟁이 있었고 또 국교가 회복되고.
왜 이런 것이 이곳에 있나?
손중산과 옆 어촌이라는 마을이 뭔 관계가 있다고 하다만 그것 때문인지.
그리고 조금 더 내려오면 일본인들이 해 놓은 것인지 일본 유학생들이 해 놓은 것인지 기념 조각을 길옆에 박아 놓았더라고.
일본의 힘과 숨결이 이곳에서도 느낀다.
호텔로 돌아가 집사람을 데리고 정자에 다시 데리고 오는데 별 감흥이 없나 보다.
죽선들은 상류쪽으로 열심히들 올라간다.
올라가면 뭔 일이 있나?
선착장에 서니 아직 패키지 관광객들이 없어서인지 큰 배들의 움직임은 없다.
지금은 대기 중인 듯.
여기와도 집사람은 시큰둥.
나는 이곳이 산꼭대기보다 그림이 더 좋던데.
뭐 사실 좋은 경치도 오래 보면 그냥 그렇고 그런 경치로 변하니.
이 동네는 시골이라서 아침 먹기가 만만하지 않을 것 같다.
해서 老地方 카페를 찾아가서 먹을 만한 메뉴를 찾아보기로.
이 카페는 서양식이 준비되어 있어서 이른 시간인데도 서양인들이 아침을 먹고 있더라고.
아메리칸 스타일로 시키니 호텔 뷔페에서 먹던 그런 음식이 나온다.
헌데 빵이 정말 달인의 경지이다.
벽돌가지고 빵을 만들다니.
이 동네 빵 만드는 기술은 아직도 갈 길이 먼 듯.
프랑스 식민지 경험이 없어서 그런 가? ㅎㅎ
카페가 있는 부근은 옛날 건물들이 밀집한 고성 지역인데, 그 앞길은 깃발 부대의 구경거리 이동로였다.
모자부대를 이끄는 깃발.
엄청난 숫자가 이동 중이다.
이들의 구경거리에 당연히 우리도 들어가고.
이 카페 무지 비싸다.
그래도 오늘이 내 생일이니 뭔가 특별식이 필요한 것이니 이것으로 대신하기로.
옛날 고성이라는 구 시가지를 둘러보는데 눈이 높아진 우리에게는 엉성한 거지 동네에 불과하다.
그 이후 오후는 빠져나간 에너지를 충전하고자 꼼짝하지 않고 시체놀이.
2시가 좀 지나서 점심을 먹으려고 요리를 하는 식당에 갔더니 모두 단체 손님을 받느냐 정신이 없다.
우리처럼 2명은 눈에도 들어오지 않는지 쳐다보지도 않더라는.
해서 그냥 철수.
그래도 굻을 수는 없어 국수와 볶음밥만 하는 집이 생각나서 오후 늦게 볶음밥을 먹으러 가서 볶음밥을 시킨다.
사실 일본이나 중국이나 반찬이 없으니 시킨 것만 나오니 그냥 밥만 먹을 수가 있나?
밥만 먹기가 그래서 메뉴에서 뭔지도 모르고 국물이 있는 것을 시켰더니 그것이 김국 같은 거더라고.
紫菜라는 것인데 대만에 갔을 때 먹은 기억이.
정식 이름은 紫菜蛋花.
蛋자가 새알 단자라는 것을 오늘 배운다.
달걀이 풀어진 것은 꽃으로 표현하다니 한자 표현이 멋있기는 하다.
아니 이들의 요리 이름 표현이 멋있는 건가?
다시 시체놀이.
해가 저물었을 때 漁村 마을까지 가는 트레킹 코스가 있다는 길을 찾아보기로.
老寨山을 끼고 돌면 길이 있을 것 같아 몇 번을 시도했더니 제대로 길이 나오기는 하지만 시간이 늦어서 끝까지 갈 수는 없었고 고갯마루에 서는 것으로 오늘 일정은 끝낸다.
동네 안길을 지날 때는 진한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을 하고 별 아름다운 모습이 적지만 그래도 자몽인지 커다란 귤 같은 것이 매달려 있는 나무 사이를 지날 때에는 분위기가 나름 괜찮더라는.
해질녘에 옥상에 올라가서 앉아 있는데 어제 우렁이를 먹던 쌍쌍이 나를 보더니 엄청나게 반가워한다.
역시 먹는 사이에 정이 쌓인다는.
저녁을 먹으러 어제 갔던 식당에 가니 사람들이 가득이다.
좀 기다려 달라고.
주인이 싹싹하고 동작이 빠른 것이 장사를 아주 잘한다.
이런 여자를 며느리 삼으면 우리 아들 밥걱정은 안 하겠다만.
뭐 기다리라면 그까이거 뭐 대충 기다리면 되지.
오늘도 집사람 우렁이 요리를.
왠 우렁이를 그렇게 많이 먹나?
이렇게 별스럽지 않게 생일날이 지난다.
하긴 남 나라에서 특별식을 먹으니 별스러운 것일지도.
내일 하루 이곳에서 더 있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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