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랑 충주 이야기

충주화교소학교 벽에 쓰여 있던 글 '무망재거(毋忘在莒)'

정안군 2011. 2. 2. 20:16

충주에는 갱고개 길이라는 고갯길 아닌 고갯길이 있다. 승용차를 타고 지나면 고개라는 생각이 전혀 안 들고 걸어서 넘으면 조금 경사가 느껴지는 정도이다. 이 갱고개 길은 내가 처음 이곳에 왔을 80년대 초에는 한산한 고갯길이었으나, 유원아파트가 세워지고 나서 연수동과 연결도로가 뚫리고는 충주에서 가장 번잡한 도로였다.

 

그러다가 우회도로가 개통되고 그 부담을 덜기는 했지만, 지금도 충주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도로로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성내동에서 갱고개를 넘어가는 초입에 화교소학교가 있다

 

<사진 출처 다음>

 

한겨레신문 기사에 의하면 1950년대에 세워진 화교학교란다.

 

“한때는 학생 수가 100명이 넘었다고 해요. 지금은 단 2명뿐입니다.” 화교로 충주에서 태어나 이 학교에서 배웠다는, 화교소학교 교사 주배환(37)씨가 친절하게 설명했다.

 

30~40년 전까지 충주엔 화교 수백가구가 식당·포목점 등을 운영하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중국식당이나 중국한의원을 하며 몇 가구만 간신히 그 수를 유지하고 있는 듯한데.

 

어쨌든 그 빛바래가는 학교 건물 벽엔 무망재거(毋忘在莒)라는 글자가 또렷하다.

 

<사진 출처 : 한겨레신문>

 

소학교 앞길은 내 통근길이기도 해서 퍽 궁금했던 글자이기도 했다.

 

신문기사에 의하면 이 사자성어는 제나라 환공에게 재상 관중이 ‘거(莒)’ 땅으로 쫓겨 가 고생했던 일을 잊지 말고 올바른 정치를 하라’고 한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요즘 사기를 읽으면서 그보다는 다른 뜻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물론 올바른 정치도 하라도 어떤 면에서는 맞는 의미이겠지만, 지금은 모택동군에게 쫓겨 궁색하게 작은 땅 대만에 있지만 거(莒)라는 작은 나라 그곳에서 몸을 일으켜 전국시대의 패자가 된 환공의 예를 보며, 언젠가 우리도 중국 본토의 패자가 될 것이라는 장개석의 미래 의지를 담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다.

 

중국과 수교하기 전 우리나라는 대만과 수교를 하고 있었고 그 때 우리나라 화교들은 정치 관계 상 대만의 영향력 아래 있었다.

 

허나 지금은 대만과의 수교 관계는 끊어지고 중국과 관계가 맺어졌는데 이 무망재거라는 말은 아직도 유효한가 그것이 궁금하다.

 

우리나라 화교는 사실 산동성 출신이 대다수라서, 대만에 유입된 본교 중국인들과도 친근감도 없을 테고.

 

처지가 궁색하니 말까지 궁색해진 느낌이 든다.

 

아직도 그 사자성어는 화교소학교에 유효한지.

 

아니 우리나라에 사는 화교에게 유효한지.

 

점점 강성해져가는 중국에 비해 우리나라에서 점점 수가 줄고 있는 화교들만큼이나 힘을 잃고 있는 말은 아닌지.

 

무망재거’(毋忘在莒)

 

 

[부분 출처] 한겨레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