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들어가기
참 오래된 느낌이다.
저장된 자료(충주에서 통일전망대까지 輪行記)를 찾아보니 지난 참여정부 시절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하던 바로 그 날, 충주에서 제천까지 가고는 그대로 멈췄다.
그래,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춘지 벌써 5년이 지났다.
그 동안 정말 많은 일이 있었다.
나에게든 우리 나라에게든..
자, 오늘은 그런 것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신나는 잔차질 모드로 돌아간다.
2. 제천가기
일단 제천까지는 가두었으니 오늘은 제천부터 잔차질 시작이다.
그러니까 제천까지는 버스로 이동하면 되는데.
일단 충주 버스터미널까지 잔차로 슬슬 이동.
페니어가 싸구려라서 대번 느낌이 다르다.
길 상태가 좋질 않으니 중간에 길바닥에 떨어지기까지.
이번 여름 중국에서 이대로 하기는 힘들겠다.
아무래도 새 패니어를 준비해야 할 듯.
제천가는 버스는 8시 15분에 있고 요금은 4,600원.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가던 사람이 묻는다.
비싸 보이는데 얼마냐고?
ㅎㅎ..
대답하지 않고 웃기만 했다.
이런 때는 정말 난처하다.
잔차는 앞 핸들만 돌려 직행버스 짐칸에다 수납..
뭐 간단하지.
그리고는 간다..
제천으로..
산척. 백운. 봉양 그리고는 제천...
여전히 5년전이나 크게 변함이 없는 제천버스터미널인가 했더니 겉을 새로 꾸몄나?..
뭔지는 모르지만 분위기가 조금 달라지긴 했다.
짐칸에서 자전차를 내려 일단 핸들을 바로 잡고 짐을 정리한다.
그리고 증명 사진 한 장부터..
2. 제천 버스 터미널에서 주천 사거리까지(17.5 km)
일단 시내를 빠져나가는데 길 상태가 정말 더럽다.
울퉁불퉁.
폐타이어를 조각내 깔았다는 자전차길은 왜 이음새 부분이 엉망일까?
온도 변화에 따라 상태가 바뀐다는 간단한 생각도 못하는 사람이 설계했나?
일단 비둘기 아파트까지 올라간 뒤 오른쪽 길로 돌아 직진.
그리고 외곽도로에서 조금 더 가면 도로 표지판이 보인다.
지방도 82번.. 주천, 평창 방향..
여기서 조금 더 가면 사거리..
사거리는 사거리인데 왼쪽으로 쏠린 길..
멀리 강원도의 상징 산들이 첩첩히 겹쳐 보인다...
오늘 갈 길이 만만하지 않다는 표시겠지?
주천가는 길은 시작부터 오르막이다.
다시 시작하는 긴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의 시작..
송학면 포전리와 송학리를 지나면
도계이다.
정확히는 충청북도 제천시 송학면과 강원도 영월군 주천면의 경계..
고개 마루에 있는 도계 표지판에서 내려 달리면 나오는 금마리..
골짜기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금마리는 생태마을을 내세우는 모양이다.
그리고는 다시 오르막.
오르막 정상에 서니...
고개 이름은 없고 웬 공원이..
금마리 독립 만세 공원이란다.
여기서 좀 쉬고 다시 내리막을 달린다.
얼마 안 가 나오는 주천 사거리..
주천 우회도로와 시가지로 들어가는 길이 만난다.
주천은 전설의 고장.
그러나 지금은 쇠고기의 고장이다.
이름하여 다하누촌..
3. 주천 사거리에서 평창 삼거리까지(26.7 km)
시가지 바로 전에는 주천강이 흐른다.
주천강은 강원도 횡성군 둔내면 화동리 태기산 남쪽에서 발원하여 상원천, 법흥천을 더하여 흐르는데 주천 이근에서 주천강이란 이름을 얻는다.
영월군 서면 옹정리에서 평창강에 합류되어 그 이름을 다한다.
주천은 여기에서 멀지 않은 절 법흥사에 가기 위해 여러 번 지나갔던 동네이다.
다하누 쇠고기도 한 번 시식해 보고..
오늘은 그냥 간다.
구제역 파동 후유증인지 오늘 지나가는 다하누촌은 정말 파리 한 마리 없다.
이 동네는 불편한 기억이 있다.
법흥사가는 길 옆에서 레스토랑을 한다는 제자를 찾아 갔다가 그 친구의 말대로 사장이 아닌 그냥 기사여서 서로가 민망했던 슬픈 기억이.
주천 삼거리를 지나면 이상한 도로가 나온다.
내리막 같은데 오르막이고 조금 오르막 같은데 엄청나게 오르막이고 조금 심하다 싶으면 경사가 무지 심한 곳..
이곳을 한참 간다.
그래도 아직은 힘이 빠지지 않아 그다지 힘들이지 않고 오르는데 그리고는 신나는 내리막이다.
엄청난 짐을 채운 트럭 정도는 가볍게 추월하겠더만 잔차가 트럭을 추월하면 되남.
그 내리막이 끝나면 정말 짠하고 멋진 모습이 등장한다.
평창강이다.
평창강은 서강이라고도 하는데 길이가 149 km에 이른다. 평창군 용평면 노동리 계방산 남동 계곡에서 발원하여 영월군 영월읍 하송리와 팔괴리 사이에서 동강과 합류하여 남한강을 이룬다.
한강을 따라 짚어가는 우리 역사(신정일)에서 정리.
주천에서 평창가는 길은 초행인데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다.
앞으로 도돈에서 만나는 평창강이 그대로 오버랩되는 듯..
여기부터는 정말 환상 코스이다.
길은 완전 평면에.
강을 끼고 가니 경치도 좋고.
그러나 나보다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먼저 와서 터를 잡고 살고 있다.
이름하여 팬션 촌.
벼리 별 이름의 팬션이 다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조립식으로 지어 그다지 품위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간혹 괜찮은 곳도 보이긴 하는데.
그런 것만 무시하면 정말 산 좋고 물 좋은 경치가.
길은 좋다.
그냥 좋은 것이 아니라 완전 좋다.
그러다가 옥동초등학교 버스가 정지되어 있는 곳을 지나는데..
영월 화석박물관이란다.
분위기가 너무 좋아 박물관 앞 잔디밭에서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시간을 보니 두 시간 정도 왔다.
좀 쉬고 다시 출발..
분위기는 앞과 비슷하다.
맑은 강 그리고 푸른 숲이 있는 산.
그러다가 영월과 평창의 군 경계를 지난다.
기분좋은 만남 평창..
그래 기분 좋은 만남이 되자.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는 평창.
그래서 익숙한 이름이 되었다.
앞에 혼자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다.
아무래도 도보여행에 나선 사람 같다.
어떻게 인사를 하면 폼이 날까?
그냥 옆으로 지나치면서 왼손을 들어 인사를 한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사람은 그 사람대로..
나는 나대로 폼나게 여행하고 있다.
뭔 말이 필요하랴?
호밀을 심어서 거둔 밭이 보인다.
볏짚을 말아 놓은 것은 많이 보았어도 호밀은 처음이다.
역시 강원도다.
길 옆에는 길 안내 표지가 서있는데 목표가 도돈이다.
도돈은 평창가기 전에 있는 동네 같은데 중요 지점인 듯 했다.
가서 보니 그랬다.
도돈은 영월에서 장평가는 국도 31번과 만나는 삼거리가 있었다.
평창강을 건너 조금 고개를 오르면 생태마을이 나온다.
도돈리는 참한 동네같다.
여기서 작은 고개를 넘으면 다시 평창강과 만나는데 주천 넘어 평창강을 보았을 때 낯 익었던 풍경이 여기 있었다.
영월에서 장평갈 때 몇 번 지나갔던 도로이다.
참 멋있던 그 길..
오늘 그 길을 달린다.
길가가 조금 여유있어 잔차 타기에는 그만이다.
약수가 유명할 듯한 약수리를 지나면 평창 시가지와 우회로 삼거리가 나온다.
드디어 평창에 왔다.
4. 평창 삼거리에서 장평 버스 터미널까지(28.7 km)
점심 먹을 때가 되었는데 먹을 만한 곳이 마땅하지가 않다.
평창 시내에 들어가면 식당이야 있겠지만 자전차 보관이 힘들어 외곽쪽으로 일단 빠지기는 했는데..
배가 고파오니 이러다가 모든 기가 소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평창을 빠져 나오니 멀리 고개 마루가 보이는데, 아무래도 밥을 먹어야 될 것 같아 주변을 살펴보니 주유소에 딸린 식당이 나온다.
인근 공사장 인부들이 대놓고 먹는 식당인 듯 그들로 가득한데 한 사람도 받냐하니 좋다고.
만만한 것이 된장찌개인데 나오는 것을 보니 그 가격에 그 음식이다.
5,000원이니 그 값에 어울릴 듯.
그야말로 정신없이 한 그릇 뚝딱.
옆 사람이 남겨 놓은 밥까지.
전라도 여행에서는 미리 밥 한 공기 더 주던데 이 동네는 그런 것은 없나 보다.
물을 보충하고 다시 땡볕에 나서는데 바로 오르막이 시작한다.
그런데 이제까지 왔던 오르막과는 차원이 다른 놈이다.
해발 400m라는 표지를 보면서 낑낑거리며 오르는데 정상을 앞에 두고는 도저히 타고는 못 오를 지경에 이른다.
이거 왠 개쪽?!
할 수 없이 끌바를 하여 정상에 가니 뱃재 정상 470라는 안내판이..
그러니까 불과 몇 백 m거리에 표고차가 70m였던 것.
어매 징한 놈.
강원도에서는 이 정도는 돼야 고개 정도에 들어가나 보다.
올라 간 만큼 내리막도 엄청난 것.
시속 60 km 정도가 나온던데 그야말로 지상에서 영원으로 직행할까 봐 속도 조절을.
안흥으로 갈라지는 삼거리를 지나면 대화면이 시작된다.
금당계곡과 대화초가 유명하단다.
나는 메밀꽃 필 무렵의 대화가 더 머리 속에 남아 있는 데.
산에 한참 미쳤을 때 거문산 자료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때만해도 이 동네는 오지 중의 오지였다.
지금은 이렇게 자전차로 옆 동네을 지나가고 있으니.
거문산을 가운데 두고 길이 갈라지는 하안미 사거리를 지나면서 길이 힘들어 진다.
길은 평지처럼 보이는데 아무래도 오르막인 듯.
게다가 맞바람까지 부니 죽을 지경이었다.
너무 힘이 들어 동네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쉰다.
이곳을 다시 올 일이 있을까 싶은 그런 동네 반정리이다.
대화 소재지를 지난다.
소재지라고 해봐야 큰 건물 하나 변변히 없는 그야말로 촌 동네.
터미널은 그래도 폼이 나더라는 거.
대화 중고등학교 동문 체육대회가 있어서 그 근처만 요란했다.
이 근처에서 계속 고전이다.
바람은 불지 게다가 만만치 않은 경사..
하긴 길을 보면 경사가 있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더 환장하겠더라는.
걸어가는 것이 빠를 것 같은 속도로 가다가 고개같이 보이는 길 가에서 다리를 좀 쉬게 한다.
신리라는 동네이다.
정류장에 앉아 있으면 시내버스들이 다니는데 자전차 복장이라서 그냥 내달리기만 하더라고.
휴!!!
시간을 보니 2시...
아무래도 장평에서 오늘은 정리를 해야 되겠다.
마지막 힘을 내어 고갯마루를 낑낑거리며 오르니.
재산재란다.
해발 600 m.
그러니까 뱃재를 넘어 올 때 400 m였으니 해발 200 m를 올라 온 것.
그거 올라오는데 이렇게 힘이 들면 여름 중국에서는 어떻게 자전차를 타나 걱정이 된다.
뭐 어떻게 되겠지...
마지막 내리막.
드디어 장평이다.
교통의 요충지답게 좀 도시가 있어 보인다.
다음 일정은 장평에서 강릉까지로 목표를 급수정한다.
원래 오늘 진부까지 간 다음 진부에서 진고개를 넘어 양양이나 속초까지 가려고 했는데..
충주에서 강릉가는 버스가 있으니 그렇게 연결하는 것이 아무래도 좋겠다.
일단 장평까지 다시 와서 대관령 넘어 강릉으로..
도착하여 시간을 보니 2시 20분.
여기까지 5시간 정도 걸린 듯.
5시간에 70여 km라.
전반적으로 후반에 고전했다.
맞바람에 오르막을 치고 오르느냐고.
힘은 힘대로 빠지고.
거기에다 영양 공급도 실패한 듯.
중간 가게에서 먹으려고 했는데 변변한 가게 하나 없더라고.
허름한 장평 버스 터미널..
그러나 교통의 요지는 요지이다.
춘천, 서울 그리고 강릉 원주 버스가 수시로 드나 들더라고.
5. 돌아 오기
장평에서 2시 45분 발 원주로. 요금은 4,200원
원주 터미널이 새로 옮겼다.
아주 멋있더구만.
충주 오는 버스 시간이 안 맞아 거의 한 시간을 터미널에서 죽돌이..
충주 4시 35분 차로 출발 요금은 5,500원.
한 시간 10분 정도 걸리더라고..
이 버스도 웬만한 동네 다 들린다.
돌아오면서 차 안에서 쉬니 몸도 회복이 되고 무엇보다도 마음이 즐겁다.
오랜 숙제를 다시 시작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 오늘 운행 거리
72.9 km
* 오늘 지출 경비
충주 - 제천 4,600원.
점심 식비 5,000원
장평 - 원주 4,200원
원주 - 충주 5,3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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