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기로 결정을 하니 신이 난 운전기사 차를 몰고 우리 앞으로 오는데 그 차가 좀 작네요.
그리고 차 안은 한 사람 여유만 있었습니다.
자전거는 뒤 트렁크에 간신히 넣고 자리에 않으니 3명이 앉을 공간에 스님 2명이 미리 앉아 있었어요.
저번에는 내 자리를 안 뺏기려고 자리에서 버텼는데 이번은 사정이 바뀌어 내가 자리를 빼앗아야 되는 처지가.
그런데 역시 스님은 스님입니다.
그냥 자기들이 한 자리를 두 명이 나눠 앉고 간다고 하네요.
얼굴을 보니 청년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소년들입니다.
우리나라 중학생 정도나 고등학생 정도 될까요?
이 친구들을 보니 좀 안쓰럽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스님보다는 나을 것 같네요.
이들은 장가도 가고 먹는 것도 전혀 구애받지 않는 것 같으니.
색달은 어떤 동네인지 전혀 정보가 없습니다.
탱이님도 처음 가는 동네이고.
그래서 이것저것 물어보는데.
처음에는 색달이 마이강 가는 길목에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군요.
그건 나중에 안 사실이고 우선 출발을 합니다.
처음은 계곡을 따라 가는데 길 상태는 감자에서 온 길에 비하면 환상입니다.
이 길은 사실 국도라네요.
가을에 단풍이 들면 강물 색깔도 예뻐지고 경치가 좋다고 하던데 지금은 비가 와서 인지 강물은 흙탕물입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니가하(尼柯河)라는 하천입니다.
차량 통행도 적어 자전거를 타면 좋은 그런 길이 이어집니다.
그렇게 천천히 그리고 조심스럽게 가는데 그러다가 다시 큰 고개를 오릅니다.
포장된 길도 여기까지이고 고개 입구부터는 비포장인데 다행히 길 상태는 나쁘지 않네요.
이 고개는 대단하군요.
고개 정상에 이런 모습이 없으면 역시 티벳이 아니지요.
그런데 고개 이름이 뭔지 알려주는 안내판은 없었어요.
비포장 진흙길 이 길로 올라 왔지요.
이 꼭대기에도 사람이 살고 있었네요.
정상은 4,300m가 넘는답니다.
정상 부근에 서니 다시 초원입니다.
방목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지만 야크가 여기저기에서 풀을 뜯고 있고요.
비는 다행히 그쳤지만 안개가 잔뜩 끼어있어 좀 을씨년스런 분위기입니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자리가 좁아서 퍽 힘들었습니다.
여기저기 주변의 모습을 찍는데 자칭 미남인 운전기사가 사진을 찍어달라는군요.
다시 보니 잘 생기긴 했네요.
하여튼 티벳인들의 사진 사랑은 유별납니다.
다시 출발하는데 오른 만큼 내려가겠지요.
한참을 내려가는데 비의 피해가 있었던지 사천성 도로공사 소속의 중장비들이 길을 정비하느냐 바쁘네요.
그래도 복구는 끝나 막히는 곳은 일단 없었어요.
그래도 가끔씩은 진탕 길을 달리기도 합니다.
어디가 강이고 어디가 길인지 분간이 잘 안되는군요.
길에는 차만 가는 것은 아니겠지요..
저렇게 소도 가야 하죠..
그런데 우선 순위에서 차에 밀리나 봅니다.
빵빵거리니 비키는 것을 보면...
그런데 이 동네 소는 누가 키우나요?
언젠가부터 또 비가 내립니다.
옆으로 흐르는 강물은 흐름이 정말 무서울 정도였어요.
혹시 강물로 인해 길이 떠내려 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요.
참 여러 가지로 안 좋은 날이군요.
그래도 재미는 딴 곳에 있었어요.
우리가 한국인인 것을 안 청년 스님 중 한 명이 자기 핸드폰을 보여 주는데 거기에는 ‘나는 너를 사랑한다. 라고 쓰여 있군요.
무슨 뜻이냐고 물어 ‘워아이니(我愛你)’라고 해주고 한국어 발음을 해주니 이미 알고 있더군요.
그래서 줄인 말로 ‘사랑해’만 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해주네요.
그러다 삼거리에 이르는데 여기는 마이강과 색달 가는 갈림길이랍니다.
동네이름은 옹달(翁达) 진(鎭)급 동네군요.
로곽에서 여기까지 71km인데 색달은 여기서도 83km를 가야한답니다.
마이강은 여기 삼거리에서 197km, 가까운 거리는 아니네요.
어쨌든 뭔가 처음 생각과는 어긋나지만 뭐 여기서 달리 방법이 있나요?
그냥 가는 수밖에.
그냥 진행하여 차가 달리는데 갑자기 정지 신호가.
옆에는 강물이 세차게 흘러가고 비는 억수로 내리는데 길 옆 절벽 부근에서 돌덩어리가 쏟아져 내려와 길을 통제하는 중이었습니다.
이런 경우에 걸리면 언제 이 상황이 끝날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고 하기에 그냥 대책 없이 기다립니다.
돌은 계속 쏟아져 내리고, 비는 세차게 내리고.
이 상황이 오늘 안에 끝날 까 했는데 다행히 두 시간 쯤 기다린 뒤에 교행이 시작됩니다.
아니 차선 하나 정도만 확보가 된 것이지요.
우리는 다행히 앞 쪽에 있어 재빨리 빠져 나올 수가 있었는데 차만 나오고 우리는 그 길을 걸어서 통과했어요.
참 더러운 상황이었네요.
잘못해서 돌덩어리라고 떨어졌다면 중국의 어느 산골 길가에서 객사하는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었겠지요.
이 동네 기준으로 하면 멀기도 하지만 워낙 로곽에서 늦게 출발을 했고 중간에서 멈춰서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늦어졌어요.
곧 어두워집니다.
비는 갈수록 세차게 내리고 어딘지도 모르는 곳을 향해 열심히 가니 이거야 원.
그래도 희미한 바깥 경치를 보면 계속 강을 따라 간다는 것을 알 수 있었어요.
다행히 고개도 없었고.
탱이님이 청년 스님에게 얻은 정보로는 공안들이 외지인을 막지 않는다.
그리고 그 절에는 숙소가 있기는 있는데 이렇게 늦게 가면 밥 먹을 곳은 없을 거랍니다.
또 절에서 색달이라는 동네까지는 8km정도 떨어져 있어서 절에서 더 가야 된다는군요.
그 동네에는 숙소가 많이 있고요.
일단 가보고 결정하기로 합니다.
한참을 달려 불탑이 계속 서있고 좀 더 지나면서 절문으로 보이는 곳을 지나 한참을 올라갑니다.
절 구내에 온 것 같은데 그 크기가 예상보다 훨씬 크군요.
바깥에는 이 빗속에 어딘지 오고 가는 스님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알기로는 강가를 따라서 절이 있다고 했는데 왜 산꼭대기로 올라가는 건지 궁금해지더군요.
구불구불한 길을 제법 올라서 한 빈터에 서니 두 스님은 여기서 내린답니다.
그리고 숙소를 알려주는데 탱이님이 갔다 오더니 그냥 색달로 가자고 합니다.
큰 공간에 침대들이 들어서 있는데 있을 만한 곳이 못 된다네요.
깜깜하기도 하고 비가 억수로 내리니 여기서 더 알아 볼 수도 없고 해서 그렇게 하는 수밖에 별 선택 사항이 없었어요.
다시 내리막을 내달려 절 입구로 돌아오니 기사가 하는 말이 시간이 너무 늦어 색달에 가도 밥 먹기 어려우니 여기 근처 식당에서 먹고 가면 어떻겠냐고.
그야말로 원하던 바네요.
절 입구 한 식당에 들어서니 티벳 청년들이 자리를 잡고 있네요.
할머니가 주인인데 음식을 준비하니 그 때부터 시작입니다.
밥도 보온밥솥에 쌀을 넣어 새로 하고요.
늘 이런 방법입니다.
배는 고프고 피곤하니 온갖 짜증이 나기 쉽지요.
음식이 안 나오니 성질이 급한 탱이님 좀 짜증이 나나 봅니다.
그런다고 해결이 날 것이 아니라서 티벳 청년들과 놀아 보기로 합니다.
티벳어로 숫자를 알려달라고 하니 이 청년들 신이 났네요.
발음이 쉽지 않습니다.
특별히 써 먹을 일이 없으니 모두 잃어버리고 그냥 다섯이 ‘데’라는 것만 기억에 남았네요.
덕격(德格)은 중국어로는 더커 정도로, 티벳어로는 데게인데 이 데가 오(5)라는 뜻이라는군요.
역시 알면 알수록 보인다는 진리가.
어디서 왔어(취 나니?), 한국(한궤이) 이렇게 끝에 이 발음이 이어지는 것이 사천성 사투리라네요.
식당 할머니는 진한 사천 사투리로 중국어를 합니다.
중국어는 잘 못하지만 잘 들으니 사투리는 구별할 수가 있네요.
시간도 늦었고 더욱 밥은 더 늦어져서 색달이라는 이름도 성도 모르던 동네에 도착을 하니 비는 내리고 정말 칠흑같은 밤입니다.
도시 형태로 봐서는 그냥 보통 도시 같습니다만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있나요.
기사에게 우리가 머물만한 숙소에 데려다 달라고 하니 한 숙소에 데려다 주는데 허름하기가 그지없네요.
2인실이 50원이랍니다.
50원 이런 것보다도 11시가 넘은 시간이니 달리 방법이 없어 자전거를 이 숙소 창고에 넣고 우리는 긴 정말 길었던 하루를 마감합니다.
그런데 하천을 끼고 있다는 그 절은 도대체 어디 있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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