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가을날, 과거 한수면 쪽에서 충주로 넘어오는 교통로상의 고개였던 발티(발치)를 찾아 나선다.
발티는 위 지도상에서 붉게 원형으로 표시한 부분으로, 지도상에는 길이 나와 있질 않았다.
그러나 그 중요했던 고개가 흔적도 없이 사리지지는 않았으리라 생각해서 한 번 찾아 가보기로 한 것.
과연 길이 있을까?
우선 마지막재(마즈막재)를 오른다.
여기는 몇 번 소개한 바가 있어서 자세한 설명은 생략.
멀리 산 중턱에 길이 있는데, 이 길은 마지막재에서 재오개재로 이어지는 그러니까 산중간을 가로지르는 도로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길이다.
왜냐고.
거의 평지니까..ㅋㅋ
그러다가 이런 비포장길을 한참 올라가야 한다. 하지만 차도 거의 없고 경사도 완만해서 MTB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곳.
멀리 지그재그 오르막 길이 언뜻 보인다.
여기오면 티벳의 고갯길이 생각난다. 물론 규모야 비교가 안 되지만 형태는 많이 닮았다.
진의실재 정상인데, 이 고개는 충주시 목벌동과 살미면의 경계이기도 하다.
이제 이 길로 한참을 내려가면 되는데 비포장길이라서 마음 놓고 내달릴 수는 없다.
조심 조심 내려가는데 모처럼 하는 다운 로드라서 브레이크를 잡는 손아귀가 아프다.
그래도 경사가 심하니 안 잡을 수도 없고.
중간 중간 나타나는 외딴 집에는 틀림없이 개들이 산다. 그래도 다행히 풀어놓은 놈은 없어서 그냥 짖기만 열심히 짖을 뿐.
충주호의 언저리인데 여기까지 물이 가득한 것을 보니 거의 만수 상태인 가 보다. 조금 오르막 내리막이라서 느낌이 참 좋은 곳이다.
언젠가 이쯤에서 펑크가 났는데, 준비가 안 된 나는 살미까지 20여리를 걸어 갔다.
그 때는 왜 그리 지나가는 트럭 한 대도 없던지.
충주호수 너머로 월악산 봉우리가 보인다. 월악산과 충주호는 잘 어울리는 한 쌍.
호~~~
이제 발티 고개가 보인다.
V자로 파인 골짜기인데 과연 길이 있을까?
길이 있을 지 없을 지는 몰라도 있다면 그 경사는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곳 재오개 하니 마을은 옛날 충주와 청풍을 잇는 도로상에 있던 마을로, 1929년 충주 - 단양을 잇는 신작로가 개설되었는데 그 신작로가 이 마을을 비켜가면서 마을은 쇠퇴하게 되었단다.
또 충주댐의 영향으로 부근의 하재오개는 완전 수몰되었고, 상재오개는 수몰이 되지 않았지만 교통의 사각지대로 변해 오지로 남아 있는데 이 하니 마을도 마찬가지이다.
흑석마을 완전히 수몰되었는데 그 자리가 이 마을 앞 호수 어딘가에 있었을테고, 지금은 도선골 앞까지 물이 들어와 있다.
여기 하니 마을 삼거리에서 직진은 살미쪽으로, 왼쪽으로 꺽으면 발티로 연결이 된다.
모두 아스팔트 포장이 잘 된 도로로 그러니까 비포장 도로는 여기서 끝이 난다.
여기서 당연히 발티쪽으로 이동하는데 경사가 조금씩 심해진다.
한참을 이런 길을 달려 계속 이럴 거란 희망을 가져보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바로 길은 좁은 콘크리트길로 바뀌었는데, 그나마 경사가 높고 심해 도저히 자전거를 타고 올라갈 수 없어서 끌바를 했다.
멀리 하니마을 입구가 보인다.
그러다가 고개 정상을 얼마 안 남기고 그 콘크리트 길도 이렇게 끝난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좁은 등산로같은 산길이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다시 내려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니 그냥 자전거와 함께 등산에 나선다.
오늘 별 짓을 다해본다. ㅎㅎ
다행히 정상은 얼마 되지 않아서 힘들지 않게 올랐는데, 풀숲이라서 조심이 많이 되었다.
그렇게 오른 발티 정상은 아무 표시도 없고, 단지 풀만 우거져 옛날 중요한 길이었다는 것은 그냥 전설 속에 남은 듯하다.
조금 허무해져서 바로 내려 서는데, 내려 가는 길도 오르던 길과 마찬가지로 풀숲속으로 길이 이어진다. 하지만 날이 차가워져 뱀은 다들 땅 속으로 들어 갔을 테니 그나마 다행이랄까?
이 골짜기로 해서 내려 왔다.
내려오는 길도 만만치가 않았다.
길이야 있었지만 그야말로 좁은 산길이라서 자전거와 함께 내려가는 것은 좀 거시기했지만, 그래도 길까지 거리가 멀지 않아 그다지 힘이 많이 들지는 않았다는 거.
다 내려오니 사과밭이었는데 부부가 열심히 사과밭에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이거 산에서 자전거를 끌고 내려오는 팔자 좋은 놈이라고 욕을 얻어 먹을 것 같아 얼른 그 차리를 피한다.
내려 오는 길은 '충주하면 사과, 사과하면 충주'의 고장처럼 사과밭이 이어졌다는.
역시 가을은 가을이다.
발티는 있었다.
그러나 그 역할은 이미 끝났고 지금은 서서히 잊혀져 가는 중이었다.
지자체에서 이 산길을 잘 다듬어 하니 마을과 연결시키고, 다시 재오개재를 넘어 오는 도보 길을 완성시키면 좋을 듯 한데..
흠~~~
결국 다른 동네 흉네내기가 될까?
그래도 느림의 미덕이 중요해지는 이 때 한 번 고려할 만은 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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