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풍경

군산, 그 아련한 추억 속으로 1

정안군 2011. 11. 28. 15:01

 

 

이번 주말을 이용해서 서해안을 다녀왔다.

서해안 중에서도 군산과 비인 동백정.

모두 옛 추억이 어린 곳이다.

무슨 추억일까?

흐...

 

우선 군산이다.

조정래의 아리랑 첫 무대가 되었던 군산.

일제 강점기 때 호남평야의 쌀을 일본으로 퍼나르기 위해 항구를 조성하면서 부흥했던 곳.

그러나 일제가 망하면서 당연히 군산도 그 활기를 잃었고.

지금은 쇠락한 그 때의 모습이 몇 몇 사람들의 발길을 끌기도 하지만.

웬지 뜻 모를 허전함이 가슴을 채우고 못내 돌아서게 만드는 곳.

그곳이 바로 군산이다.

 

 

군산은 이번이 세 번째이다.

세 번째는 지금보다 훨씬 앞 선 시간이 될 뻔 했는데, 가다가 불발로 끝나서 한 참 늦춰졌다.

 

언젠가 봄날이었나 보다.

군산의 한 교회 담임목사로 부임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나섰는데, 가는 도중 전화를 해보니 출타 중이라서 다른 곳으로 갔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는 얼마 안 있어 그 친구는 서울의 큰 교회로 부임을 해서 군산에 갈 기회가 통 없었는데.

 

군산과 나와의 인연으로 첫 번째는 초등학교 5학년 때이었다.

그 때가 봄이었든지 가을이었는지 기억은 전혀 없다.

단지 승합버스라고 부르던 조그만 미니 버스를 타고 십자거리를 거쳐 군산으로 갔었다는 것만 생각이 난다.

물론 강경을 거쳐 갔겠지만 그것도 기억이 없고.

군산에서는 고무신 공장을 견학했는데

지금 확인을 하니 경성고무라는 회사였단다.

그 공장을 견학하고는 배를 타고 장항제련소에 갔었다.

강도 아니고 바다도 아닌 저 멀리 물 건너 제련소의 높은 굴뚝과 철길을 따라 한참을 걸었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는 깜깜해져서 돌아 올 때 한 친구가 선생님 무릎을 베개로 해서 잠을 잤던 모습이 머리 속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고 보니 해가 짧은 가을날이었나?

 

이번도 초겨울로 해가 짧은 때라서 가다가 어두워졌다.

물론 오후 4시에 출발한 것도 있었다.

옛날이야 비포장길이었지만 지금은 그런 길은 없으니 고속도로를 이어 달린다.

 

그래서 도착한 곳은 옛 건물들로 이어진 군산의 구 시가지의 한 골목이었다.

바로 앞 갯가로 가보니 어둠 가운데 녹슨 닻들이 놓여 있는데, 지금 이 동네의 처지를 말하고 있는 듯 했다.

골목은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골목길에는 배를 수선하는 집들의 간판이 걸려 있으나 이미 문 닫은 지 오래이다.

저녁 7시가 조금 지났을 뿐인데.

을씨년스럽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골목.

 

 

 

어둠 속에 어선 한 척이 놓여 있는데 썰물 때인지 바닥에는 물도 없이 힘들게 서있었다.

이 배는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것일까?

 

 

해망로 갯벌을 따라 이어진 길에도 사람의 기척은 없다.

개들만 가끔씩 낯선 사람을 경계한다.

 

 

 

우리가 저녁을 먹은 똘이네집.

겉은 허름하지만 나름 인터넷 상에서 유명한 집이다.

쫄복(졸복) 찌게와 튀김으로 유명한데, 먹어보니 과연 이름 값을 했다.

집사람과 고향집에 올 때 어머니를 모시고 한 번 와서 먹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