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 풍경

비인 동백정, 내 마음 속의 전설

정안군 2011. 11. 30. 11:28

 

 

다음 목적지는 동백정이다.

흔히 비인 동백정으로 알려진 곳의 정확한 주소는 충남 서천군 서면 마량리이다.

아니군.

지금은 거리 주소로 바뀌었으니 충남 서천군 **로 이렇게 되어야 되겠지만 거리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니 여기서는 옛 주소로 그냥 쓴다.

 

 

지금 서해화력발전소가 있는 자리는 동백정해수욕장이라고 작지만 운치 있는 해수욕장이 있었다.

 

많은 곳을 여행한 사람들에게 어디가 가장 좋았냐고 물으면 당연히 사람마다 기준이 달라 각자의 기준에 의해 판단한 곳을 추천할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선정된 곳을 이미 갔다 온 사람에게 말하면 반응이 달라진다.

뭐 거기는 그저 그랬고 이곳이 훨씬 나았다고 할 수도 있겠고.

결국 조사자에 의하면 기억에 남는 곳은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누구와 함께 했느냐에 따라 반응이 엇갈린다고 한다.

 

나에게도 동백정 해수욕장에게 이런 감정이 있다.

물론 그 아담한 해수욕장의 규모도 한 가지 장점이긴 했지만 같이 한 사람들의 소중한 기억이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이제는 오지 않을 젊은 한 때의 그리움도 함께 할테고.

 

동백정이 있는 마량리 일원은 동백나무의 북방 한계선으로 알려져 있다.

동백꽃은 흔히 남도를 대표하는 꽃인데 여수 오동도나 고창 선운사 그리고 강진 백련사 등의 동백이 유명하다.

 

그러나 그 동네는 내가 살고 있는 곳과는 거리가 너무 멀어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었고 만만한 곳이 이 동백정이었다.

하긴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은 동백꽃을 보러 온 것이 아니니 그것과도 상관이 없겠다.

그냥 가까이 있는 해수욕장에 온 것이니.

 

사실 해수욕장의 전성기는 여름인데 여름은 동백꽃과는 거리가 먼 계절이다.

동백은 이른 봄에 피기 시작하여(남도는 우리 기준과는 좀 다르겠다) 늦 봄이면 모두 져버리니.

 

 

어쨌든 군산에서 비인을 거쳐 도착한 동백정 주차장은 해무가 짙게 끼어 있어서 바다 경치도 별로였다.

게다가 발전소가 차지한 자리는 이 동네의 노른자위를 차지한 형국이라서 더욱 더 그러했고.

입장료 1,000원을 내고 동백정이 위치한 조그만 동산을 오른다.

동백정이다.

 

 

무슨 해신당인가 하는 건물이고.

 

 

발전소가 좀 답답하게 들어서 있다.

이곳이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전기를 만들어 내는 곳인데.

 

 

 

별 기대도 않했지만 해무로 인해 경치는 300원 정도 가치가 되시겠다.

그래도 돈이 아까워(?) 여기 저기 다녀 보기는 하는데.

 

 

 

아직 철이 본격적인 겨울에 접어드는 시기도 아니라서 동백꽃은 필 생각도 않하고 있는데,

 그런데 한 나무만 유난히 세월을 앞당겨서 꽃을 피웠다.

게다가 이미 떨어진 꽃들까지.

 

조정래가 말한 것처럼 동백은 꽃잎이 지면서 시드는 것이 아니라

꽃대가 마치 목이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져 처철하기까지 하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이 자리가 햇빛을 잘 받아서 그럴까?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간에도 깨어있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동백도 그러한가 보다.

지금도 힘든 시기이라서 모두 잠잠해 있지만, 잠잠하지 않고 일어나서 외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아쉬울 것도 없어서 바로 내려선다.

입장료는 받는 할아버지에게 동백정해수욕장이 어디였냐고 건성으로 물으니

발전소 자리라는 대답과 함께 전시된 사진을 가리킨다.

 

옛 모습이 남아 있는 사진이 있으니 보면 옛 생각이 날거라고.

이 할아버지도 내가 진짜로 찾고자 하는 것이 동백정해수욕장이 아니라 옛 추억임을 아시나 보다.

 

발전소 벽에 전시된 옛 사진에서 발전소가 들어서기 전 동백정 일대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미 공사가 많이 전개된 뒤라서 아름다움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나마 빛바랜 흑백사진이 그나마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하긴 많은 시간이 흘렀고 이 사회가 많이 발전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발전이라는 또는 편리함이라는 것으로 인해 우리가 너무 많은 것을 잃어버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지금도 이어지는 새만금, 4대강.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이 짓들인지.

 

물론 개발과 발전은 피할 수 없을게다.

하지만 환경과 조화를 이룬 개발과 발전은 정말 이룰 수 없는 꿈일까?

 

그저 돈이면 된다는 천박한 생각들을 가진 집단의 위력이 무섭기도 하다.

 

 

 

 

앞섬의 이름은 무엇일까?

그냥 무인도인가.

 

바다를 막아 만들었을 주차장 건너에는 발전소에서 쏟아내는 물의 위력이 엄청나다.

 

그 옆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인다.

 

위험하다고 들어가지 말라고 경고판을 붙여 놓았지만 역시 한국인들은 그런 위협에는 끄덕하지 않는다.

위협에 노출되어 사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니.

 

하긴 우리 일행도 들어가서 낚시질로 쥐노래미(일명 놀래미) 3마리를 낚았다.

 

 

 

 

 

그것을 가지고 흥원항 앞의 횟집으로 이동해서 주문한 회와 같이 음식 재료로 썼다.

 

분명 그들도 생명체인데 우리 인간에게는 단순한 먹을거리로 밖에는 인식이 되질 않는다는.

 

흥원항은 어획량이 많아 보이질 않는다.

여기도 전에는 관광객들도 꽤 붐볐다는데 오늘은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관광하기에 좀 애매한 시기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모두 입에다 달고 사는 불경기의 여파인지도 모르겠고.

 

이제 다시 집으로 내닫는다.

내가 떠나도 서해바다는 그 자리에 있겠고 여기에 기대 사는 사람들의 삶도 계속되겠지?

그러나 해안이 매립되어 바닷가 해안이 바뀌고, 다른 시설물들이 또 들어서서 분위기는 변하더라도

이곳에 남겨졌던 옛 추억은 옛날 그 모습대로 내 머리 속에 살아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