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초파일이다.
산도 들도 푸르고 푸른 5월의 마지막 주, 게다가 토일월 3일 연휴의 마지막날이니.
부처님 만세가 절로 나온다.
공자님 생일은 휴일로 지정 안 하나?
원래는 집사람과 오후 늦게 봉암사에 가보기로 했는데, 어찌하다 보니 안내인처럼 되어 버렸고 일행도 많아졌다.
오전의 엄청난 혼잡을 피해서 오후 늦게 가려고 한 것인데, 일행이 있어서 그렇게는 안 되었지만 그래도 시간을 넉넉히 소비하려고 각연사에 들렸는데, 좁은 길 차량 정체에 미리감치 기권하고 쌍곡 계곡의 한 식당에서 버섯 전골로 점심식사를 한다.
그러다가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는데.
바로 개긴 했지만 날이 고만고만한데, 그래도 날이 반짝 들으면 좋으련만 그 뒤로도 계속 날씨가 좋지가 않았다.
쌍곡에서 식사를 마치고 고개를 넘어 봉암사 입구 쯤 가니, 차가 많이들 빠졌다고 하나 아직도 혼잡한 상태이다.
논길을 일방 통행으로 지정하여 그나마 혼잡을 피하였고, 경찰 버스 3대까지 동원하여서 철통 교통 정리를 하고 있었다.
다행히 분교 자리에 주차를 하고 셔틀버스를 타는데, 그 전보다 시스템이 많이 좋아 졌다.
전에는 동네 사람들이 셔틀로 소형 승합차나 트럭을 동원했는데, 지금은 관광버스가 셔틀 버스로 바뀌었다.
마지막으로 여기를 온 것이 언제더라?
버스로 5분 정도 짧은 거리를 이동하니 봉암사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줄을 지어서 나오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은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지만 거의 끝물인 것은 분명했다.
이렇게 일찍 오면 많이 고생하는 곳이 이 봉암사 구경이다.
봉암사는 초파일 하루만 개방을 하는 곳인데, 그러다 보니 전국에서 구경꾼들과 불자 거기에다 일년 중 유일하게 등산이 허용되는(?) 희양산을 목표로 한 등산객들로 정말 정신이 없는 곳으로 바뀐다.
희양산은 봉암사를 품고 있는 산인데 29만원 각하의 대가리처럼 홀랑 벗어진 멋진 산이다.
이 산은 백두대간이 흐르는 곳이기도 해서 못 올라가게 막는 스님들과 막무가네로 올라 가겠다는 등산객들의 시비가 끊임없이 일어나는 산이기도 하고.
멀리 그 주인공 희양산이 보인다.
어제 야구장에서 우리 부부를 찍어 달라고 큰 아들에게 부탁을 하였는데 그 때 카메라 기능을 건드렸는지 자동이 수동 기능으로 고정되어 있어서 촛점이 맞지 않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그래서 사진이 모두 인물 보호 기능이 설정된 것처럼 뿌옇다.
물론 날도 뿌옇지만.
일주문까지 가는 숲길을 정말 싱그러웠다.
비까지 내린 후라서 촉촉한 숲길.
이런 길이 우리 주변이 많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일주문을 지난다.
사람들이 많아서 배경에 사람을 빼놓기가 힘들 정도였다.
그래서 사람도 그냥 배경으로 넣고 찍기로 한다.
쓸데 없는 것에 목숨걸기 없기.
나무아미타불.
아니 남무아미타불이구만.
대웅전 앞 마당에는 흰 등들이 많이 걸려 있었다.
등에는 돈을 낸 사람들에게 꼬리표같은 것을 주고 이를 등에 달게 되어 있는데 달려 있는 등의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우리처럼 공짜 손님이 많다는 이야기.
이쪽은 좀 있군.
이 줌마는 무슨 소원을 빌면서 등을 달까?
간절함이 절절한데 사진은 맹맹하다.
자연적인 인물 보호 기능(?)
이 때 쯤 촛점이 맞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제까지 찍은 사진 것 가운데 롱샷으로 찍은 것은 괜찮은 줄 알았다.
비도 내리고 안개도 짙어 사진을 찍었어도 명품은 없었을테지만 좀 아쉽기는 하다.
수녀님들도 초파일을 맞아 절 구경 오셨다.
천주교와 불교는 좋은 관계인데 개신교는 유난히 낯가림 현상이 심하다.
우리도 이들처럼..
이것이 안 될까?
화장실에서 만난 진일보(進一步)
요즘 진보가 수구들에게 껌처럼 씹히고 있는데 어쨌든 이렇게 한 발 씩 나가자고.
나가다 보면 좋은 세상이 오겠지.
자연은 이렇게 서로에게 의지함이다.
좌도 없고 우도 없다.
그저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도움을 받는 그런 관계가 인간 세상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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