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엄청나게 뜨겁다.
다행히 습도는 높지 않아서 견딜만한데 햇살이 보통 강한 것이 아니다.
얼굴 탈까봐 두건으로 얼굴을 가리니 답답하고 더 더운 것 같지만 그래도 타는 것보다야 나을 듯 해서 그냥 그렇게 진행을 해 본다.
수몰이 되면서 수몰선 위로 길을 새로 만들다 보니 길이 엄청나게 구불구불하다.
이렇게 구불구불한 곳은 작은 언덕이 반복된다고 보면 정확하지 않을까?
낚시터 말고는 동네가 형성된 곳은 없었다.
장마를 대비해서 댐 물을 많이 뺀 탓으로 수위가 굉장히 많이 내려가 있어서 낚시하러 온다고 해도 수면까지 이동하기도 만만해 보이질 않았다.
낚시 온 사람도 없어 보이고.
지도에서 오산리라고 표시된 곳에서 한 구비를 도니 남한강 본류가 보인다.
이 동네 흙에는 철분이 많이 섞였는지, 대체로 흙이 붉은 색을 띠고 있다.
구불구불 오르락 내리락을 수 없이 반복을 하니 어느덧 포장도로가 나오고 조금 더 가니 부산리라는 마을이 나온다.
여기까지 시내버스가 들어 오는 모양으로, 제천시에서는 끝 동네라고 할 수 있겠다.
이쯤에서 밥을 먹으려다가 황석리로 가는 도로를 찾은 다음 먹기로 하고 조금 더 진행을 하는데 한참 내리막이다.
도중에 정자가 있어서 쉬어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곳이 있었지만, 급한 내리막이라서 그냥 내지르고 만다.
그러다가 만나는 갈림길.
왼쪽은 제대로 포장이 되어 제천이나 충주로 이어지는 도로이다.
아마도 제천 시내버스는 이리도 들어 올 것이다.
나는 당연히 오른쪽.
굴곡이 있기는 하지만 포장 도로라서 힘이 훨씬 덜 든다.
그러다가 버스 정류장을 만나는데, 안을 들여다 보니 도저히 들어갈 분위기가 아니다.
해서 갈림길 안쪽의 길가 그늘에서 만찬을 즐기기로 한다.
집사람이 큰 일(?)을 한다고 싸준 도시락인데, 남도 한정식보다 맛이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그늘에서 좀 누워 있다가, 다시 고개길을 오른다.
그러면서 만나는 후산리.
아마도 원 후산리는 수몰이 되었고, 산 위에다 재건을 한 모양이다.
정자와 정자나무도 있어서 쉬고 가도 좋을 곳이었다.
그런데 이 동네를 막 지나면서 비포장이 시작된다.
시내버스도 이 후산리까지만 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길 상황에 잘 어울리게 겨울에는 특히 위험하고 평소에도 길이 좁고 위험하니 웬만하면 다니지 말라고 경고를 해 놓았다.
그리고는 큰 오르막.
처음으로 내려서 걷고 싶은 유혹이 있던 곳이었다.
고갯마루에 이르니 자전거 여행객 두 명이 반대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남녀 한쌍인데 부부인가?
황석리라는 아름다운 마을이다.
정자가 있어서 한참을 쉬어 간다.
옛날 황두리라는 마을이 있었나 보다.
충주댐이 생기면서 이곳에 살던 사람들은 이른바 수몰민이 되어 여기 저기 흩어졌는데, 그 아쉬움이 커서 그 황두리가 보이던 황산이 언덕에 기념비를 세웠다는 내용이 기념비에 남아 있었다..
충주댐이 생긴지도 30년이 넘었으니 여기에 추억이 있는 사람들도 그 생이 이 땅에서 얼마 남지 않았을게다.
황석리는 다행히 수몰선 위에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더 윗쪽에 재건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참 예쁜 곳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포장도로의 혜택(?)은 받지 못하는 마을이기도 하다.
멀리 작성산, 동산이 보이는 곳에 섰다.
그 옆으로는 금수산과 청풍대교가 보인다.
청풍대교는 불량 시공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이곳은 충주호에서 가장 넓게 형성된 곳인데, 제천 사람들은 청풍호라 부른다.
청풍은 오래된 도시였는데 수몰이 되면서 언덕 위로 옮겨갔다.
문화재들도 함께.
월굴리라는 동네 근처에서 다시 포장도로로 변한다.
햇빛은 뜨겁고 비포장에 굴곡이 심하니 거리에 비해 피로도가 심하다.
호수 건너 금월봉이 보이는 곳까지 왔다.
비포장일 때는 길에서 나오는 열기가 적었는데, 아스팔트에 오르니 길은 편해졌지만 열기가 대단하다.
세상사 모든 일이 그러하듯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생기는 법이다.
오늘 고생을 많이 하는 내 애마 이구아나.
마지막 언덕을 넘으니 드디어 나오는 구룡교차로.
여기는 제천시 금성면 구룡리이다.
충주호 100 마일은 오른쪽으로 진행하지만, 오늘 나는 여기서 일단 접는다.
제천시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여 충주가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제천시 버스터미널에 도착을 하니 3시 50분 정도...
생각보다 많이 걸렸다.
<충주호 100 마일 지도> - 퍼왔으니 다른 곳으로 옮기지 마셈...
주행 거리 : 75 km
주행 시간 : 6 시간 30 분(휴식 시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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