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13 여행

태국 치앙라이로 떠난다.

정안군 2013. 4. 3. 15:55

4월 2일

창밖에는 반갑지 않은 비가 내린다.

비라.

어제 지인이 정해주어 묵은 LU* 호텔은 김포 들녘이 바라다 보이는 곳 고촌이라는 동네에 있다. 이름에서 느낌이 오듯이 뭔가 시골스러운 이름에 어울릴 듯한 동네였겠지만 지금은 서울 언저리라서 한참 개발의 손길이 밀려드는 곳이란다. 이 호텔에 묵은 것이 더 황송했던 것은 이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오세훈과 이명박이 공을 들여 만든 경인운하가 보이는 아주 정겨운 동네라는 것이다. 이제 보고 싶어도 잘 볼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그들이 만든 훌륭한 작품은 그 자리에 버티고 있으니 인공물의 위대함이라고나 할까?

거의 완성되었으니 이제 중국분들이 몰려와서 유람선 탈 날만 남았던가?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되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냐마는 이런 소리를 낸 사람도 실제 그렇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을 안 했을터.

그저 속이면 좋고 거기에다 속는 분들이 많이 계시면 더 좋고, 더 거기에다 속이든 속든 아무 생각 없이 이런 분들 팍팍 밀어주는 이 땅 주인들이 계시면 더 좋은 일이겠지?

이런, 내가 여행 기분에 너무 흥분했나 보다. 이런 고등어 썩는 냄새만도 못한 분들에게 칭찬과 비판을 겸해서 하고 있으니.

말나온 김에 이 분들에게 한 말씀 드리면, 이왕 이렇게 된 것 조용한 곳에서 국가가 제공하는 무료 급식을 드시면서 남은 여생을 보내게 해드리면 어떨지.

콜택시는 말 그대로 총알같이 왔다.

비가 오는 흐린 날씨라서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김포 벌판을 달려 우리를 김포공항지하철 입구에 내려놓는다.

콜비는 1,000원이고 택시비는 4,900원이라서 6,000원을 기분 좋게 드린다.

나도 100원 정도는 기분 좋게 드릴 수 있는 넓은 마음의 소유자라는 것이 기분이 좋다.

그런데 우리 동네 택시는 기본요금이 2,800원인데 여기는 2300원일세.

그저 촌놈이 희생하고 살아야 되는 나라가 이 나라인가?

서울은 싸고 우리 동네와 같은 대충 시골은 비싼 이유가 뭘까?

내 나라를 떠나 남 나라에서 살고자 하는 나에게 그런 것은 사치스러운 고민이니 이런 것은 여기 사는 분들에게 돌리고 나는 단순 모드로 다시 돌아가자.

공항철도는 지하 4층이라는 아주 깊은 곳에 있었다.

그럭저럭 손님이 자리를 잡고 있는 공항철도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향하는데, 기차 안의 사람들은 그저 무표정이다.

가끔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다가는 눈 감고 명상의 세계로 곧 접어드는 것이 기차 안 풍경이었다.

이렇듯 명상을 많이해서 좋은 나라가 될 것 같은데 왜 우리나라는 점점 분위기가 험악해져만 가는지 알 수 없다.

이제는 새롭지도 않은 인천공항에 도착을 하니 호텔을 나선지 1시간만이다.

지하 식당가에서 3500원짜리 쇠고기 김밥 한 줄로 요기를 하는데 이 쇠고기는 공항답게 미국산이다.

역시 국제적으로 논다는 느낌이 드나?

들기는 뭐가 들어.

온 나라 쇠고기는 우리 명박 가카께서 교시한대로 싸고 질 좋은(?) 외국산 수입 고기가 대세인데.

교직에 있을 때에는 성수기 중 최성수기인 방학에 외국을 나갈 수밖에 없어서 그게 좀 아쉬웠는데 이제 한가한 비수기에 여행을 하면서 그동안 쌓인 한을 풀어야 되겠다고 생각하고 온 공항인데, 어렵쇼.

공항은 성수기 때나 별 차이가 없고 출국 심사장은 더 붐비기까지 한다.

이런, 노인네와 아줌마 부대를 생각지 못한 것이다.

기다란 줄로 이어진 심사는 꽤 시간이 걸렸다.

그 와중에 공항 직원은 누군가 흘린 비행기 표 주인을 찾아다니고 있다.

잠시 후 그 주인이 나타나는데 이 주인공인 아줌마는 이미 자동출국심사 제도를 이용해 출국 심사를 마쳤는데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 직원은 못하게 하고.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이 많을 때에는 소지품 관리에 신경을 써야 되겠다.

여권에 끼워 넣은 비행기 표도 흘리지 않도록 조심하고.

오랜만에 타이항공과 만난다.



비가 오는 인천공항은 이제 한동안 나와 별 관계가 없는 지도 모를 일이다.



보라색이 기본 패턴인 것은 크게 변함이 없는데, 승무원 물이 좋지 못하다.

태국 아줌마 승무원 조합 소속의 정예 멤버만 이 비행기에 태운 듯한 느낌이 팍팍 온다.

옆자리에 김태희 표 우먼이면 여러 가지로 좋으련만 옆 자리 아줌마는 약을 가득 담은 봉지를 꺼내서 그 약을 먹는 것을 보니 서로 심신이 고달파져서 말 붙이기도 조심스러웠다.

그나저나 지루한 비행 속에 현지 시간 1시 30분 경 방콕 공항에 도착을 한다.

현지 날씨 34도란다.

뭐, 그 정도야 하는 느낌이 드는 날씨 같다.

지금이 최고 혹서기라는데.

우리는 여기서 치앙라이 비행기를 갈아타야 되니 입국심사가 어떻게 되나 궁금했는데, 방콕 공항에서 일단 입국 심사를 한단다.

치앙라이 국내선 비행기를 타러 가는 것은 쉽다.

흰색 표지판에 쓰여 있는 안내를 따라 좀 걸으면 된다.



그런데 그 거리가 1 km는 넘고 2 km는 좀 안 된다.

뭐, 그까짓 거.

목표점에 다오면 다오는 이 표시.



치앙라이 행은 6시 20분, 무려 5시간을 죽치고 기다려야 한다.

그런데 이 동네는 우리 상식으로는 좀 그렇다.

도통 무료라는 것이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게 당연할지 몰라도 우리나라 무료 와이파이 인심에 비하면 각박하기 그지없다.

free가 나는 참 반가운데 이게 통 없다.

배터리가 다 된 노트북을 연결해서 쓰려고 해도 콘센트도 없다.

그러니 긴 시간이 더 지루하다.

이 처절하다 못해 안쓰러운 몸짓을 보라.

얼마나 당했으면 이렇게 콘센트를 못 빼내도록 아주 봉해버렸을까.

 


지루하게 기다리다 보니 별 게 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자 화장실에 아줌마들이 함부로 들어와 청소를 하곤 하는데 이 동네는 청소한다는 안내판을 내 건다음 사람들을 못 들어오게 하고 있었다.



이게 정상이겠지.

할 일 없이 이것 저것 찍어보기도 하고.





아무튼 지루하다 못해 몸이 비비꼬일 때 쯤 부산 아줌마 두 명이 등장해서 그나마 지루함을 덜어주었다.

치앙쌘 면세지역에서 중국인을 대상으로 중저가 화장품을 판매하고 계시다는 분과 원조 부산 아지매가 분명한 다른 한 분.

치앙라이에서 장기간 체류할 거라고 하고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별난 사람처럼 된다.

버스를 타고 대기하고 있던 치앙라이행 비행기에 오르니 찜통이 따로 없다.

왜 옛날 에어컨이 뭔지도 모르던 그 시절 우리나라 옛날 찜통 버스같은.

통로를 따라 가면서 비행기를 살펴보니 낡아도 아주 낡아서 90세된 노인네 느낌이 팍팍 온다.

짐칸 문도 부서지고 에어컨은 감감 무소식에 의자를 보니 처음 비행기를 탔을 때 받았던 그 느낌.

그래도 투덜거리는 사람은 없다.

거기다가 그동안 알아왔던 태국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허물어진다.

웬지 좀 허름하고 가난하다는 느낌이 옛날 태국에는 있었는데 지금 내 주변에 앉아 있는 승객 대부분은 태국 현지인인데 그다지 고급스러운 모습은 없다.

그러니까 웬만한 서민도 비행기를 탈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는 것인데, 아마도 치앙라이 행 비행기는 외국 여행객이 없는 비수기라서 승객이 듬성듬성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쓰레기통에 버려야 했다.

노을이 아름답던 서쪽 하늘을 왼쪽으로 두고 비행기는 한 시간여를 날아 치앙라이에 우리를 내려준다.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이다.

아마도 화물 체크를 위해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조금은 생소하게 국내용과 국제용 승객으로 나뉘어져 짐을 찾고는 공항택시 쿠폰을 200밧에 구입한다.

구입하고 밖에 나오면 흰 와이셔츠를 입은 기사가 나를 데리고 자가용으로 데리고 가서 예 약해 놓은 모닝 듀 롯지까지 데려다 주는데 역시 돈이 좋기는 하다.

그리고 200밧이면 좀 비싸기는 하지만 공식적인 바가지라서 기분도 그다지 상하지 않고.

기사는 우리나라 산업연수생으로 왔었나보다.

의정부에 구두공장에서 일했다고 하는데, 이런 경우는 조심스럽다.

좋은 분도 많이 있지만 개차반 사장님도 많으니.

한국은 좀 추웠다든지 사계절에 대한 이야기를 토막 영어로 좀 나누고는 일단 침묵.

언어가 서로 불편하니.

모닝 듀는 한국인 남성과 태국인 여성이 만나 운영하는 숙박시설이라는데, 우리말로는 아침 이슬이니 뭔가 느낌이 좋아서 이곳을 인터넷을 통해 예약을 했었다.

한국인 사장님은 보이질 않고 버벅대는 롯지 종업원을 도와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오니 오늘 아침에 나온 호텔과는 여러 가지로 비교가 되지 않지만 나름 깨끗하고 괜찮아보인다.

근처 저녁 식사를 하고 싶지만 그러기에는 체력이 너무 고갈되어서 그냥 잠자리에 든다.

목표로 하던 치앙라이에 도착을 했고 여기서 장기간 있을 것인데 초장부터 무리할 일이 있겠나 싶기도 했고.  


휴~~~

어쨌든 하루가 지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