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13 여행

좋아도 너무 좋은 숙소, 팜 하우스에 안착하다.

정안군 2013. 4. 11. 13:02

미친 듯한 무더위 찜통 숙소 미스터 잔을 벗어나다.

저녁 늦게 도착해서 짐을 풀고는, 바로 저녁 식사를 하러 나갔다가는 너무 피곤해서 바로 돌아와 그냥 잠들어버려 잘 몰랐었는데, 낮의 무더위를 겪으면서 숙소 사정을 알게 되니 우리가 선택한 미스터 잔이 좋은 선택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숙소의 나무와 꽃이 많은 정원은 처음에 보기에는 좋았지만, 숲이 좋다는 것과 모기가 많다는 것과 동일 개념이니 나처럼 모기가 좋아하는 체질의 소유자는 죽을 맛이었다.

그래서 모기향을 준비해서 피워 놓아도 간댕이 바깥으로 나온 놈들이 가끔씩 물어대니 어찌 더 할 방법도 없다,

거기에다 어제 낮에 고장 난 선풍기 때문에 방 안의 더위를 식힐 수 있는 수단도 없어져서 방 안은 더 덥고, 숙소 앞 의자에 앉아 있으면 조금 낫긴 하지만 모기가 덤비고.

있는 정, 없는 정 다 떨어진다.

선선한 아침에도 별로 더 머무르고 싶은 생각도 없어서 식사를 마치고는 미스터 잔을 떠난다.

잘 있었어.

고마웠지만 다시는 안 올 거야.

빠이에 처음 도착해서 아무 정보도 없을 때 이곳에 들어 올 때는 싸고 너무 좋게 생각되더니, 역시 사람이란 간사하다.

 

두 번째 숙소로 만나는 팜 하우스

잔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서 어렵지 않게 도착을 했는데, 우리 방으로 예정된 곳에 숙박한 친구가 아직 퇴실을 안했다고 기다려 달랜다.

그래 뭐, 기다리지.

그런데 여기가 잔보다 훨씬 시원한 느낌이다.

정원에 나무도 그다지 많지 않아서 모기도 덜 있을 것 같고.

어떨지는 좀 지내보아야 알겠지만.

 



 

팜 하우스의 귀염둥이 에디를 만나다.

이 숙소의 종업원으로 있는 눅(NUK)은 미얀마 샨족이란다.

샨족은 사실 태국의 주 종족인 샴 족과 같은 종족으로 인데, 조상들이 하늘에서 내려 왔다는 지금의 태국인들이 이들과 같은 조상을 가진 종족이라는 것을 인정하기가 좀 어려웠던지 이에 대해 그런 내색을 하지 않는단다.

하긴 중국 운남성의 태족(傣族)과도 관련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니 미얀마 샨족이야 말해 뭐하겠는가.

어쨌든 이들은 태국에서 거의 하층민 대접을 받으며 각종 허드레 일들을 하고 있는데, 정식 여권이나 비자도 없으니 임금도 제대로 못 받는 것이야 뻔 한 일이다.

어쨌든, 이 눅에게 아이가 있단다.

처음에 눅이 하는 영어를 알아듣기 쉽지 않아 무슨 내용인지 잘 이해를 못했는데, 아이를 보고서야 조금씩 눅이 하는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눅의 신랑은 호주 사람이고 지금은 돈 벌러 호주에 가 있단다.

처음에는 그냥 재미 보고는 애가 생기니 내뺐나 했더니, 컴퓨터 화상 전화로 눅과 연결이 되어 허니 하면서 수다를 함께 떠는 것을 보니 아주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이 호주인과 눅 사이에 태어난 아기가 에디이다.



태어난 지 육 개월 되었고, 지금은 옹알이하는 단계인데, 얼마나 순한지 누구에게도 착착 안기고 언제나 웃는 얼굴이다.

지 에비 모습을 보면 완전 산적 스타일인데, 역시 아기들은 부모가 누구든 예쁘기 마련인가 보다.

 

김치 파티 준비를 하다.

아야 서비스에서 이곳에 머물고 있는 사람을 만나서 소개받아 왔는데. 비슷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나 보다.

다른 사람들과도 알게 되어 그렇게 연결된 사람들을 위해서 집사람이 김치를 만들어 주기로 한다.

눅과 집사람이 빠이 근교에 열린 수요 시장에 가서 김치와 양념을 준비해 오는 동안 나는 에디를 봐주었다.

수요 시장은 현지인을 위한 시장으로 싸구려 살림 도구가 주종이라서 그게 볼거리는 없단다.

거기에 소수민족들은 완전 없고.

그곳을 본다고 오토바이를 빌려서 갔더라면 괜한 헛일을 할 뻔했다.

숙소 안에는 아직 들어가지도 못했는데, 김치 만들기 위한 작업을 시작한다.

다행히 팜 하우스 안주인과 눅이 호의적이라서 많은 도움을 받고.

마늘 까기, 생강 찧기 같은 것으로 하루 종일 할 일이 없는데, 이렇게 할 일을 만들어 주어서 고맙다고 해야 되나?

 


 

일주일 묵을 우리 숙소에 드디어 들어 가보니

호라,

미스터 잔이 여인숙이라면 이곳은 특급 호텔 수준이다.

넓은 방에 침대도 더블과 싱글 침대 두 개가 놓여 있고, 에어컨에 냉장고까지.



70밧 정도를 더 주면 이렇게 호강할 수 있다니, 돈이 좋기는 하다.

그런데 70밧이면, 사 칠은 이십팔, 2,800원정도이구만.

역시 돈 쓸 때는 팍팍 써야 하는 겨.

 

점심식사는 다시 팟붕 파이뎅으로

집사람은 김치 만드느냐 시간이 없다하여 나 혼자 이싼 파이라는 곳에 가서 쏨땀과 닭구이로 점심식사를 하려 하지만, 지도가 없이 나가서는 엉뚱한 곳에서 헤매다, 날은 뜨겁고 해서 어제 먹었던 할머니집에서 팟붕 파이뎅으로 대신한다.

일단 식당에 들어서니 할머니 왈, “팟붕 파이뎅?”

내가 기억에 있었나 보다.

당근이지요 할머니.

“팟붕 파이뎅!”

 

에어컨이 있지만 없이 견디어 보기로 한다.

방이 크고 또 바닥이 타일로 되어서인지 낮에도 그다지 덥지 않다.

에어컨에 좀 민감해서 웬만하면 에어컨을 틀고 살지 않는 스타일이라서 웬만큼 덥더라도 견디어 보기로 하는데, 확실히 여기는 오후에도 에어컨 없이 살 수 있을 정도로 덜 더웠다.

제대로 된 숙소에 이제야 안착한 기분이다.

 

저녁 김치 파티가 거창하게 벌어진다.

집사람이 김치와 파절이를 제공하기로 하고, 다른 친구들이 돼지고기와 상추를 구입하여 오는 것으로 임무를 나눈다.

이렇게 저렇게 연락이 되어 모여든 한국인은 모두 12명.

밥은 이곳 숙소에서 저렴하게 구입을 하니, 이제 숯불구이를 위한 준비만 하면 되었다.

나는 이곳에서 영감 축에 들어가서 그냥 구경만 하면 되었는데, 이 친구들 하는 것을 보니 역시 여럿이 모이면 어떤 일도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

자, 이제 숯불 위에 돼지고기가 놓이고 냄새가 풍겨나기 시작하는데.




김치에는 파리가 꼬여도 좋고, 파절이는 우리나라 맛과 좀 닮지 않았어도 좋고.

어쨌든 너무 맛있었다.

돼지고기도 너무 싸다고 하니 모두들 100밧 씩 추렴하니 되는 듯하다.

 

중국인은 가라.

우리 숙소에 묵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중국인 젊은이 한 쌍이 있다.

그 가운데 처자는 중국 난징에서 왔는데 한국어를 한 삼년 정도 배워 한국어를 꽤 한단다.

이 쌍이 우리가 바비큐 파티 하는 것을 보고 신기해하는데,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중국인들은 부르면 안 된다고 아는 채 하지 말란다.

이 아가씨는 이 말을 잘 알아들었고.

난처한 우리 집사람이 얼른 끼어들어 이 아가씨는 한국어를 잘 알아듣는다고 말해주지만, 이미 벌어진 일.

어디서나 입조심할 일이다.

 

이 집에 고양이가 산다.

이 고양이는 암컷으로 새끼 세 마리를 두고 있다.



그런데 하루 종일 살펴보니 이 새끼는 지들이 알아서 놀고 있더라고.

또 이 어미 고양이도 얼마나 둔한지, 에디가 탄 보행기에 끼어도 끄떡하지 않는다.

꽤 아플 텐데 참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만사가 다 귀찮은 것인지.

 

숙소가 좋으니 모든 것이 이제 안정이 되고, 제대로 찾아 왔다는 느낌이 팍팍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