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13 여행

사람 일이라는 것이 그렇듯 빠이라고 다르랴?

정안군 2013. 4. 10. 00:24

좋은 날씨를 보이는 좋은 동네에 왔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쨌든 처음은 좋았다.



어느 나라이든 어느 동네이든 새벽의 서늘한 공기는 마음까지 상쾌하게 만들어주는 매력이 있다.

그런 매력의 공기를 감싸고 있는 숙소 안은 더없이 좋았다.





가끔씩 존재감을 드러내는 새벽닭의 울음소리만 빼면, 닭 아닌 다른 새 소리도 가끔씩 들려 그토록 완벽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역시 인생은 반전에 묘미가 있다고 했나?

완전한 반전이 이루어질 줄은 그 때는 미처 몰랐다는 것.

 

역시 태사랑이다.

태사랑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빠이’를 검색하면 막강 기능의 지도가 나온다.

그 지도에서 찾아보니 우리의 단골 방문지 상설시장이 표시되어 있었다.



거리는 좀 먼 듯하나 동네가 워낙 작다보니 그다지 염려되지 않았는데, 막상 가보니 생각보다 활기도 적고 규모도 작았다.

이것저것 다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집사람은 실망이 된 모양인데, 뭐 다 좋을 수 있나.

망고와 오이를 사가지고 돌아오는 것으로.

 

아침을 무엇으로 할까 생각하는데 마침 등장한 것은

중국 사람이 모두 아침식사로 대신한다는 밀가루 도넛과 두유를 팔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포장마차에는 한글로 ‘맛있어요’라고 쓰여 있어서 정말 맛이 있을 것 같았다.

도넛 1개 5밧, 두유 1컵 5밧으로 좀 서운한 듯하지만, 15밧 정도면 아침은 해결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곳 주인은 중동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이 동네 이슬람 신자들이 많이 팔아주는 듯 했다.

그리고 숙소로 향하는데 길거리에 닭죽도 팔고 있었다.



닭죽은 한그릇에 20밧, 참으로 먹을거리가 흔하고 흔한 것이 태국이다.

 

탁발 규모도 대규모였다.

아침 식사를 위해 다니는 동안 마을 여기저기에는 탁발 행렬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기저기에서 눈에 띄었는데, 어린아이 스님들을 데리고 다니는 지도 스님(?)의 모습이 좀 이상했는데 스님하면 떠오르는 우리나라 스님의 모습이 아니어서 그랬던 것 같다.



태국 외국인 거리가 그렇듯 아침 시간 거리는 조용하기만 하다.

대신 개님만 바삐 어디론가 가시는 모습.


 

이슬람 신자들이 가끔씩 보이는데

매쌀롱에도 이슬람 사원과 이슬람 신자의 모습과 식당이 있었는데, 여자들 얼굴을 가리는 정도는 그렇게 심하질 않았다.

여기도 이슬람 사원이 있고 가끔씩 하얀 모자를 쓴 남자들과 얼굴에서 눈만 내놓고 다 가린 모습을 한 여자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규율을 지키는 정도가 중국인 촌의 이슬람 신자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인데, 이슬람 신자들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을까?

저녁 무렵에 먹은 로티를 팔던 아줌마도 그런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심한 경우는 검은 천으로 몸 전체와 얼굴 전체를 감은 그런 아줌마도 있었다.




얼마나 더울까?

 

집사람이 오토바이에 도전하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모습은 오토바이 부대이다.

그야말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이들 타는데, 그것이 꽤 부러웠었나보다.

나는 우리나라에 있을 때 오토바이는 타지 않는 것을 신조로 삼아 왔기 때문에 이곳에서도 웬만하면 타지 않으려 했었다.

그런데 집사람이 오토바이에 도전을 하시겠다?

그 뒤 한 시간쯤 지나 집사람이 돌아 왔는데, 오토바이 교육을 받다가 교관에게 잘렸단다.

아줌마는 오토바이를 타면 절대로 안 되는 사람이라고.

그러면서 100밧을 교육비로 냈는데 아까우니 내가 대신 가서 받으란다.

일이 재미있게 되었다.

해서 아야 서비스라는 곳에 가서 오토바이 교육을 받았는데 크게 어려울 것은 없었고, 교차로에서 반드시 정지할 것과 왼쪽 통행만 머릿속에 넣어두면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교관에게 잘했다는 칭찬과 함께 돌아 왔다.

한적한 거리에 가서 빙글빙글 몇 바퀴 돌다 왔을 뿐인데, 막상 타보니 꽤 재미있어 보였다.

여기 빠이는 오토바이가 필수품이라던데, 오토바이 빌리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되겠다.

오토바이 하루는 100밧, 일주일은 500밧, 한 달은 900밧인데, 여기에다 보험과 헬맷 비용이 조금 추가되는 정도니 서양애들이나 동양애들이나 태국에 오면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지 알 듯 싶었다.

 

아야 서비스는

관광에 대해서는 온 세계 어느 나라가 따라갈 수 없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태국답게 이 동네도 운송에 대해 꽉 잡고 있는 회사가 있으니 그 회사가 바로 아야 서비스이다.




얼마나 대단하냐면, 일단 외부에서 아야 서비스를 이용하거나 다른 교통 시설을 이용해서 빠이에 오면, 그 근처에 있는 아야 서비스에 가서 짐을 맡겨 놓고 오토바이를 렌트해서 숙소를 찾는다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있다는 거.

그런데 그 사장은 중국계인 듯 매장에는 한자 글씨로 된 장식물이 있었다.

하여튼 대단한 중국 사람들이다.

 

나온 김에 강 건너에도 가본다.

강이라기보다는 큰 냇가 정도인데 고상한(?) 대나무 다리가 놓여 있다.

건너가자면 흔들거리며 불안불안한데, 가끔씩 큰 비가 오면 다리가 무너지기도 한단다.

사실 콘크리트 다리를 놓으면 간단하겠지만 아무래도 전원적인 풍경을 가진 동네 이미지를 살리기 위해 그냥 그대로 놓는 것 같다.




건너가면 방갈로 형태의 리조트가 보이는데, 가격은 강 이쪽보다 많이 싸다고.

하나 시설이나 다른 면이 크게 좋아 보이질 않아서 이쪽으로 옮기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다.

 

강 건너기 전 좋은 호텔들

며칠만 묵다간다면 하루 호강할 겸 묵고 싶은 숙소였다.




하지만 장기 여행을 위해서는 이런 호강은 꿈속에서나 누릴 사치이다.

그래도 들어가서 가격이 얼마인지 물어나 보자며 들어 갔다 온 집사람은 금방 포기를 한다.

그 가격이 무려 2,000밧이란다.

아이고, 깨깽.

 

그럭저럭 빈둥거리니 점심시간인데

점심은 태국에 온 기념으로 팍붕파이뎅을 먹어 보기로 한다.

팍붕파이뎅이라는 놈은 우리말로 하면 공심채 볶음인데 중국 남부와 태국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도 있는 음식이다.

물론 이름이야 다르다.

한 태국 할머니가 있는 식당을 지나면서 물어보니 자기네 집에서도 한단다.




우리 동네 장터에서 베트남에서 시집온 색시가 심었다는 공심채를 팔러 나온 할머니가 있어서 요리를 해 먹은 적이 있는데, 그것도 한참 전이라서 오랜만에 먹으니 참 맛있었다.

물론 이것을 요리할 때 미원 한 숫깔 공식은 이 할머니도 실천을 하더란다.

 

이때부터 미친 듯이 더워지기 시작하였다.

어제 늦게 도착해서 선선한 저녁 날씨를 보고 오판을 해도 크게 한 것이었다.

우리 숙소는 에어컨이 없는데 정말 에어컨 없이 선풍기로 한 낮 더위를 막기가 역부족임을 절실히 느꼈다.

그러다가 선풍기는 날개가 부러지면서 고장까지 나버려 오늘 한 낮의 무더위는 우리를 금방 항복하게 만들었다.

할 수 없이 팜 하우스에 묵는다는 한국인의 소개로 가격을 절충하여 내일 그곳으로 옮기기로 한다.

에어컨이 있단다.

하루 400밧인데, 일주일 묵는 것으로 하여 350밧보다 조금 더 저렴하게 절충할 수 있어서 좋았고, 내일은 에어컨이 있는 방에서 지낸다는 생각이 오늘 하루 더위를 참게 해 주었다는 거.

와, 오늘만 보면 치앙라이의 낮 더위나 이곳 더위는 별 차이는 없고, 밤과 아침만 날씨가 선선해지는 정도였다.

이 동네 해발 고도는 500 m가 채 안 되니 거의 비슷한 온도대일 수밖에.

 

저녁에는 길가에 시장이 선다.

태사랑에 정보가 있기에 가보니 크지 않은 규모로 시장이 열려 있었고, 가격은 꽤 쌌다.




그리고 오늘 7시 무렵에 간 상설시장은 그 시간대에는 파장 분위기란다.

새벽 4시부터 시작해서 6시 반쯤이면 거의 마무리가 된다나?

그러니 우리가 간 시간에 시장이 시들한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그 동네는 아침형 인간들이 사는데 우리 숙소는 저녁형 인간들이 산 다는 것이 빠이의 두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저녁은 푸드 센터에서

이산빠이라고 구이와 쏨땀을 잘 한다는 식당이 지도에 나와 있어 저녁식사를 위해 가보니 역시 그 동네는 아침형 인간들이 사는 동네답게 식당 문이 이미 닫혀 있었다.

할 수 없이 저녁형 인간들을 위한 푸드 센터에서 간단한 식사로 대신한다.

하긴 태국 음식 모두가 간단하긴 하다.

이때쯤 온도가 31 정도였는데 치앙라이의 36도에 비하면 무려 5도나 낮은 기온이니 고마워해야 하나?

오늘 서울에는 눈이 내렸다는데, 나는 왜 그 좋은 날씨를 두고 왜 이곳에 와서 우리나라 삼복더위를 넘어 사복이나 오복 정도 되는 더위를 미리 겪고 있을까?

또 이 동네 모기에게 넉넉하게 먹을거리를 제공해가면서.

한국에 있는 사람들은 나를 부러워하고, 나는 한국에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이 불편한 진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