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2013 여행

빠이에서 살아 가면서 1

정안군 2013. 4. 12. 13:25

아침 산책에 나서는데,

이제 생활 리듬이 태국화 되어서, 10시쯤 자서 6시 30분쯤 일어나게 되었다.

시원할 때는 운동 겸 동네 구경삼아 하는 산책이 제일이다.

오늘은 북쪽으로 나가서 구경하기로 하는데.

 

눈 밝은 집사람이 뭔가를 발견하고는

누군가가 이것을 여기다 놓고 간 듯 하다고 가져오는데, 노트북 가방이다.

안에 들은 물건을 확인해 보니, Acer 노트북 컴퓨터가 들어 있었다.

이를 어쩐다.

나도 노트북 컴퓨터를 분실해 본 적이 있어서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을 이해하는데, 어떻게 이 컴퓨터를 찾아준담?

잠시 고민을 해보지만 답이 안 나온다.

그냥 여기다 놓고 가자.

혹시 주인이 와서 찾아 갈 수 있으니깐.

하지만 주인이 다시 와서 찾아 가는 것은 로또 3번을 연속해서 맞는 것과 비슷한 확률일 텐데.

그 때 마침 정말 마침이라고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오토바이를 탄 경찰이 지나가고 있었다.

일단 그 경찰을 불러 세워 상황을 설명해 주니, 이 경찰 아저씨 너무 감동한 모양이다.

우리 부부와 컴퓨터를 함께 사진을 찍고는 간단한 인적 상황을 조사하더니, 자기가 경찰서로 가지고 가서 찾아주도록 할 거란다.

우리야, 좋을 수밖에.

이 친구 고맙다고, 거수경례를 우리 부부에게 하더라고.

나야 이런 거수경례를 상급자의 경우처럼 얼른 받고 내가 먼저 손을 내려 버렸지.

그러면서 이러면 그 컴퓨터가 주인에게 돌아 갈 수 있을까?

영, 미심쩍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여기까지.

 

교회 앞을 지나서 작은 개울 건너에는 그냥 시골이 펼쳐진다.

시골스러운 풍경을 지나니 바로 리조트인데, 거의 비어있다.





교대만 콘크리트이고 나머지는 대나무로 세운 다리를 지나니 그저 그런 리조트가.



개들만 왔다 갔다 하니 사람들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다.

그 가운데 좀 괜찮아 보이는 리조트도 있는데, 우리야 지금 숙소에서 육 일을 더 자야 하니 그렇게 급할 게 없어서 가격이나 이런 것을 알아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아무래도 컴퓨터가 신경이 쓰인다.

내가 만일 태국에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면, 경찰에 가서 신고를 하고 찾아 달라고 할까?

어째 영 믿음이 가질 않는다.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잃어버린 사람이 찾을 방법도 없는 것이고.

그래서 혹시 분실 맨이 자기가 놓고 올만한 장소를 찾아 헤맨다면, 혹시 그 장소에 메모를 남기면 찾을 기회가 좀 더 커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해서 메모 한 장을 컴퓨터를 발견한 곳에 남기는데.



이로써 내 역할은 정말 다 한 것이니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기로 한다.

 

아침 식사는 죽으로

집사람이 아침을 죽으로 먹겠냐고 해서 나는 집사람이 죽을 먹고 싶다는 말인 줄 알고 그러자고 한다.

그리고 죽을 시켰는데, 자기는 먹지 않는다고 나만 혼자 죽을 먹으란다.

이거 뭐야.

할 수 없이 별로 당기지도 않은 죽으로 아침을 대신한다.



역시 소통이라는 것은 쉬울 수도 이렇게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

 

점심 식사를 위해 이싼 빠이를 찾아 가는데,

지난 번 이싼 빠이를 찾아가다가 엉뚱한데서 헤매고는 가질 못했으니 오늘은 기필코 찾아 가보자 하고 나선다.

어렵지 않게 이싼 빠이라고 생각되는 식당을 찾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이상하더군.



그래서 주인에게 물어 보았더니 아니란다.

다른 곳에서 다시 한 번 헤매는데, 정답은 오늘은 하지 않는다고.

 

별 수 없이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식당에 들어섰는데,

알고 보니 이 식당도 꽤 알려진 곳이었다.

중국계 사람이 운영하는 곳인데, NO MSG란다.

중국집 식당에서 흔한 말로 미원을 쓰지 않는다는 것인데, 좀 개념상에 혼돈이 오긴 하지만 좋은 것은 좋은 것이니.

음식 맛도 깔끔했다.

채식주의자 전용 식당이라서 고기가 들어가지 않으니 좋고, 더군다나 미원을 쓰지 않으니 더욱 좋은 곳이다.




점심 식사는 밥에 여러 반찬을 놓아 서 먹는 것이 주이다.

물론 다른 요리를 시킬 수도 있지만.

밥에 하나 반찬이면 25밧, 반찬 두 개면 30밧, 세 개면 35밧이란다.

네 개면 40밧인데, 그 이상은 나도 모르겠다.

이런 덮밥 형태는 오후 5시까지이고, 다른 요리는 저녁 8시까지라고.

오늘 괜찮은 곳 하나를 알게 되었다.

 

오토바이를 부상자를 많이 만들어 낸다.

우리는 아직 오토바이를 렌트할지 결정을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부정적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우리 윗 층에 머무는 서양 처자들 두 명도 오토바이를 타다 넘어져서 무릎을 깼고, 옆 집 중국 청년들도 무릎을 깨서 치료를 받았다고.

농담 삼아서 여기 주민들이 빠이를 오토바이 자유구로 만드는 것은 이런 짭짤한 병원과 약국 수입이 있어서 그럴 거라는 소리까지 나온다나.

빠이 병원에 가 본 친구는 시골 도시 규모에 비해 병원이 상당히 큰데 아마도 이런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기는 정형외과나 일반 외과 수요는 여기에 와서 오토바이를 타다 사고를 당하는 외지인들이 엄청나게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저녁 시장에 다시 가 본다.

4시가 넘어서면 그나마 다닐만한 온도가 되는데, 이때부터 기지개를 펴고 거리 구경을 할 시간이다.

슬슬 장 구경에 나서는데, 이게 뭐야.

길거리 장터말고 그 안 쪽에 시장 건물이 있었다.

그러니까 먼저는 예고편만 보고 시장이라고 돌아 왔던 거.





하지만 특별한 것은 없고 일단 망고가 값이 더 싸졌단다.

그러니 망고 킬러 집사람 망고를 조금 사고, 옥수수를 사서 먹어보고, 또 땅콩도 사서 먹어보는데, 이 땅콩은 아직 영글지도 않은 것을 팔고 있었네.

땅콩은 실패.

저녁은 남은 김치와 함께 라면을 끊여 먹는다나?

해서 세븐 일레븐에서 새우가 그려진 라면을 싸가지고 돌아오는데.


이게 뭐야, 오늘은 새우와 오징어 그리고 닭고기 파티란다.

어제의 용사들이 다시 뭉쳐서 파티 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것저것 먹어서 별로 뱃속에 채울 여지는 없었지만, 집사람이 라면은 다음에 먹고 오늘은 같이 이들과 합석하자고 하니 뭐 그런다고 할 수 밖에.

어쨌든 오늘은 주 메뉴가 해물인지라 일인당 150밧으로 파티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보는 새우는 좀 우리나라에서도 주로 먹는 태국산이겠지?

오징어는 엄청나게 짰고,

역시 배가 부르면 뭐든지 맛이 있지는 않은 것이 상식이다.

어쨌든 어제 돼지고기는 매우 만족 수준이었는데, 오늘 해물 파티는 그럭저럭 수준이었다는 거.

아무튼 요즘 너무 많이 먹는 거 아닌가 몰라.

 

대단한 친구들이다.

낮에 에디를 좀 봐주고, 파티 할 때 모기가 덤벼 서서 왔다 갔다 하며 먹었더니 쉽게 피곤이 몰려 왔다.

좀 일찍 누웠는데, 밖의 젊은 청춘들은 이야기 화제가 그칠 줄 모른다.

그러다 깜빡 잠들었고 그러다가 언뜻 잠에서 깨었는데 이들은 아직까지도 꽤 큰 소리 내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시간을 보니 새벽 4시, 결국 5시가 되어 이들 파티가 끝났는데.

우리 윗 층에 머무는 서양 아이들은 얼마나 짜증이 났을까?

이들도 낮에 정신없이 돌아 다녀서 그런 줄 모르고 잠에 빠졌을까,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