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 메뉴는 파이 병원 쪽 길을 따라서
매홍손 가는 길은 아무래도 차량 통행이 잦을 것 같아서, 빠이 병원을 지나 중국인과 리수족 마을 가는 방향으로 잡았다.
사거리에서 조금만 더 가면 조용한 시골 경치가 이어지는데, 이게 뭔 그림인가?
소?
예술 감각이 남 다르다는 마을답게 가끔씩 이런 재미가 있다.
등 뒤로는 아침 해가 떠오르는데, 오늘은 얼마나 열기를 내 놓을지.
조금만 더 진행하면 읍 단위치고는 규모가 크다는 병원이 나온다.
이렇게 응급실까지 있으니, 오토바이 사고쯤은 문제가 되지 않을 듯싶다.
더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돌아다니는 사람들 가운데 붕대 감은 사람들의 모습이 왜 그리 눈에 잘 띄는지.
아무래도 나 같은 초자는 오토바이는 관두고 그냥 걸어 다닌 것이 좋을 듯싶다.
오른쪽으로 큰 절이 보이는데, 그 안에 있던 개 깡패들이 짖으며 우르르 몰려나오더니, 우리 근처에서 와서는 꼬리를 살살 흔들며 애교 모드로 급전환하더라고.
웬일이래?
이렇게 우리를 잘 알아주는 친구들이 많은 절이니 둘러보고 가는 것이 예의일 것 같아서 안에 들어가 본다.
그냥 절이다.
좀 규모가 큰 절.
여기를 찍고 돌아오는데 웬 경찰관이 지나가다가 우리를 불러 세우더군.
잘 보니 어제 컴퓨터를 가지고 갔던 경찰관인데, 우리에게 어제 상황을 안 되는 영어로 장황하게 설명하기 시작하더라고.
그러면서 어디에서 묵느냐고 다시 묻는데.
그거 어제 알려 주었잖아.
하지만 이런 것쯤이야 얼마든지 다시 알려 줄 수 있지.
“팜 하우스”
그러니까 다시 “컵쿤캅”
자기 아들을 뒤에 타우고 나타난 경찰은 그렇게 다시 사라졌다.
아마도 친절한 한국인의 그림이 그의 마음속에 남지 않았을까?
나도 그러고 보면 가끔씩 애국을 하는 사람인 거 맞다.
매홍손 가는 썽태우가 있더라고.
매홍손이 자꾸 마음에 들어오는데, 매홍손 가는 방법은 미니버스와 일반 올드 버스 그리고 썽태우가 있는 모양이다.
그 중에서 썽태우가 가장 싸겠지만, 이것은 극기 훈련이 될 듯싶고 그 다음은 올드 그것도 그냥 올드가 아닌 베리 올드 버스가 다음, 최고 좋은 방법은 미니버스일 듯싶다.
가게 되면 미니버스를 이용해야 되겠지?
혹서기라고는 하지만 익어가는 과일도 있다.
들판에 나가보면 논이었던 곳은 그 흔적만 남아있고 지금은 황량 그 자체로 멀쩡한 풀들도 뜨거워 타죽을 판이라서 과일도 익어가는 놈이 없을 것 같아도 이렇게 익어가는 애들이 있다.
망고는 전성기에 들어서는 것 같고, 우리 숙소 정원에는 석류도 있단다.
그리고 잭푸르츠도 달려 있는 것이 보이고 일 년 열두 달 매일 있는 것 같은 파파야도 많이 볼 수 있다.
가장 먹고 싶은 것은 리치인데, 이놈은 우기가 시작되어야 볼 수 있단다.
오늘 아직 아침은 아랍 스타일 청년에게서 도넛과 두유를 사먹으려고 했는데
오늘도 그 모습이 안 보인다.
어제 바가지를 안겼던 그 할배에게 사먹기는 싫고 해서 아침은 그냥 건너 띄기로 하고 점심 먹을 곳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참, 할 일 더럽게 없네.
우선 빵집, Go 'O'
폼이 좀 있어보이기는 하지만 아침도 걸렀는데, 빵으로 점심 대신하기는 뭔가 많이 부족해서 너는 일단 제외.
그 앞에 비리아니 식당.
이놈은 나에게는 괜찮은데 집사람에게 선택될 것 같지 않다.
그러고 보니 나보다는 집사람에게 맞춰야 되는 것인데 고민할 것도 없구만 그려.
숙소에서 오늘도 에디와 노는데.
이렇게 밖에서도 함께 놀고
그러다가 더워지면 우리 방으로 데리고 들어와 놀고.
성질 좋은 우리 에디.
여전히 싫다고 짜증내는 경우가 없다.
오늘은 송크란이라고 태국 최대 명절 연휴가 시작되는 날이다.
우리 숙소 주인에게도 동생네가 와 있고 북적북적하지만, 시내는 더 요란하다.
워터 페스티발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진 탓도 있어서 해마다 더 요란해 지는 모양이다.
언젠지 크게 히트한 중국 영화에서 치앙마이 송크란이 소개된 적이 있어서 그 때부터 중국인들이 엄청나게 치앙마이에 와서 송크란을 즐기고 간단다.
여기는 말 그대로 점잖은 동네라서 송크란을 즐기는 것도 꽤 점잖은데, 싫다고 하면 물을 조금만 뿌려주거나 발에 살짝 물을 부어주는 정도로 그치곤 한다.
아야 서비스 앞에 가보니 여기는 다른 곳과 사정이 달랐다.
온 동네 서양 양아치 스타일의 애들과 태국 애들이 물싸움을 벌려 제법 요란했다.
이번 송크란은 토요일부터 나흘 연휴로 화요일까지 이어진다고.
그래서 웬만하면 움직이지 않고 자기가 있는 동네에서 지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점심은 자심제(慈心齊) 중국 식당에서 팍붕 파이뎅을 먹어 보는데
역시 팍붕 파이뎅은 굴 소스로 요리를 해야 제 맛이 나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 까꿍 타우초도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콩 간장으로 요리한 것은 내 입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아무래도 처음 정을 준 것이 굴 소스로 요리한 것이라서 그런 줄도 모르겠다.
저녁 시장에 나가는데
빠이 군청 앞 공터에서는 큰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오늘 네 시부터 행렬이 이어진다고 하더니 그에 앞서서 하는 행사 인 듯싶었다.
승합차에 부처가 자리 잡고 있는데, 아마도 송크란이 아기 부처에게 목욕을 시키던 행사에서 유래된 것이 아닌 가 싶어진다.
그러다가 사람에게 물을 뿌리게 되고, 이것이 놀이 형태로 바뀌면서 지금처럼 물싸움이 된 것이 아닐지.
듣는 사람도 없지만 연설하는 사람은 신나게(?) 연설을 하고,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하고 싶은 일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세팍타크로 하는 친구들은 열심히 하고.
떡을 구어 주는 사람들은 또 열심히 떡을 구어주고.
참, 이것은 공짜다.
그리고 시장에서 사는 것은 오늘도 역시 망고이다.
오늘은 3 kg에 백 밧짜리.
아, 이제 조금씩 질려간다.
망고.
행렬이 시작되고
글쎄, 그냥 행사를 위한 행사인 듯 싶다.
열렬한 반응도 없고.
그냥 뜨거운 날, 부처님만 고생하시는 것 같다.
그래도 가끔씩 물벼락을 맞으니 좀 낫기는 한가?
명절이라고 숙소에서 주는 음식 이것저것을 조금씩 얻어 먹었더니, 결국 밥 때를 놓쳐서, 밤 아홉 시쯤 나가보니 거의 모든 식당이 문을 닫아서, 오늘 제대로 밥 먹은 것은 점심 한끼였다는 거.
역시 남의 나라 잔치 때 쓸데 없이 돌아 다니면. 밥 굶기 꼭 좋다는 말을 오늘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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