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이 그날이고 그날이 그날 같은 날들이 계속되었는데,
작은 동네에서 그래도 여기저기 잘 찾아서 아침 산책을 다녔지만, 이제는 그 레파토리가 다했음을 안다.
그래도 아침 산책은 이 동네 살면서 느끼는 작은 기쁨인데 그만 둘 수는 없지.
해서 북쪽 개울을 지나서 동네 구경에 나선다.
숙소를 나서자마자 만나는 탁발 스님.
이들은 날마다 같은 일을 반복할 것이다.
싫증이 날까 아님 날마다 새로울까.
대나무 다리를 건너면 나오는 현지인집.
그리고 그집 앞 돼지우리.
우리 어려서 살던 동네와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물론 집 재료는 우리나라와 전혀 다르지만.
이렇게 냇가 풍경이 이어지고.
이쯤에서 오늘 찍은 사진 가운데 제일 마음에 드는 것 하나 건진다.
멀리 꽃나무가 아름다운 사진.
개들도 함께 산책에 나선다.
태국을 상징하는 것들 가운데 하나가 개들 천국일 것이다.
많아도 너무 많다.
오늘도 그 중 한 마리가 우리와 동무가 되어 함께 한참을 가더니, 사귈 동무를 만난는지 한참을 이러고 있더라고.
우리는 여기서 내팽개치고.
역시 개에게는 개가 더 좋겠지?
오늘도 새롭게 만나는 꽃들을 찍어본다.
내가 좋아하는 부겐빌레아.
이 꽃나무가 너무 좋아 우리 집에도 한 그루 입양을 했는데, 꽃이 잘 피질 않아 서운하게 하는 중이다.
아무래도 자기 홈그라운드가 아니라서 낯가림이 심한지.
그렇게 아침 시간을 보내고.
점심은 오랜만에 비리아니를 먹는다.
저번에 의사소통이 안 되어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오늘은 비리아니가 안 된다는 말을 듣고 싱겁게 발길을 돌렸던 일을 주인은 기억하더라고.
그 때 미안했다고 하면서 오늘은 틀림없이 된단다.
집사람이 만든 파김치와 같이 먹으니 맛이 좋았다.
이 집의 대표 음식인 국수는 집사람이 먹었는데, 나 때문에 할 수 없이 먹는 것 같은 생각이.
식사 후 빵집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이 두 개가 무려 100밧이다.
한 개에 50밧씩이니, 점심 식사비용보다 훨씬 더 많이 든다는 것인데.
정말 너무 비싸게 느껴진다.
한가한 오후 시간을 이용해서 리렉스 마사지에서 타이 마시지를 받아 보는데,
한 시간 150밧이다.
퇴직 후 줄어둔 수입에 맞춰서 살아야 된다는 부담 때문인지 집사람 손도 오그라들었고, 나도 아껴 써야 된다는 생각이 들고는 해서 참고 참았었는데, 그 동안 피로가 쌓였는지 몸 여기저기가 삐걱거려서 한 번 받아 보기로 한 거.
받아 보니, 역시 돈이 좋다는.
그려 그래서 돈이 좋다는 거겠지.
그리고는 오늘 하루가 그대로 지나가는 줄 알았는데.
저녁 시장에 가보았지만 물건이 별 것이 없어 돌아오는데, 군청 마당에서 뭔가를 준비하고 있었다.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파는 장사도 있었고.
숙소에 돌아와 사진기를 들고 다시 나갔더니,
이제 뭐야.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오늘 이거 대박이군.
군청 마당에 가니 본 행사를 위해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는데,
행사 이름이 뭐냐고 물으니,
한 친구 유창하게 “타이 페스티벌”이란다.
후훗.
눈치로 대충 짐작을 해보니 소수민족과 이 동네 주민들이 함께 어울려 펼치는 신년맞이 어울 마당 정도가 되는 것 같았다.
민족의상을 입고 모여서 자기 지정된 자리에 앉는 사람들을 보니 꽤 흥미가 있었다.
물어보니,
우선, 나와 그나마 관계가 가장 밀접한 라후족.
어보우자!!!
이 동네에서 숫자가 가장 많은 리수족
몽족.
이른바 중국족, 중국인이 이 동네에서 소수 민족이라니.
좀 아이러니가 아닌 가 싶지만.
어쩌겠어.
이 동네에서는 숫자가 적은 걸.
코끼리 민족, 카렌족.
타이족, 그런데 타이족이 이 동네에서 소수민족인가?
이 동네 처자들이 펼치는 무용 한마당.
그리고는 매홍손 주지사의 인사.
군수와 각 부족 촌장이 함께 하는 인사.
그리고는 각 부족이 나와서 신년 행사 펼치기.
이런 순서로 지루하게 이어지는데, 관중을 보니 관광객들이 거의 대부분이고 이 동네 주민들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어째, 소수민족을 이용한 관제행사인 듯한 모습이 보이지만, 처음 이런 것을 보는 우리들에게는 그나마 저녁 소일거리를 제공해주니 좋았다는 거.
저녁 하늘의 모습도 예뻤지만, 무리를 지어 나는 새들의 모습은 정말 남 나라에 와 있다는 느낌이 팍팍 들더군.
하늘은 이렇게 찍을 수 있었지만, 새가 나는 모습을 찍기란 너무 힘들어서 통.
주지사와 군수 그리고 읍장일 듯한 사람들이 앉아 있는 귀빈석에 우리도 앉아 있었더니 같이 귀빈 대접을 받아 떡도 주고 물도 주고 하더라고.
한 태국 의상을 곱게 입은 아주머니는 살뜰하게 우리를 챙겨주기 까지.
태국이라는 나라는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무엇이 있다.
밤이 깊어지고 행사가 마무리 짓는데,
끝 행사는 다함께 춤을 이었다.
이 양반이 매홍손 주지사인데. 인상은 퍽이나 좋았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라후족과 리수족 그리고 몽족이 이 춤을 이끌었는데, 몇몇의 외국인 관광객들도 함께 신이 난 시간이었다.
동네 사람들은 없고 소수민족과 동네 유지 그리고 관광객이 함께 한 푸짐한(?) 신년맞이 한마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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