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김치를 담그는데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러,
아침시장에 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요즘 건기 막바지라서 그런지 시장의 물건이 다양하지 못하고, 특히 과일 종류가 상당히 빈약하다.
망고는 이 동네 저 동네에서 익어가기는 하지만 대량으로 아직 시절이 빠른지 가격이 그다지 착하지 못하고, 그나마 그 외에 변변한 과일도 없다.
역시 이 동네는 우기가 접어들어야 과일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모양이다.
괜찮아 보이는 망고가 1 kg에 대략 35밧이나 해서 망고 킬러인 우리 집사람도 요즘 한참 망고를 먹지 못하고 살고 있다.
대형화된 우리나라 채소에 비해 이 동네 채소들의 크기는 이 동네 사람들 모양만큼이나 아담하다.
배추도 당연히 작고.
양파와 마늘도 그런데, 종자가 아주 작은 놈들은 이 동네 원산이고, 좀 크다 싶은 것은 중국에서 수입해 온 것이란다.
당연히 중국에서 수입해 온 것이 더 비싸다는 거.
이것은 우리랑 반댈세.
이것이 전설의 아지노모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미원이라고 부르는 놈.
이것이 음식의 맛을 내는데 혁명적인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도 한 때 가정이든 업소든 열렬히 사랑을 받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가정에서는 거의 사용이 안 되고 있고, 대량 판매하는 식당에서 아직도 많이 쓰이고 있는 놈이다.
중국 음식점의 맛 그리고 동남아시아의 쌀국수의 맛.
이것의 정체가 이 아지노모토인 셈.
간식거리로 토마토를 좀 산다.
이놈들도 우리나라 방울토마토 크기 정도인데, 방울토마토는 아니고 정식 토마토이다.
당근 이 나라에서는 채소로 여러 음식에 들어가지만, 우리는 그냥 생것으로 먹으려고.
아마도 생으로 토마토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고 하던가?
물론 잘 아시다시피 토마토는 과일이 아니라 채소이다.
그러니까 남 나라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굳이 말하자면 우리나라가 이상한 것이지.
죽 한 그릇 먹고 그리고 배추김치 담근다고 죽 한 그릇 싸서 들고 오고,
김치를 담그는데, 한국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져온 고춧가루가 전부이다.
젓갈은 이 나라에서 많이 파는 피쉬쏘스(액젓)를 이용하고, 파와 마늘 그리고 생강은 현지에서 구입하여 쓴다.
여기에다 우리 집사람이 사가지고 온 쌀죽을 넣으면 맛이 리얼 한국 김치가 되는 것.
우리가 그렇게 평한 것이 아니고 이 동네에서 우리 집사람이 만든 김치를 먹어본 사람들이 모두 그렇게 말한다.
레알, 레알 김치.
아무래도 어제 그 근처까지 갔다가 못 보고 온 왓 스리 돈 차이라는 절이 아쉽다.
해서 숙소 주인네 자전거를 빌려 타고 어제 간 길을 따라서 가보기로 한다.
역시 자전거 타기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좋은 데.
어제 차를 얻어 타고 돌아온 장소까지 자전거로 가니 사실 거리도 얼마 되지 않았지만 금새였다.
그 근처에서 절을 찾아보니 어제 돌아 온 장소에서 100m 정도 떨어진 골목에 있었다.
절 입구에는 이 절이 이 동네에서 최초로 세워진 절이라는 글씨가 쓰여 있었지만, 들어가 보니 그런 고색창연한 빛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는 그냥 절 분위기.
여기도 그냥 절이었다.
전문가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냥 절.
아무튼 이렇게라도 다시 찾아오니 하루 쌓인 한(?)을 풀게 되어 가슴이 후련해지기는 하더라고.
그 절 근처에는 위앙 느아 면사무소(?)의 건물이 있었는데, 이 동네 다시 봐도 참하고 마음에 든다.
혹시 빠이에 살게 된다면, 이 동네에서 집을 구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돌아오다가 강변에서 내가 탄 자전거를 한 장 찰칵.
그리고 돌아와 보니 집사람은 열심히 김치를 만들고 있었고,
우리랑 빠이에 같이 온 처자 일행이 우리를 자기 집에 초대하려고 와 있었는데, 김치 만드느냐 저녁으로 시간을 일단 미룬다.
앗싸, 오늘 저녁에 할 일이 생겼다.
오후는 개콘과 일본 NHK에서 만든 ‘실록 태평양 전쟁’을 본다.
개콘이야 그렇고, 오늘 본 실록 태평양 전쟁은 필리핀에서 왜 일본군은 필리핀 사람들을 자기 동료로 만들지 못하고 적으로 만들어서 그토록 많은 사상자를 내었는지 반성이 있었다.
쫒기든 도망쳤다가 다시 ‘돌아온 맥아더’는 결국 자기 이익과 국가의 이익을 지키는 것이 지상과제였었고.
이런 도둑놈 심보의 소유자인 미 제국주의 쓰레기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영웅 취급을 받는다는 것도 웃기는 일이기도 하다.
아직도 미국의 이익이 한국의 이익이라고 소리를 높여도 애국이고, 북한과 협력하자고 하면 종북주의자로 찍혀 버리는 이상한 사고의 소유자들이 과반수이상을 차지하는 대한민국, 우리나라.
원래 한국 사람이 살고 있지만,
지금은 잠깐 한국에 다니러가서 빈집이 된 그 집을 봐주고 있는 매쌀롱 이후의 여행 동무의 초대로 그 집을 방문한다.
그 집은 월 4,500밧이라는 놀라운 가격의 월세(?)로 집 구조는 괜찮았다.
바로 길가라서 먼지가 많고 좀 시끄러울 것 같은 것이 조금 흠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살기 괜찮아 보였다.
그 근처는 저 번에 산책할 때 갔던 공항 시장이 있는데, 바로 옆에 태국에서 가장 크다는 망고 나무가 있었다.
태국에서 정말 제일 큰 지야 확인할 수 없지만 정말 크기는 컸다.
원래 집주인도 생각하는 것이 꽤 건전하고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 듯싶었다.
아무튼 한참을 이야기 나누다가 비빔밥을 대접받아 정말 오랜만에 포만감을 느끼며 잘 먹고 돌아왔다는 거.
이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 그 양이 너무 적어 향상 먹고 나도 배가 고픈데(아마 정신적으로 포만감을 느끼지 못해 그런 듯), 오늘은 양이 너무 푸짐해 그 정신적인 고통을 일시에 해소한 날이기도 하다.
역시 한국 사람은 밥심이 제일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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