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월요일, 새로운 시작이다.
사실 날마다 새로운 일도 그리 없고, 조그만 마을에서 구경거리나 할 거리는 한정되어 있어서 특별히 쓸 것도 없다.
하지만 그래도 기록을 남기지 않으면 나중에 정말 무엇을 했는지 아무 생각이 나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한 번 분발하기로 한다.
오늘은 요즘 찬물을 많이 먹어서인지 불안한 뱃속 사정으로 멀리 산책 나가는 것은 피하고 근처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강을 따라 도는 짧은 길을 선택한다.
나무에 매달린 등이 예쁜 한 리조트와 붉은 꽃이 많이 핀 나무가 있는 정원을 가진 리조트.
유난히 붉은 색 꽃이 핀 나무가 왜 그리 마음에 드는지.
그리고는 뭔가 허전하여,
집사람은 집에 남기고 숙소에 있는 자전거를 타고 중국인 마을 산지촌(山地村)에 갔다 오기로 한다.
시가지를 벗어나자 조금씩 오르막이고, 좀 더 가면 더한 오르막, 나중에는 심한 오르막이다.
아무튼 저번에 산책 나왔던 곳을 지나니 우회도로와 접하는 곳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 더 가면 안내판과 제법 큰 절이 나온다.
이 절이 왓 남 후(WAT NAM HOO)가 아닌가 싶다.
대충 사진 몇 장 찍고는 다시 오르막에 도전을 하는데, 아침이지만 경사가 장난이 아니라서 땀이 비 오듯 흐른다.
그래도 자전거를 타던 가락이 있지 끌바를 할 수는 없는 일.
기아도 없이 앞에 바구니가 달린 숙녀용 자전거로 부지런히 비벼서 마침내 중국인 마을 입구에 도착한다.
중간에 리수 마을을 지난다고 하는데, 보통 태국인 마을과 크게 차이가 없고 사람들 특히 여인네 옷차림에서 리수 마을을 지난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정도였다.
원래 기대도 안 했지만, 막상 와서 보니 기대를 안 한 것이 얼마나 잘 한 일인지 알 수 있었다는 거.
입구에 리수족 교회가 있고, 또 중국인 아니지 이 동네 중국소수민족들이 운영하는 식당들,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건물들.
이것이 다는 아닌 듯싶지만. 더 기대할 것도 없는 분위기였다.
언덕 위에 전망대가 있어서, 올라가면 조금은 경치가 좋겠지만 다리품을 팔정도로 명승지가 나올 것 같지도 않았다.
큰 나무는 이 동네 사람들이 치성을 드리는 듯, 담장으로 둘러쳐져 있고 뭔가가 걸려 있었다.
이 동네까지 흘러와서 산 중국인들을 생각하면, 많은 감정을 느껴야 하겠지만 막상 이 동네 안으로 들어와서 보니 흔하니 흔한 모습의 건물만큼이나 큰 감흥은 없었다.
그냥 그래, 이 정도했으면 되었으니 이제 내려가자는 생각만 들더라고.
내려가는 길은 너무 쉬웠다.
계속 내리막이니.
오늘도 도넛과 차 한 잔으로 아침 식사를 대신하고, 모기를 피하려 방 안에서 성경을 읽고 있는데.
밖에 반가운 소리가 들린다.
나가보니 우리나라 장마 때처럼 비가 쏟아지고 있었다.
이게 웬일이래.
비가 내리니 밖의 공기도 식혀졌는지 서늘하기까지 하다.
그렇게 한참을 내렸다.
비가 내리는 모습을 한참 바라보고 있노라니, 세상의 순리라는 것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이 동네도 우기로 접어들면서 온갖 생물들이 새 생명을 얻듯 새로운 시작을 알리기 시작할 것이다.
이런 변화의 모습을 이렇게 지켜보고 있자니 그 동안 짧은 여행에서 알 수 없었던 새로운 모습을 알게 되는 것 같아서 뭔가 흐뭇하기도 했다.
비가 그치니, 날이 무척이나 시원해졌다.
이것이 오늘 비가 와서 그런지, 아님 원래 이렇게 기온의 변화가 일어날 때가 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아무튼 시원하니 너무 좋다는 거.
오늘 점심은 새로운 곳에서 먹어 보기로 한다.
경찰서 앞 모퉁이집인데, 이싼 빠이나 채식 식당 가다가 많이 지나친 곳이다.
항시 사람들이 많아서 괜찮아 보였는데, 오늘 한 번 가보기로 한 것.
메뉴를 가져오는데 그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가지 수가 얼마나 많은지 대단하지만, 한편으로 이런 많은 요리들을 한 상에 올려야만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한식을 보면 어떤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새삼 생각하게 만든다.
다른 사람들이 시킨 것을 보니 양도 풍성한데, 값도 다른 곳보다 10밧 정도 싼 것 같다.
쌀국수는 30밧, 밥 종류는 대략 40밧 정도인데 이곳은 밥 종류가 30밧이었다.
팟붕파이뎅 더하기 쌀밥을 시켰는데 이놈의 가격이 30밧이었던 거.
맛도 괜찮았다.
계속 와도 될 만한 곳인데, 이제 이곳을 떠날 날이 얼마 안 남았으니 얼마나 더 오게 될지 모르겠다.
점심식사 후 집사람이 커피가 먹고 싶다하여 ‘반 빠이(BAAN PAI)라는 곳으로 자리를 옮기는데, 이곳은 사실 빠이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가장 장소가 좋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지금이 오후 2시경인데 기온이 31도였다.
어머나, 어제 이 시간에 40도였었는데.
31도이면 우리나라 한여름 날씨로 꽤 덥다고 느끼겠지만 오늘 31도는 참 시원한 감이다.
그러더니 조금씩 온도가 내려가는데 결국 30도 벽을 깨뜨리는 이변(?)이 벌어진다.
세상에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20대 온도를 보는 것 같다.
마늘빵과 커피를 시키고는 죽치고 앉아 있는데, 이 반 빠이 식당의 와이파이가 성능이 보통 좋은 것이 아니었다.
이렇게 오늘처럼 시원한(?) 날이 계속되면 낮에도 여기에 와서 간단한 것 시켜놓고 와이파이 놀이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한 번 생각나는 것은 떠날 날이 머지않았다는 사실.
흑, 왜 이런 것들은 떠날 때 쯤 알게 될까?
그리고 뭔가 이렇게 기분 좋은 날을 강조하기 위해 이 동네에서 행사까지 준비해 주었다.
시원한 날을 즐기려고 숙소 정원에서 가볍게 몸을 풀고 있는데, 뭔가 반가운 소리가 들려온다.
숙소 여주인이 얼른 나가 보란다.
카메라를 들고 잽싸게 나가보니 이미 선두는 지나간 상태였다.
이게 무슨 행사인가?
나도 궁금한데, 어떤 서양 처자는 우리 집사람에게 유창한 영어로 이것이 무슨 행사냐고 묻더란다.
혹 결혼식 행사냐고.
그래서 이렇게 알려 주었단다.
결혼식 행사가 아니고 ‘타이 페스티벌’이라고.
그것도 애프터 송크란 타이 페스티벌이라고.
우리 집사람이 태국 현지인인줄 알고 물어본 서양 처자나 그 처자에게 행사 내용을 잘 설명해준 둘 다 대단하다.
정말 오늘은 무슨 행사였을까?
오늘 저녁은 시장에서 그리고 숙소 근처 반찬집에서 사온 것으로 진수성찬을 차렸다.
돼지귀요리, 달걀 돼지고기 장조림 그리고 특제 김치와 생오이.
여기에 그냥 쌀밥과 찰밥.
이것이 오늘 우리 저녁 식탁이었는데, 다해서 60밧에 김치 만드느냐 든 돈.
다해서 3,000원 정도이었을까?
'태국 2013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바이 빠이 그리고 치앙콩이 아닌 치앙라이로 . (0) | 2013.04.25 |
---|---|
이제 아쉽지만 빠이의 생활을 정리할 시간이 왔다. (0) | 2013.04.23 |
빠이에 비가 내렸다. (0) | 2013.04.22 |
저녁 풍물시장도 별난 구경거리가 되는 빠이 (0) | 2013.04.21 |
저녁 초대가 엄청나게 크게 다가오는 빠이에서 (0) | 2013.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