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에 매쌀롱에서 빠이로 건너와서 어느덧 보름이 지난다.
미스터 잔에서 이틀을 지내고는 팜 하우스로 와서 두 주를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우리가 계획했던 팜 하우스 두 주를 다 채우는 날이다.
더 있고 싶은 생각도 있지만 너무 늘어지는 것 같아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한다.
일단 치앙마이가는 표를 끊었다.
아침 8시쯤 표를 사러 갔는데, 내일 8시 표는 자리가 하나만 남아 있다고 해서 9시 표를 샀다.
이것도 자리가 달랑 우리 부부를 위해 두 자리만 남아 있더라고.
지금이 비수기인데도 이런 사정이면, 성수기에 오는 사람들은 더 미리미리 준비를 해 놓아야 될 듯하다.
내일은 일단 치앙마이로 가서, 오후 1시 치앙콩가는 그린버스를 타려고 한다.
이 버스는 에어컨이 나오는 놈이라서 그다지 나쁘지는 않은데 온 동네 다 들려가는 그야말로 완행 스타일이란다.
해서 시간도 꽤 많이 걸려 저녁 늦게야 치앙콩에 도착할 것 같다.
하지만 치앙콩은 한 번 지나간 적이 있고 그다지 크지 않은 동네라서 숙소 잡는데는 큰 문제가 있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일단 이틀 정도는 머무를 예정인데, 더 좋으면 더 오래 있어도 되겠지?
우리같이 세월아 네월아 하는 사람에게 급할 것이 뭐있겠나.
그리고 라오스로 건너가서 루앙남타에서 머무르다가 날씨를 봐서 우돔싸이에서 베트남 디엔 비엔 푸로 가면 어떨까 싶다.
장마철로 접어들어 도로 사정이 안 좋으면 그냥 우돔싸이에서 중국 멍라로 가면 될 것이고.
웬만하면 천천히 이동할 생각이다.
이제 오늘은 이것저것 정리를 한다.
무엇보다도 사람과 헤어지는 것이 퍽 아쉬운데, 많은 정을 준 에디 엄마가 많이 서운한 모양이다.
아마도 에디와 떨어지면 한참 눈에 에디의 모습이 선할 듯하다.
에디 엄마는 오늘 이별하려고 했더니 내일 우리가 차를 타는 곳까지 나온단다.
부모 모두 하늘로 보내고 남의 나라에서 생고생하다가 운명인지 어떤 인연이었던지 호주 남자를 만나서 에디를 얻었고, 곁에서 지켜 본 바에 의하면 에디 아빠는 그래도 남편으로써 의무를 다하는 사람 같아 퍽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정말 한 사연의 애기엄마 눅(NUK).
그녀의 바람대로 남편이 호주에서 돈을 많이 벌러 국적을 해결한 뒤, 호주로 가서 에디와 잘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 아침 산책에서 이런 식물을 보았다.
남들에게 먹히지 않으려고 잎에 잔뜩 가시를 품은 놈을.
글쎄, 내 것도 조금 주고 남에게도 조금 얻으면서 사는 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 싶은데.
이놈은 아마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모양이다.
컴퓨터 화면으로 사용하고 있는 사진을 찍은 장소에서 오늘 다시 사진을 찍어 보는데,
비가 와서 조금 푸른빛이 진해졌나?
정말 푸른빛으로 덮이고 꽃이 활짝 피어있는 장면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 꽃은 지기 마련이니 그런 동시 상영은 아마 그림에서나 이루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들이 푸르러지면 꽃도 지고 없어진 그런 모습이 될 수도 있을 테니.
숙소에서 일하는 아줌마 딸 반미를 자전거에 태우고 매쌀롱 여행 동지가 묵고 있는 집에 가보는데,
주인공들은 외출중이고 객들만 두 명이 있었다.
길이 엇갈렸나 하고 숙소에 돌아와 보니 이들이 여기에 와있었다.
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제 갔던 모퉁이 옆집으로 저녁을 먹으러 가보는데, 이 집도 싸고 양이 퍽이나 많은 곳이었다.
왜, 이제까지 눈칫밥 먹으면서 중국인 주인이 하는 채식식당에 가서 밥을 먹었는지 모르겠다,
양도 더럽게 적은데.
이렇게 갈 때 쯤 되면 처음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 많이 알게 되는 것이 여행의 매력이기도 하다.
오늘 장에는 두리안이 많이 나와 있었다.
값은 1 kg에 70밧 정도로 꽤 비싸서 누구나 싶게 먹을 수 있는 놈이 못되어 그런지 두리안을 사들고 돌아오는데 부러움의 눈길을 많이 받았다.
경찰서 마당에서 다정스럽게 매쌀롱 동지와 두리안을 함께 먹으니 더욱 맛이 강하게 느껴졌다는 거.
이들 미래 부부(현재 사실상 부부)는 여행 경비가 적어서 두리안을 먹고는 싶지만 이것을 쉽게 먹지 못하는 형편을 알고 집사람이 서비스를 진하게 했다고 한다.
그러기는 했는데 집사람이 두리안을 싫어했어도 그랬을까?
역시 여행은 만남과 헤어짐의 반복이라는.
여행을 나서면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만남과 또 헤어짐이 반복된다.
매쌀롱의 일본인 친구가 한 말처럼 ‘어디선가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는 없겠지만 그런 미련을 두는 것이 여행의 매력일 수도 있겠다.
만나면 반가울 테지만, 아마도 다시는 못 만날 수도 있으니 처음 만났을 때 더 쉽게 친해질 수도 있겠다.
이제 헤어짐을 남기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지만 아마도 다른 곳에는 새로운 만남이 기다리고 있겠지.
오늘은 꽤 무더웠다.
어제 너무 시원해서 그랬는지 오늘도 사실 요즘 날씨로는 낮은 편이었는데도 상당히 더웠다.
오늘도 비가 내리나 했더니 바람만 요란하게 불고는 그냥 그대로 넘어가버리더군.
아직은 본격적인 우기 시절로 접어들지는 않은 모양이다.
처음 겪는 이런 시기의 태국 생활이라서 흥미가 많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리와 거의 일주일을 같은 숙소에서 보내는 중국인 모녀(사실은 이모와 조카사이란다)는 오늘 다시 에어컨이 없는 방으로 옮겼단다.
처음 에어컨이 없는 방에서 지내다가 한낮의 더위에 지쳤던지 얼마 안 있어 에어컨 방을 쓰더라고.
그러다가 어제 에어컨이 필요 없는 날씨가 되어서인지 다시 에어컨이 없는 방으로 옮겼던데, 오늘은 그냥 뜨겁기만 한 것이 아니라 꽤 무더웠다.
해서 오늘은 더위에 꽤 시달렸을 듯.
여행할 돈이 많지 않아서 생기는 아이러니인데, 좀 안쓰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모습이었다.
이들도 내일 치앙마이로 간단다.
우리는 터미널 버스를 이용하지만, 이들은 AYA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양이다.
이들은 광동성 조주(潮州 CHAOZHOU)에 산다고 하였고, 놀러오면 확실하게 안내를 해 주겠다는데 글쎄 평생에 조주를 갈 일이 있을 것 같지가 않다.
워낙 주로 다니는 루트에서 벗어나 있어서리.
이들은 한국을 꽤 오고 싶어 하던데, 한국에 오려면 돈이 많이 드는 모양이었다.
아무튼 이들과도 꽤 눈인사를 하면서 지냈는데 헤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내일 아침에도 볼 수 있을 태극권을 수련하는 이모의 모습은 이제 당분간 끝이겠지만, 중국 운남성에 가면 다시 태극권을 하는 아줌마들을 실컷 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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