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콩까지 가려고 했는데 꿩 대신 닭이라고 치앙라이로 원점 회귀하였다.
오늘 9시에 빠이를 출발하여 12시쯤 치앙마이에 도착을 하면, 그린버스로 갈아타고 치앙콩까지 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빠이에서 치앙마이로 오는 길이 처음에는 무지무지하게 꼬불꼬불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꼬불로 조금은 나아지기는 하지만 이렇게 꼬불거리는 길을 세 시간 달리다 보니 피로도가 상당하였다.
그래서 치앙마이로 오는 차 안에서 오늘은 치앙콩까지 가는 것은 포기하고 그냥 치앙라이까지 가는 것으로 결정을 한다.
치앙콩이나 치앙라이나 그게 그거 같지만 치앙콩까지는 7시간이 걸리는데 비해, 치앙라이까지는 3시간이면 되니까 그게 그것이 아니라는 거.
그래서 결국 오늘은 원점 치앙라이에서 하룻밤을 다시 자게 되었다.
오늘 시작은 헤어짐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헤어짐은 참 여러 가지로 마음이 아프지만, 더욱이 외국인과 헤어지는 것은 그 아련함이 더 크다.
우선 에디 엄마는 우리가 9시 차로 떠나는 것을 알고, 집사람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노란국수를 미리 사가지고 와서 요리를 해주었단다.
그리고 우리 부부가 에디와 자기에게 잘해준 것을 에디 아빠에게 알려 준다고.
어제 한국 돈을 보여 달라고 해서 천 원짜리 한 장을 주면서 선물이라고 했더니, 나중에 에디가 크면 너에게 잘해준 한국 사람이 준 것이라며 보여 줄 것이라고 말해서 그만 가슴이 뭉클했다.
정을 많이 주었는데, 헤어지려니 너무 마음이 짠했다.
우리가 버스를 탈 터미널까지 나오다가 그만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그 다음은 암 투병 중인 한국 아줌마.
나와는 별 말을 나눈 적이 없는데 집사람과는 마음을 많이 나누었나 보다.
버스까지 따라와서 집사람과 인사를 나누더라고.
그리고 중국인 모녀(이모와 조카)
이들도 아쉬움이 크다 하여 메일 주소를 알려 주었다.
숙소 여주인에게 우리가 다시 오마 말은 했지만, 나오면서 길이 꼬불거리는 것을 보니 다시 빠이로 오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그래, 오늘은 이렇게 여기서 빠이와 굿 바이하자.
바이 바이 굿바이 빠이.
치앙마이 아케이드에 도착을 하니,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구 터미널 건물이었다.
사실 우리가 치앙마이에는 여러 번 왔었지만 치앙마이 아케이드에서 버스를 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매번 치앙라이에서 버스를 타고 치앙마이로 왔었다.
일단 건물 안에 들어가서 살펴보니 그린버스 티켓 매장이 있었다.
그런데 언뜻 인터넷에서 보기는 그린버스는 새 터미널 건물에서 티켓을 판다고 본 것 같아서 이 그린버스가 그 그린버스인가 궁금했다.
일단 치앙라이가는 버스는 그린버스가 꽉 잡고 있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어서. 그 매장에 가서 물어보니 영어로 뭐라 하는데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알아듣지를 못하겠더라고.
해서 새 건물에 가보니 거기에 그린버스 티켓 매장이 그것도 순서표까지 뽑아서 기다리는 시스템까지 갖춘 매장이 있었다.
나도 일단 순서표를 뽑았는데, 대기하는 사람을 보니 거의 20명 가까이 되었다.
그렇다면 구 터미널의 그린버스는 뭘까?
다시 돌아가서 매장 옆에 붙여있는 안내표를 읽어보니 그린버스 매장은 신 버스터미널에 있지만 혼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은 여기서도 표를 판매한다고 써있더라고.
이게 왠 떡이여.
여기는 표를 사려는 사람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신 터미널에서 적어온 시간표를 내주면서 표를 달라고 했더니 바로 내 주더군.
쉽군, 이렇게 쉬울 수가.
그 대신 차는 신터미널에 가서 차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기까지.
치앙라이 가는 그린버스는 VIP, X, A Class가 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VIP는 24인승, X는 40인승 그리고 A는 48인승이었다.
여기에 요금차이가 나겠지만, 우리는 시간대가 맞는 X 클래스 표를 샀다.
185밧이란다.
이제 표를 구입했으니 한숨 돌리고.
점심은 터미널 구내에서 쌀국수로 먹어둔다.
국수 한 그릇 30밧.
이 동네가 마음에 드는 것은 터미널이라고 더 받거나 그러니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원래 타기로 한 치앙콩 가는 버스가 바로 옆에 대기하고 있었다.
자리 상황을 보니 만석이라서 우리가 가고 싶어 했어도 표를 구입할 수 있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그린버스는 모두 중국산 그러니까 마데 인 차이나였다.
야, 중국 참 많이 컸네.
시간이 되어 버스를 타고 보니,
버스 안은 뭐 그저 그랬다.
옛날 치앙라이에서 치앙마이올 때 탔던 일등이나 이등버스와는 많은 차이가 있더라고.
차량을 들여 온지 얼마 안 되는지 새 차에서 나는 냄새가 많이 풍기고 있기는 했지만 고급스러운 그런 느낌은 들지 않았다.
휴게소에서 잠시 섰는데, 나중에 보니 그곳만 서는 것이 아니라 웬만한 동네는 모두 서더군.
그러니까 치앙콩 가는 것만 완행이 아니고 치앙라이 가는 것도 다르질 않았다.
우리는 맨 뒷자리였고 우리 옆은 영국인 부부였는데,
상당히 유쾌한 사람이었다.
영국인은 무뚝뚝하다고 소문이 난 줄 알았더니, 영국 남자는 비슷한 또래를 만나서 인지 이것저것 물어보아서 결국 스마트폰 영어 사전까지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옛날에는 영어로 누가 뭐라고 하면 그나마 무슨 소린지 대충 알 수 있더니, 요즘은 머리 속에 전혀 들어오질 않는다.
도대체 머리가 얼마나 굳었는지 요즘 같아서는 정말 점점 바보가 되어가는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치앙라이에 도착을 하는데.
일단은 새 터미널에 들르더니 다시 출발을 한다.
그러더니 우리를 고맙게스리 옛 도심 터미널까지 데려다 주더군.
여기서야 숙소 찾는 것은 너무 쉬운 일이다.
일단 절 부근 서울식당 앞으로 해서 그 근처 게스트 하우스를 알아보는데, 결국은 JANSOM HOUSE가 당첨이 되었다.
에어컨 방이 450밧으로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는 조금 더 치뤄야 했지만.
처음 가봤던 투어리스트 인 게스트하우스 방은 에어컨이 없는 방이 300밧이었는데 막상 보니 도저히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 방을 보니 옛날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갔을 때 잘락작사의 만원짜리 방과 분위기가 똑 같았다.
교도소 방처럼 침대만 달랑 있고 아무 것도 없는 그런 방.
그리고는 재래시장으로 가본다.
그런데, 확실히 우리가 처음 치앙라이에 왔을 때하고는 날씨가 달라져 있다.
그 때보다 확실히 덜 더운 것이었다.
치앙마이에 들어 올 때도 한바탕 비가 쏟아지더니 이 동네도 비가 왔었나보다.
어쨌든 덜 더운 거리를 지나 재래시장에 가니,
역시 치앙라이는 빠이와 달라도 많이 달랐다.
물건도 많고 사람도 많고.
역시 치앙라이는 파라다이스였어.
배가 고파서인지 왜 그리 먹고 싶은 것은 많은지.
라오스고 중국이고 다 때려치우고 이곳에서 그냥 눌러 앉고 싶더라고.
우리가 처음 왔을 때하고 달라진 것은 두리안이었다.
빠이에도 요 며칠 전부터 두리안이 등장하더니 이 동네는 두리안이 엄청나게 많았다.
두리안 전문가인 집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값도 훨씬 이 동네가 싸단다.
에이, 정말 이 동네에서 눌러 앉아?
그래서 치앙라이 콘도텔에 부엌 딸린 방이 있는지 알아보러 가다가 뭔가 지금 흥분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래, 지금 배가 고프니 내가 뭔가 빗나가고 있는 거야.
좋으면 라오스와 중국을 갔다가 돌아와서 눌러 앉으면 되는 것을.
마음을 다잡고 콘도텔로 향하던 발길을 돌린다.
잘했어.
어쨌든 두리안을 사긴 했는데,
요놈을 어디서 해치울까?
그런데 두리안하면 생각나는 것이 절일까?
빠이에서도 그랬는데, 치앙라이에서도 그러더라고.
냄새가 요란해서 아무 곳에서 먹을 수 없는 것이라서, 한적하고 사람도 없는 절이 사실 적두리안을 해치우기에 적격이었다.
그 전에 딤섬을 먹어보기로 하는데.
왕컴 호텔 뒤쪽 딤섬집에서 딤섬을 시켜 먹어 보는데,
그래 맛은 좋다.
하지만 너무 비싸구만.
한 접시에 비싼 것은 25밧이나 하니.
그래서 대충 먹고 나머지는 두리안으로 배를 채운다.
밤에 비가 다시 엄청나게 내린다.
확실히 혹서기는 지난 듯하다.
다시 돌아와 보니 치앙라이가 참 좋은 곳임을 새삼스럽게 느낀다.
확실히 인간은 먹을 것에 약해도 너무 약하다.
먹을 거 무궁무진한 치앙라이 만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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