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노맹(老<孟力> LAOMENG)가는 차 시간표를 확인해 보니, 아침 7시와 11시 20분에 있기에 일찍 서두르는 것이 좋을 듯하여 7시 차표를 사려 했더니 7시 차는 없고, 8시 20분차만 있단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시간표를 잘 살펴보니 노맹을 거쳐 노집채(老集寨)라는 동네까지 가는 버스가 8시 20분에 있었고, 사람이 적으니 아침 차는 생략시킨 모양이다.
어제 미리 물어 보았더라면 잠을 더 충실히 잘 수 있었을 것을.
그래도 별로 시간차가 나지 않고 호텔이 바로 앞에 있어서 퍽 다행이었다.
퇴방 수속을 하고 있는 집사람에게 취소시키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서 더 누워 있다가 다시 차를 타러 나온다.
버스비는 25원이고 보험료가 1원인데, 1원을 내면 사고시에 10,000원을 준다하니 그냥 들어 둔다.
그건 좋은 생각이고 나중에 돈을 주고 표를 받고 나서 알았다.
여기 와서 처음 보험표를 내보는데, 그만큼 길이 험하다는 것인가?
정말 그랬다.
정...말...로...
이 할아버지 차가 노맹까지 우리를 데려다 줄 분이신데. 낡아도 너무 낡아서 가다가 돌아 가실까봐 걱정이 많이 되긴 했지만 끝까지 가긴 잘 가시더군.
쉴 때마다 숨이 가랑가랑...
갑자기 무장 군인이 등장하기에 웬 비상 상황인가 했더니 앞 신협에 돈을 전달하는 모양이다.
버스가 출발하기를 기다리는 동안에도 차 앞으로는 이렇게 많은 소수 민족 할머니들이 분주히 다니신다.
금평은 정말 소수민족이 너무 흔한 동네이다.
그리고 이 할머니들 대부분 짐이 크고 많다.
이렇게 출발한 버스는 맹랍과 노맹 갈림길을 지난다.
여기까지는 번잡한 중국 도시와 그 주변 풍경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여기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 구간이다.
산 언덕을 끼고 돌면서 조금씩 내려가는데, 이 길이 천상의 경치였다.
계단식 논과 구름과 산의 조화.
이런 예고편이 시작되더니.
긴 계단 논이 있는 언덕 너머엔 나발까지 새로 난 공로가 신나게 뻗어 있다.
여기 논은 이제 조금씩 물을 채우고 있는 중인가 보다.
그리고 이미 모를 낸 논도 조금씩 보인다.
점점 안개 속 그러니까 구름 속으로 들어가기 시작한다.
길은 비록 포장길 1.5차선 쯤 되는 그리고 오토바이 천국이지만.
환상의 안개길이다.
우기에 이 길을 달리면 정말 좋을 듯하다.
건기에는 글쎄 큰 장담은 못하고.
오늘 건진 사진 중 최고의 작품.
차안에서 막 찍는 것이라서 괜찮은 놈을 건지기가 그리 쉽지 않다.
이런 길을 한참 동안 달리다 조금씩 내려가면서 안개에서 벗어난다.
그러면서 나타나는 바나나 밭들.
옛날에는 계단식 논이었을 곳이 손길이 더 이상 닿지 않아서 그냥 산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아래쪽은 바나나 밭과 그 아래에는 옥수수를 심은 다목적 밭으로 사용되고 있었고.
저 아래까지 내려가야 되는 모양이던데,
사실 그랬다.
1400m 대에서 400m 대로 하강이다.
그 기막힌 구름과의 조화를 보여주는 길이 끝나면 위 아래로 트위스트, 옆으로 트위스트 길이 펼쳐진다.
내려 가면서도 그랬듯이 오르면서도 주변은 온통 바나나 밭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먹어도 될 만큼의 양을 생산하는 모양이다.
이렇게 많고 흔하니 바나나가 그렇게 싸지.
일단 제일 아래로 내려서는 곳이 삼가(三家)촌이라는 곳이다.
금평 정류장(신 정류장)에서 미니버스가 삼가로 가는 놈이 있으니, 시간이 있는 사람은 여기까지 왔다 가면 천상의 경치 제 1 코스는 체험할 수 있겠다.
단, 시간을 넉넉하게 잡든지 그렇지 않으면 돈을 넉넉히 잡아야 한다.
미니버스는 사람이든지 돈이든지 차야 움직이는 놈이라서.
여기까지 싣고 온 화물은 주인에게 넘어간다.
당연히 택배비는 운전사 수입.
그런데 오고 가는 돈을 보니 사람보다 훨씬 비쌌다.
삼가촌을 지나면 다리를 건너고 여기부터는 다시 수직 상승한다.
정말 수직 상승이다.
400m대에서 1700m대까지 오르니.
옆으로는 절벽인 곳을 달리기도 하는데, 가끔씩 커브길에서 오토바이가 불쑥 나타나기라도 하면 간이 정말 콩알만해 지는 때도 있었다.
이럴 때,
차가 구르면 나만 죽는 것이 아니고 운전사도 죽으니, 운전 잘 하겠지.
이렇게 느긋하게 마음은 먹어 두지만.
흐~~~
정말 대단한 길이다.
저 아래로 우리가 지난 길이 보인다.
계단논은 지금 물을 채우고 있고.
여기는 지대가 높아서 아직 모를 내지 않았다.
지나온 마을이 저 아래로 보인다.
아직도 한참을 더 올라가야 한다는 거.
그러다가 불쑥 동창향이라는 긴 동네가 나타난다.
여기는 1500m대에 있는 동네인데, 마을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많이 타서 그런지 대규모 오토바이 가게들이 동네에 어울리지 않게 많이 있었다.
여기도 장이 서는 날이 있는데, 사실 금평에서 여기 장터 구경 왔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멀고 험한 곳이다.
여기도 당연히 핸드폰 가게가 있다.
중국은 핸드폰 천국이기도 하지.
우리 아들보고 저 중국이동통신 회장 딸을 꼬여 보라고 할까?
아마도 미국 유학 중일텐데.
아닌가?
이 동네 생활하는 것은 다른 곳과 다르지 않다.
고개 맨 꼭대기는 이렇게 무슨 광산인가가 산을 통채로 허물고 있었다.
그것도 중국답게 엄청난 규모로.
여기부터 길은 이렇게 블록으로 바뀐다.
콘크리트로 포장하는 것이 쉽지 않을까?
이렇게 예쁜 길인데,
이쯤에서 화장실 휴식이다.
출발한지 3시간쯤 지나서일까?
사실 쉴래 쉰 것이 아니라 운전기사가 급했다.
안의 상태는 논산 훈련소 화생방 훈련 때보다 냄새가 더 독했다고.
거기에다 지뢰가 너무 많이 뿌려져 있어서, 발 디디기도 만만치 않았다는 전설이.
동창에서 탄 할아버지의 짐.
닭도 같이 탔다.
길은 참 멋있었는데, 이렇게 광산 뒤쪽이었다.
한참을 산을 돌아서 왔는데도.
이것은 그 광산의 일부분이다.
아마도 저 산은 다 없어질 듯.
자, 이제부터 헤어핀 커브가 시작된다.
내 GPS로 잡은 것인데 티벳에서나 볼 곡선 커브가 되시겠다.
정말 꼬불꼬불 정신없이 내려 간다.
1700m대에서 다시 400m대로.
이렇게 강이 나오면서 그 무시무시한 헤어핀 커브는 끝이 나는데.
그 다음은 끝없이 이어지는 바나나 밭이다.
정말 대단한 바나나 가로수 길을 달린다.
길가에는 바나나를 따서 씻고 비닐 포장을 하는 작업장이 있었고, 그것을 담을 대형 트럭은 대기 중.
동네 이름을 보니 구공리(九公里)라누만.
이런 강을 따라 달린다.
가끔 이런 현수교도 보이고.
바나나와 제일 친한 것이 옥수수인가?
바나나가 없으면 옥수수가 등장한다.
그렇지 않으면 바나나 밑에 옥수수를 심던지.
노맹에서 출발한 금평행 버스를 만난다.
여기에서 20분을 더 가서, 정확히 4시간만에 노맹에 닿는데.
덥다.
더워도 너무 덥다.
해발 1400m대에서 400m대로 내려오니.
운남성은 위도에 따라서가 아니라 높이에 따라 계절이 다르다.
그런데 노맹 정류장이 아니고 동네 한가운데 내려주어서 우리가 찾으려던 호텔 진흥빈관이 길 모퉁이를 돌자 바로 옆에 있었다.
잘 되었군.
정보에는 터미널에서 500m를 걸어야 호텔이 나온다고 했다.
이렇게 뜨거운데 호텔을 찾아 걸을 생각을 하니 끔찍했는데.
우리가 묵은 진흥빈관(振興賓館)이다.
가격은 70원, 80원, 90원.
이 동네에서 제일 좋고, 그냥 전체적으로 보아도 괜찮다.
그런데 호텔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었다.
밥을 기다리다 가보아도 없고, 다 먹고 가보아도 없고.
한참을 기다리다 화가 나서 다른 곳에 가보는데, 그곳도 사람이 없고.
다, 어디갔어?
한참을 식당에서 기다리고 그 더운 데를 왔다 갔다 해서 그런지 그날 밤 몸에 이상이 생겼다는 거.
결국 나타난 주인장과 인터넷만 되는 방 90원을 80원으로 교섭한다.
그런데 방에 들어가서 무선기를 설치해 보니 인터넷 와이파이가 신호를 세게 잡히는데 연결이 안 된다.
다시 아래에 내려가 봐도 주인이 없고.
이게 뭐야.
그리고는 저녁에 한 식당에서 집사람이 만든 오이 무침으로 밥을 먹고 돌아오니 중국 청년들과 주인이 있었다.
중국 젊은이들 가운데 영어가 통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의 도움으로 주인장에게 항의를 해 보는데.
주인이 하는 말.
원래 우리집은 인터넷이 안 되는 곳이란다.
그런데 왜 인터넷이 된다고 돈은 더 받았냐고 물으니.
그냥 웃기만.
중국 청년들도 열렬히 우리편이 되어서 항의를 해보는데.
그냥 웃...기...만...
결국 인터넷은 안 되는 것이고, 성질 좋은 우리가 참기로 했다.
성질도 참고, 인터넷도 참고.
아까 인테넷 되는 호화 방 90원 짜리를 10원을 깎았으니.
뭐, 그러면 서로 체면 치례는 한 셈 잡고.
그건 그렇고 노맹 터미널이 어딘지 알아야 다음 행선지 일정이 나올 것 같아서.
물어서 가보는데.
내 발음이 엉망이긴 하지만 그래도 어디가나 치처짠하면 모두 알아 먹었는데, 이 동네는 모두 띵부동이란다.
그건 내가 할 소리인데, 얘들이 하고 있으니.
그러니 내가 뭔 할 말이 있겠어.
뭐, 그렇다고 해도 동네야 뻔한 곳이라서 찾긴 찾았다.
그런데 이 건물은 자기 임무를 모두 끝내고, 표 팔던 곳은 표 대신 농약을 팔고 있었다.
원양 가는 버스 표 어디서 사냐고 물으니.
뭐라 하면서 위로 가보란다.
한참을 걸어서 올라가니 녹춘에서 원양가는 길과 만나는 삼거리 거기에 미니버스들이 무지 많이 있었다.
여기 가는 놈, 저기 가는 놈.
나를 반가워 하는 사람도 있던데, 내일 타겠다고 미리 말해 두었다.
나를 태우고 싶으면 우리를 잘 찾아 보셔.
돌아오면서 보니 미니버스들이 작은 동네 안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더라고.
그러니까 정류장은 없어졌고 그냥 미니버스를 타는 곳이 정류장인 셈.
여기서 갈 수 있는 곳을 대충 봐도 남사, 신가, 황모령, 번지화, 황초령, 연춘,
하여튼 이 근처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그런데 금평가는 큰 버스는 어디서 섰다 출발하는지 그건 모르겠다는...
이렇게 소수민족 아줌마, 할머니의 치마를 대량으로 생산해서 파는 곳이 있었다.
이러니 모두 같은 색을 입고 다니지.
그날 밤.
더위를 먹었는지 여러가지로 많이 고생을 했다.
더워도 보통 더워야지.
이 동네가.
그래도 오늘 구경 한 번 잘했다.
25원내고 이런 구경 할 곳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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