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부터 강생군과 몽생양의 태국여행기(wmtour.tistory.com) 치앙라이편을 읽다가 블랙사원이라는 곳에서 필이 꽂혔습니다.
무엇보다도 우리가 사는 무반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더군요.
뒤로 미룰 것도 없이 오늘 다녀오기로 했습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아침에는 쌀쌀할 정도로 차가운 날씨여서 오전 햇살이 따갑지 않을 때 자전거로 갔다 오면 좋겠더군요.
반팔과 반바지로 자전거 타기에는 좀 쌀쌀한 날씨입니다.
그래서 위에 윈드 재킷을 하나 걸치고 출발합니다.
라차밧 대학교 사거리에서 매찬 쪽으로 대략 2km 정도 달리면 한국 식당 ‘수라’가 보이는데 거기서 100m정도만 들어가면 왼쪽으로 블랙사원을 들어가는 좁은 찻길이 나옵니다.
요 입구만 잘 찾으면 다음부터는 아주 쉽습니다.
그런데 자동차로 달리면 입구 찾기가 쉬워 보이지 않더군요.
여기서 용어 정리를 해야 되겠네요.
강생군과 몽생양 블로그에도 말을 하지만 블랙사원은 엄밀히 사원이 아니고 그냥 저택입니다.
이름도 사원을 뜻하는 왓이 붙은 게 아니고 집을 나타내는 반으로 표시 되었고요.
정확히는 반씨담 줄여서 반담이라고 하는 곳입니다.
반은 집, 씨는 색깔 그리고 담은 검정을 뜻합니다.
우리말로 하면 검은색 집인데, 그렇게 부르면 느낌이 이상하니까 여기서부터는 그냥 반담으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아무튼 좁은 찻길을 따라 약간 오르막을 달리면 왼쪽으로 이정표가 나옵니다.
그 안내판에는 요란하게 영어로 Baan DAm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거기서 안내판의 지시대로 200m쯤 가면 검은색 집과 표지판들이 나타나는데요.
주차장도 있어서 자전거를 거기다 자전거를 받칩니다.
안내인이 정확하게 일자로 세우라고 지시하더군요.
이 반담을 세운 사람은 THAWAN DUCHANEE라는 사람인데, 국가 공인 예술인인가 보네요.
내 친구 NARIN도 이런 작품을 하는 사람인데, 지금은 마누라의 덧에 빠져서 헤매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이 친구도 이 사람 못지 않은 예술가인데.
개장 시간이 안내판에 나와 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시작해서 오후 5시까지인데 점심시간이 있네요.
본전에 해당하는 웅장한 건물이 앞에 떡하니 서있습니다.
그 앞에는 우리나라 일주문에 해당하는 문처럼 조그만 건물이 앞에 자리하고 있더군요.
이 건물은 앞 뒤 문에 문양이 예쁘고 또 사방으로 창문 창식이 인상적입니다.
본전 안으로 들어가니 어두컴컴한 것이 왠지 뭔가 있을 것만 같은 분위기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뭔가 있더군요.
엄청난 크기의 뱀들이 껍데기만을 남겨 길게 진열이 되어 있습니다.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도 아니고 무려 네 마리던가요?
대략 길이를 알아보려고 팔을 쭉 펼쳐 길이를 재보니 세 번 정도 해야 되는 엄청난 놈이네요.
이런 것을 보면 자연사 박물관 같은 느낌입니다.
그런 것에다가 귀하게 쓰였던 장식물들이 여기저기에 자리를 잡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여기는 사원이라기보다는 자연사 박물관과 민속 박물관을 합해 놓았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우리나라 사대 천왕처럼 본전 네 모퉁이를 지키고 있는 역사 아저씨의 모습이 박력이 있더군요.
가슴의 젖만 보면 여성인가 할 정도로 풍만하지만요.
어떻게 이렇게 검은 색으로 만들었을까요?
혹시 불로 그을렸나요?
잘 모르겠습니다.
원래 나무색이 이런 것도 같고.
일본 교토의 한 정원을 흉내 낸 것 같은 공간도 있습니다.
안의 정원과 건물들이 꽤 많네요.
며칠 전에 본 백색 사원만큼이나 넓을 듯합니다.
거기도 돈을 받지 않지만, 여기도 돈은 받지 않는데 백색 사원이 금속 장식물에 이름을 쓰도록 유도하고는 돈을 받아 챙기지만 이곳은 그런 것도 없습니다.
구경꾼들도 패키지로 온 서양 사람들만 좀 보이고 그다지 많지가 않네요.
고래처럼 만든 현대식 건물도 있는데, 그다지 주위와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더군요.
밸런스가 맞지 않아 보이긴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아마추어고 전문가가 아니니 뭔가 깊은 뜻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줍니다.
조그만 건물 하나는 앞 뒤 문에 거대한 물건을 가진 남자가 서있는데, 안에는 좀 이상한 모양의 조각이 있습니다.
새가 남자의 물건을 노리는 모양인데 무슨 뜻이 담겨 있을까요?
가운데에는 그야말로 거대하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는 악어가죽이 놓여 있었습니다.
이걸로 핸드백을 만들면 몇 개나 만들 수 있을는지.
조그만 예쁜 건물 안에 불이 켜져 있기에 안을 들여다보니 이제까지 봐온 것 중에서 최고의 명품인 화장실이더군요.
얼마나 분위기가 넘치던지.
이곳에서 볼일을 보면 분위기에 취해 아무 것도 안 나오겠더라고요.
거대한 징도 여러 개가 걸려 있었습니다.
도대체 이런 것들은 어디서 온 것일까요.
태국이란 나라의 문화 깊이가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해준 곳이 바로 여기였습니다.
치앙라이에 오면 반드시 이곳을 들려 보십시오,
절대로 후회하지 않을 곳입니다.
이렇게 강추할 곳을 오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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