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와 이해는 얼마나 다를까요?
요즘 계속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욕을 얻어 먹었으니, 전 세계적으로 망신을 당한 셈인가요.
이해는 되지만 이렇게 벌어진 일이 억지 오해에서 빚어진 것이라서 더욱 기분이 상했습니다.
안 내켜하는 동생을 협박 비슷하게(?) 해가면서 오지랍 넓게 벌였던 일이 결국 이렇게 마무리가 된 것을 생각하면 여러 가지로 허망하지요.
그래도 이번 일을 통해 뭔가 얻은 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 먼날 이 일을 생각하면서 쓴 웃음이 아닌 보람을 느끼게끔요.
오늘은 완 아팃 즉 일요일입니다.
내 친구 아짠 날린을 만나는 기쁨이 있는.
날린과는 더 친해지겠지만 아직 말이 잘 안 통하니 이해보다는 오해 받을 일이 더 많은 듯 합니다.
가끔씩 머니 어쩌고 하면 뭔 돈 얘기를 하나 싶기도 하고.
그러면 집사람은 조심하라 하고. ㅎㅎ
나중에 통역을 통해 제대로 전달 받으면 나에게 해로운 이야기는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는 등.
생각하면 웃음 밖에 안 나오는 일들이 가끔 벌어지곤 합니다.
나도 괜한 말을 하면 날린이 오해할까봐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인데, 혹 나도 모르게 한 말 중에 오해를 부른 말도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오늘도 날린은 자신의 애마 BMW를 타고 등장을 하는데, 얼마나 관리를 안 했는지 탱크가 가는 소리가 나서 그가 오고 있다는 것을 대번 알게 되지요.
손을 좀 봐야 될 것 같은데, 요즘 경제 사정이 좋지 못해 그냥 타고 다니는 모양입니다.
아까워라. BMW.
그런데 오늘은 혼자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네요.
사실 날린은 내가 전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다른 사람을 데려오니 기분이 몹시 좋더군요.
다단계식으로 하면 나는 할아버지급이 된 것이지요. ㅎㅎ
예배 후 친교 시간에 이 분은 날린의 친구인 아짠 '윅끄롬'이라고 소개를 받습니다.
기독교 신자가 된지 얼마 안 되는 날린에 비해, 윅끄롬은 기독교 신자가 된지 30년 된 이른바 묵은 신자입니다.
아들도 기독교 신자로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신학을 하려고 한다는군요.
또 이 분은 나에게 자기 친구를 교회로 이끌어 주어 고맙다는 말을 합디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하게 됩니다.
날린을 통해 날린 집안에 기독교의 전통이 흐르게 된다면, 그래서 몇 십년 몇 백년이 흘러 엄청난 기독교 집안이 된다면 하고 말이지요.
그러면 한 집안을 기독교화하는데 내가 한 역할이 엄청날 수도 있겠다고.
어쨌든 날린이 기독교 신자가 된 배경에는 이 친구의 간절함이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날린은 조각가인데, 윅끄롬은 화가 그것도 유화를 전공으로 하는 화가랍니다.
날린과 함께 치앙라이 나이트 바자에서 조각품과 미술 작품을 판 적이 있다는군요.
엣날 치앙라이에 왔을 때 나이트 바자를 꼭 가곤 했으니 그 때 스쳐갈 수도 있었겠죠?
이런 생각을 하면 불교에서 말하는 인연이라는 개념이 새롭게 다가 옵니다.
재미있는 것은 손의 모양입니다.
윅끄롬이 화가라서 손이 고운데 비해, 날린의 손은 막노동자처럼 거칠지요.
역시 조각은 막일인가 봅니다. ㅎㅎ
아쉽게도 둘 다 집사람과 이혼을 한 점인데, 그리스도의 향기를 풍겨야 할 기독교 신자가 이웃의 본이 되지 못하는 것이 좀 거시기하더군요.
윅끄롬도 이혼을 하고는 자녀들까지 부인에게 뺏기고 지금 날린 집에 묵는 모양입니다.
유유상종일까요? ㅎㅎ
식사를 하면서 그동안 배웠던 태국말을 총 동원해 보지만 밑천이 짧아 금방 동이 나더군요.
그래도 조금씩이나마 통하니 서로 친한 정도가 더 진해진 느낌입니다.
사실 이럴 때 더 조심을 해야 되겠지요.
뜨끔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요.
다음 일요일에 함께 다시 보자고 했는데, 날린이 뭐라 하면서 손으로 목을 긋는 흉내를 내더군요.
집사람에게 "내가 날린에게 교회 안 나오면 죽는다고 이렇게 했어?" 하니 그랬다고 하네요.
모든 행동이 우리와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같았습니다.
물론 날린도 웃으면서 내 동작을 흉내냈지만, 자칫 잘못하면 오해를 부를 수 있는 행동이겠지요.
말이 통하는 사람도 오해를 했을 때 이해를 시키기가 절대로 쉽지 않은데, 말도 통하지 않을 때 오해를 해버리면 그 오해를 풀 수 있는 방법이 없지요.
이번 미얀마 사라가 한 일도 그랬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해와 이해, 쉽지 않은 것들입니다.
아무튼 조심 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해야겠다고 다시금 생각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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