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섬서 2014 여행

거친 땅, 거친 역사 섬서성을 찾아서 - 정변 靖边 통만성유지(統万城遺址) 140515(상)

정안군 2014. 5. 31. 08:56



멀고 먼 정변 가는 길.


전날 청도에서 오전 11시 9분에 출발을 한 은천(银川)행 K1286호 쾌속 열차는 밤새 중국 대륙을 가로질러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섬서성(陝西省) 정변(靖边)역에 나를 내려놓습니다.


새벽 5시 49분.


기차에서 내리니 볼에 닿는 느낌은 서늘함이었습니다.

역시 청도와는 다른 땅, 다른 곳입니다.

이곳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방의 느낌이 강한 곳입니다.

만리장성의 긴 자락이 정변 근처로 이어지는.


그러면 왜 섬서성 여행을 정변이라는 낯선 곳에서 시작을 했을까요?

그 이유는 단순히 도착 시간 때문이었습니다.

정변 바로 전 역은 너무 이른 시간이라서 안 되고, 다음 역은 섬서성을 벗어나니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요.

그러니까 청도에서 은천 가는 기차를 타기로 하고 도착 시간을 맞추다 보니, 정변이라는 도시가 당첨이 된 것이지요.

그렇다고 정변이 도착 시간만 맞아서 온 것은 아니고요, 몇 가지 볼거리가 있어서 들리기는 들려야 하는 곳이기도 했어요.


아무튼 미리 지도에서 확인을 해보니 역에서 시내 중심가까지는 거리가 제법 있었습니다.

여기서 사용된 지도는 바이두(Baidu)인데, 미리 와이파이로 잡아 놓으면 내 위치를 알 수 있는 정말 요긴한 놈이었습니다.

이 지도 덕에 거의 헤매지 않고 또 중국어에 서툴러도 큰 어려움 없이 목적지를 찾을 수 있었죠.


밑줄 쫙..

중국 여행의 필수품 - 바이두 지도


정변에 오면서 도착 시간이 일러 새벽에 공공 교통편이 있지는 않을 터이고 해서 좀 걱정을 했었는데, 기차에서 내리기 전 도움 천사가 나타나서 간단히 해결이 되었네요.

기차 안에서 승무원이 깨워 일어나서 복도로 나오니, 내 옆방에 있었던 통통한 아저씨도 복도로 나오더군요.

정변에서 내릴 모양인 듯 했습니다.


“너 정변에서 내리냐?”

“그래”

“사실 나 한국인인데, 여기서 내리거든. 그런데 터미널까지 어떻게 가는지 몰라서 그러는데 도와줄 수 있어?”

“물론이지”


이 친구 이름은 왕용군(王勇軍)이고 산동 성 제남 사람이랍니다.

일 때문에 이곳에 왔다더군요.

나를 데리고 역 밖으로 나온 이 친구는 한 택시 기사와 교섭을 하더니 나를 태웁니다.



담배 냄새에 찌든 택시를 타고 정변 역을 떠나는데, 왼쪽으로 엄청난 크기의 역 건물이 눈에 들어옵니다.

정변은 현급 정도의 작은 동네인데, 역 크기는 우리나라 광역시 급보다도 더 큽니다.


역은 허허벌판에 세워져 있고 시내까지는 택시 말고는 특별한 교통편이 없어서 왕 선생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많이 당황을 했겠더군요.


새벽길을 한참을 달리는데, 왕 선생이 나에게 몇 가지 물어봅니다.


“터미널에 가서 버스를 탈거여?”

“아니, 우선 호텔을 잡고 통만성을 갈거여”

“통만성?”

“그려”

“그러면 터미널 앞에 호텔이 있으니 그곳에 가보자고”


택시가 선 곳은 엄청나게 삐까번쩍한 무슨 무슨 국제 대주점이라고 쓰여 있는 곳이었습니다.

별이 4개 이상은 되겠더군요.


“나 이런데 들어갈 돈 없어”

“여기는 300원 정도하는 곳인데”

“더 싼데 없어?”


택시 기사에게 뭐라 말하면서 일단 터미널로 향합니다.


터미널 앞에서 택시는 멈춰서고.

나는 바빠서 버스를 타러 가야 하니 기사를 따라 가. 그러면 싼 호텔로 안내를 해줄 겨”


그리고는 그 왕 선생 터미널로 사라집니다.

다시 택시를 타고 조금 골목을 들어가니 허름한 상무 빈관이 나타나는데 이곳이 싼 데라더군요.



일단 들어가 봅니다.


바람과 먼지가 많은 동네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 호텔 입구는 두꺼운 막이 쳐져 있었습니다.

조금은 음침한 분위기의 호텔인데, 주인 할아버지는 열심히 나를 설득합니다.


방을 먼저 본다고 하니 그러라고 하는데, 안은 영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택시 기사는 커미션이라도 챙길 여량인지 로비에서 대기를 하고 있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싸게 해 줄 테니 여기서 묵으라고 하더군요.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잇는 호화방 가격이 원래 120원인데 90원에 해준다더군요.

피곤하기도 하고 그만하면 되었다싶어 그러라고 하는데, 신분증을 보자네요.

장난삼아 우리나라 운전 면허증을 내주니 그 때까지 죽치던 택시 기사가 중국 이름이 뭐냐고 묻습니다.

한자로 써주니 그걸로 끝이더군요.

내 신상을 공책에 써 넣는데 다른 사람들 방 값을 보니 대개가 80원이었습니다.

10원은 아마도 택시 기사 커미션이지 않을까요?


이틀을 묵기로 하고 방에 짐을 풉니다.


그리고는 샤워를 하고 컴퓨터에 연결된 인터넷 선을 빼어, 내가 가지고 온 무선 인터넷 변환기에 꼽으니 와이파이가 잡힙니다.

이걸로 집사람과 보이스톡으로 대화를 합니다.

세상 참 좋아졌지요.


통만성 가기는 쉽지 않습디다.


자, 이제 오늘의 미션 통만성(統萬城) 가기입니다.



위치는 딴생각님 블로그에서 힌트를 얻었는데, 딴생각님은 정변에서 오심기(乌审旗)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 통만성 들어가는 길에서 내려 한참을 걸어갔다더군요.

그렇게 간다는 말이지?

금강산도 식후경이니 우선 미션을 수행하기 전 터미널 앞에 있는 허름한 식당에서 아침을 먹기로 합니다.



영 익숙하지 않은 음식들인데, 그 중 만만한 것이 만두에 죽이었습니다.

왕만두 두 개와 좁쌀죽을 먹습니다.

만두는 우리나라에서 먹던 고기만두 그대로의 맛이라서 괜찮았지만, 아침 식사로 만두 먹는다는 것이 좀 그렇더군요.







아무튼 식사를 마치고 터미널에 가서 표 파는 아가씨에게 오심기 통만성이라고 쓰인 종이를 들이대고는 표를 달라고 합니다.

없다네요.

왜 없어?

그리고는 뭐라 하는데 통 못 알아들으니, 종이에 시간표를 써주는데 오후 시간입니다.

이 과정에서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이 아가씨에게 엄청나게 혼이 납니다.

겨우 한국인이라고 알려 주어 그나마 종이에 뭔가를 써주게 되고요.

하긴 이 뒤로도 같은 일이 반복되었지요.

“왜, 말귀를 못 알아들어? 이 친구야”


오후에 가서는 돌아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아 일단 후퇴를 하고 터미널 안쪽 형편을 살피니 안내하는 아가씨가 있더군요.

그 아가씨에게 도움을 요청하니, 한 아저씨를 데려 와서 나에게 열심히 설명을 해 주는데 요지는 이랬습니다.

오심기 가는 버스를 타고 가면 3 - 4 Km 정도를 걸어서 가야 된다.

그 정도는 각오한 바라 괜찮다고 하니, 뭔가 곰곰이 생각하다가 그렇다면 여기 가는 표를 사라며 종이에 백성즉(白城则)촌이라고 써줍니다.


9시 10분에 출발을 한다는 차표를 사오니 한 아저씨를 가리키며 저 사람을 따라가랍니다.



그래서 따라 가보니 내가 가려는 목적지 쪽으로 가는 버스의 기사였습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들의 도움으로 오늘의 미션 통만성을 향해 가는 데까지는 일단 성공을 합니다.


통만성 가는 길.


정시에 출발을 한 고물 버스는 시내를 천천히 통과하다가 한 공터에서 마냥 대기를 합니다.

역시 차가 비어 있는데 그냥 갈수는 없고요 손님이 차야 가는 거지요.

마냥 기다리니 인구가 많은 중국이라서 어디선가 손님들이 오기는 합니다.

그 중에는 각종 채소와 국수 종류를 한참 때려 싣는 사람도 있더군요.


아무튼 사람이 차니 차는 출발을 하고 삭막한 지대를 통과하여 어딘지 한참을 갑니다.

주변은 별로 마을도 없더군요.


거의 평지이지만 작은 언덕으로 이어진 길을 달립니다.

농사짓는 땅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환경은 거칩니다.

이렇게 작은 동네 두 군데를 거치면서 싣고 왔던 음식물을 그 동네 식당에 배달을 하고는 한참을 더 달려 나를 이곳이라면서 내려줍니다.


목적지에 다 온 모양입니다.

안내판이 나를 반겨 주더군요.



내린 곳 바로 앞에 있는 대하국도(大夏國都) 통만성유지(統万城遺址)라는 안내판이 무척이나 반갑습니다.

거기다 2 Km만 가면 된다고 하니, 4 Km 정도를 걸어 갈 각오를 했던 나에게는 복음이 따로 없습디다.

과연 이렇게 어렵게 간 통만성은 과연 그만한 값어치가 있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