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어떻게 돌아갈까요?
마침 한 아줌마가 택시를 타고 홍사암으로 들어옵니다.
택시가 대기하는 것을 보니 하루 통째로 빌린 모양이지요?
이 아줌마와 동행을 하면, 다른 구간도 구경할 수 있겠고 또 돌아가는 것도 수월할 것 같아 말을 걸어 보는데, 안 것은 강서(江西)성 사람이라는 것뿐이었습니다.
그 아줌마는 영어가 안 되고, 나는 중국어가 안 되니
오늘 나와 동행할 수 있겠냐?
내가 반을 지불하겠다.
이런 고차원(?)적인 의사를 도저히 전달할 방법이 없더군요.
별수 있나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용주향을 향해 천천히 걸어갑니다.
햇볕이 따가워서 그렇지 주변 경치가 좋아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주변은 황토 고원이고 오아시스 마을처럼 나무로 숲을 이룬 곳에 용주가 있습니다.
삼거리가 나옵니다.
오른쪽으로 가야하는지 왼쪽으로 가야 하는지 감이 잘 안 잡히더군요.
바이두 지도로 검색을 해도 잘 모르겠습디다.
좀 전에 택시를 타고 들어 온 곳인데.
어느 쪽으로 갈까요, 오른쪽이 마음에 들어 그쪽으로 가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던 아주머니가 나를 세웁니다.
“어디가?”
“네?”
“어디 가냐고?”
“아, 정변이요”
“정변은 그쪽이 아니고 이쪽이여”
“그래요”
“길도 잘 모르면서 왜 그쪽으로 가는 겨?”
“그러게요”
이 오지랖 넓은 아줌마 아니었으면 괜한 헛걸음 많이 할 뻔 했드랬습니다.
어제도 그랬지만, 길의 분위기가 비슷비슷해서 방향을 잡기가 쉽지는 않더군요.
아무튼 미루나무가 사열하듯 서있는 길을 따라 용주로 갑니다.
나는 이런 분위기의 길을 좋아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도 신작로는 대개 이런 분위기였지요.
허물어진 집도 보이고, 옥수수를 재배하는지 옥수수 창고도 보이네요.
조금 더 걸어서 조그만 마을인 용주향 중심가에 도달을 합니다만, 도대체 돌아가는 차가 있을까 의심스러운 그야말로 고즈넉한 분위기입니다.
그런데 이때 정말 희한한 일이 일어납니다.
대충 길에 서서 지나가는 차를 기다리고 있을 때, 건너편 객잔 주인이 나를 부르더니 집 앞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어디서 왔냐고 하기에 한국인이라고 했더니 깜짝 놀랍니다.
그러더니 홍사암 화보집을 가져오더니 보라고 하네요.
내가 생각하기에 그렇게 멋 떨어진 동네는 아닌 것 같은데, 사진을 찍어 놓을 것을 보니 아주 멋진 풍경이더군요.
역시 사진발인가요?
그런데 명함 한 장을 건네줍니다.
앞에는 ‘老方’이라고 쓰여 있더군요.
‘노’는 나이 든 사람을 지칭하는 것이니 방 노인이겠지요.
나도 성이 방씨여서 종씨라고 좋아하는데, 뒤를 돌려보니 거기에 이 분 이름이 쓰여 있었습니다.
方*라고 쓰여 있는데 바로 내 이름이었습니다.
한자가 똑 같은...
이럴 수가 있나?
우리나라에도 같은 이름이 없는데.
이게 당신 이름이냐고 하니 그렇다네요.
나이는 몇이냐고 하니 나보다 한 살이 적습니다.
중국은 만 나이를 쓰니까 생년월일을 적어보라고 하니 이런.
이 분이 중국에 있는 '나'입니다.
나와 같은 이름에 거기다 나와 같은 연도 출생이었어요.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요?
나도 내 명함 한 장을 꺼내어서 한글 이름 밑에 한자로 이름을 써주며 당신 이름이 내 이름이라고 하니 이 분도 신기한 모양입니다.
내 명함을 가지고 건너편에서 카드 놀이하는 노인네들에게 자랑을 하러 가는데, 카드 놀이하는 노인네들은 다른 데 정신을 팔고 있어서 반응이 시큰둥하더군요.
마침 내 이름을 가진 이 분 아들이 나오기에 사진을 같이 찍어달라고 했습니다.
별난 인연의 소유자끼리.
그러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한국 사람인데, 어쩌다 한국 사람이 중국 성명으로 창씨개명을 해가지고 중국 사람과 같은 이름을 가지게 되었을고 하는 생각이.
그렇지 않나요?
돌아가는 길.
그건 그렇고 이제는 돌아가야겠지요?
마침 승용차 한 대가 지나가더군요.
손을 드니, 근처에서 섭니다.
나와 동명이인인 사람이 내 형편을 말하니 젊은 운전기사 친구가 30원을 내면 데려다 준다더군요.
좋다고 하고는 그 차에 탑니다.
물론 내 이름과 같은 운명의 주인공과는 진하게 이별 인사를 했지요.
이제 정변으로 돌아갑니다.
앞자리에는 운전기사 청년과 젊은 아가씨가 함께 타고 있었어요.
내가 누군지 함께 가는 청년이 궁금해 하기에 한국인이라고 말하니 놀라더군요.
뭔가를 자꾸 물어보는데 내가 중국어로 대꾸를 잘 못하자 영어를 할 수 있냐고 묻습니다.
그거야 되지.
옆 자리에 앉아 있는 아가씨가 마침 중학교 영어교사라네요.
이 아가씨의 통역으로 궁금한 사항에 대해 모두 말해 줄 수 있었지요.
이렇게 말이라는 게 중요하더군요.
혹시 한국 돈을 가지고 있냐고 물어요.
그래서 1,000원짜리 지폐를 보여주었더니 중국 돈으로 얼마 정도 되느냐고.
30원 정도 되니 그것을 네가 갖고 대신 택시비로 퉁치자고 하니 너무 좋답니다.
그래서 웃으며 사실 3원 정도 되는 돈이라고 하니 그래도 좋답니다.
돌아가는 차비는 간단하게 돈 1,000원으로 해결하는군요.
뭐 그리고는 잡다한 이야기를 나누는데, 이 동네에서 맛있는 요리를 알려 주더군요.
양고기와 돼지고기는 그렇다고 하고,
대회채(大烩菜)와 중경사아어(重庆傻儿鱼)는 너무 맛있으니 먹어 보라더군요.
이렇듯 돌아오는 것은 쉽게 해결이 되네요.
이제 맛있는 것 먹어보기.
시내 입구에 나를 내려 줍니다.
큰 기념물이 서있는 곳이네요.
여기서 시내 중심까지는 좀 거리가 됩니다만, 오늘도 시내 버스 안내양 아줌마가 정신이 없어 돈을 안 받더군요.
그런데 추천 요리 이름이 이렇게 길가 음식점에 있었습니다.
대회채라는 음식 이름이 간판에 있지요?
호기심이 백배가 됩니다.
시내 중심가에는 한국성이라는 큰 매장도 있습니다.
중국 어디나 한류가.
아무튼 쉽게 왔으니 그 기념으로 점심은 이들의 추천 메뉴를 먹어보기로 합니다.
어제 갔던 성도미식(成都美食)에 가서 중학교 영어선생님이 써준 종이를 내놓고 물어보니 大烩菜는 안 되고 重庆傻儿鱼가 된다고 메뉴에서 찾아주네요.
크기로 구별해서 30원짜리와 60원짜리가 있었습니다.
30원짜리를 부탁하고 좀 기다리니 엄청난 양의 음식이 내 앞에 떡하니 놓입니다.
이게 뭐여?
종업원에게 따집니다.
나는 혼자이고 그래서 30원짜리 달라고 했잖아.
그런데 왜 이리 큰 게 나온거여?
이게 30원짜리랍니다.
그래?
그럼 먹어야지 뭐.
배는 고팠지만 혼자 먹을 양은 도저히 아니었습니다.
맛은 있더군요.
무슨 물고기인지 그것 자른 것이 위에 놓이고 아래에는 콩나물과 두부 이런 것들이 가득 들어 있는 음식이었습니다.
나같이 위가 작은 사람은 4명 정도가 먹어도 되겠더군요.
중국 음식의 한 특징인 기름기가 너무 많아서 그렇지 아무튼 맛은 있었습니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양가반이라는 동네를 가봅니다만.
시간이 얼마 안 되어 그냥 숙소로 돌아가기는 일러 양가만(楊家灣)이라는 호수 주변 근처를 지나 양가반(楊橋畔)이라는 동네까지 가는 버스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버스 터미널에서 5원을 주면 데려다 줍니다.
사막 가운데 오아시스 도시라면 필수 조건처럼 되어 있는 호수가 정변 주변에는 여러 개 있습니다.
그 호수는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어서였지요.
그러나 가면서 오면서 보이는 주변은 별 특징은 없었습니다.
종점 양가반은 말 그대로 버드나무가 많은 동네라서 주변은 멋있는데, 동네 자체는 별 볼품없는 곳이었습니다.
버드나무 꽃이 엄청나게 날리더군요.
꽃가루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이 시절에 가면 안 되겠더라고요.
그냥 내리자마자 출발하는 버스로 다시 돌아오네요.
단칼로 자르듯 말하면 나처럼 할 일 없는 사람 아니면 양가반은 가지 마세요.
이렇게 정변에서의 일정을 마칩니다.
요점 정리
* 통만성 가기
9시 10분 백성즉촌 행 버스(정변 터미널)
내려서 2 - 30분 도보
입장료 아직까지는 없음
오후 2시에 정변 행 버스가 있다고 하나 미확인(웬만하면 히치할 것)
* 용주 홍사암 가기
백도 빈관 앞에서 반차가 있다고 하나 미확인
택시를 교섭해서 왕복과 그 근처 사진 포인트를 다닐 것 추천
사진 포인트 전문가 老方 전화 13571296682 주숙 가능
입장료 아직까지는 없음
돌아올 때도 히치 추천.
오늘의 지출
아침 식사 죽 + 만두 7원
물+과자 8원
택시비 90원
메론 10원
돌아올 때 차비 1,000원(한국돈)
점심 식사 32원
버스비 5원*왕복 = 1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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