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일상

[치앙라이] Giving is the best way to communicate

정안군 2014. 10. 12. 19:53


언젠가 태국에서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던 CM이 있었답니다.

통신쪽에서 태국을 꽉잡고 있는 True 작품입니다.

 

어제 TV에서 태국 프로 축구 경기를 보는데, 전반전이 끝나고 중간 휴식 시간에 나옵디다.

CM치고는 제법 시간이 길어, 다른 드라마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그 시작은 약가게 아줌마의 하이톤.

진통제 몇 병을 몰래 품에 넣고 나가려던 아이 멱살을 움쳐 잡고 밖으로 끌고 나오면서 소리를 지르지요.

"이거 왜 훔쳐가려 했어"

"엄마 주려고요"

 

멀리서 이런 모습을 바라 보던 국수집 아저씨가 다가 와서 약가게 아주머니에게 돈을 건내 줍니다.

그리고 가게 앞에 있던 자기 딸에게 뭔가를 가저 오라고 시키지요.

잠시 후, 딸이 가저 온 국수가 담긴 봉지에 약가게 아줌마에게 건네 받은 약을 담아 아이에게 건네 주며 묻습니다.

"엄마가 아프니?"

고개만 끄덕.

아이에게 봉지를 건내며 괜찮다는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이자, 아이는 고개를 들어 그 아저씨를 바라 보고는 봉지를 채서 사라집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없이요. 



세월이 흘러 30년 후.

국수집 아저씨는 여전히 국수를 팝니다.

가끔씩 들르는 걸인에게 국수를 챙겨 주면서.

 

그런데.

이 아저씨 머리에 이상이 생기면서 바닥에 쓰러지고.

 

장면이 바뀌며,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입원해 있는 국수집 아저씨.

옆에는 받아 든 치료비 792,000밧 고지서를 받아 놓고 어쩔줄 모르하는 딸이 있습니다.

문이 닫힌 국수집 문에는 건물을 판다는 종이가 붙지만 좀채로 팔리지 않는가 봅니다.

 

다시 장면이 바뀌고.

절망하면서 아버지 침대 옆에서 흐느끼며 우는 딸 옆에 왠 종이가 있습니다.

병원비 청구서입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입니까?

 

청구된 금액이 0 밧.

그리고는 이런 덧글이.

 

병원 치료비는 30년 전에 국수와 진통제로 이미 받았습니다.

닥터 Prajak Arunthong.

 

화면은 뇌 CT 사진을 잔뜩 걸어 놓고 들여다 보는 의사의 모습과 함께

Giving is the best way to communicate.

나눔은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입니다.

 

이 문구로 마칩니다.

진한 감동과 함께.

 

사실 이런 내용과 비슷한 변종은 참 많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옛날 '검사와 여선생'과 같은 감성을 건드리는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기도 했습니다.

True도 비슷한 감성 코드를 써서,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사실 태국 True라는 대기업에서 하는 감성 건드리기라서 좀 거부감이 들긴 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태국에서 그런 드라마가 현실에서도 가능할까 하는 것입니다.

좀 초치는 소릴까요?

 

한국에서도 그런 상황이 실제 일어나기는 녹녹치 않게 되었는데, 소득 격차가 더 큰 태국에서 그런 일이 가능해 보이지 않습니다.

 

실제로 태국 의과대학은 왕족이나 귀족층 그렇지 않으면 돈 많은 화교 자녀들이나 입학이 가능할 정도로 학비도 비싸고 실력도 대단해야 한다고 들었거든요.

엄마 약값도 없어 약국에서 약을 훔쳐야 할 정도인 집안 사정이고 보면, 그 아이가 모든 시름을 잊고 열심히 공부해서 의과대학에 들어가고 의사가 된다?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물론 그 아이가 태국판 '왕자와 거지'로 왕자님께서 길거리 아이로 변장을 했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좋은 이야기에다 초를 너무 쳤나요?

하지만 실제 상황이 그런 걸 어떡해요?

 

아무튼 그래도 한 번은 볼 만하고, 많은 생각이 들게 합니다.

 

구글에서

Giving is the best way to communicate 를 치시면 유튜브에 올린 영상이 있어서 보실 수 있습니다.

뒷생각은 잠시 접어 두시고, 감성 CM 한 편 감상해 보시길.

 

그리고 어찌 되었든 '나눔은 소통하는 최고의 방법이라는 메시지'는 좋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