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졸업식하면 무조건 2월입니다.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마치기까지 모든 졸업식을 2월에ㅡ했지요.
강남의 귤이 강북에 가면 탱자가 된다고 했던가요?
지역마다 날씨가 다르고 풍속이 다르고 사람이 다른데, 졸업식 날짜는 말해 뭐하겠습니까?
그래도 10월에 하는 졸업은 많이 생소하네요.
우리 동네 라차팟 대학교 졸업식이 목요일부터 오늘에 걸쳐 열렸습니다.
수요일 도서관 앞에 작은 천막이 쳐지고 졸업식 행사가 있다기에 아담한 우리나라 코스모스 졸업식 같은 규모의 행사가 벌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목요일 학교 입구에 꽃파는 노점이 생기고 그 수가 얼마 안 되기에 정말 그런가 했지요.
그리고 끝나나 했더니 어제는 좀 더 큰 큐모의 꽃 노점이 늘어서 있었습니다.
하루가 아니고 이틀 행사인가?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대학 입구 사거리에서 대략 2km 정도 떨어진 반두 시장 근처부터 꽃 노점상들이 늘어서 있고, 넓은 도로는 졸업식에 참석하러 여기저기에서 오는 친척들이 탄 차로 정체가 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차가 막히기는 여기 살면서 처음이지 싶습니다.
소형 트럭 화물칸에 타고 있는 자기 전통복을 곱게 차려 입은 아카족 아줌마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조카가 졸업을 하나 보지요?
극심한 정체를 보이는 대학 안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 구경한다는 것은 맹구도 안 할 짓.
일을 다 보고 자전거를 타고 안에 들어 가 봅니다.
대학 구내는 완전 주차장이고, 그늘 자리 좋은 곳은 우리나라 유원지에서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자리를 깔고 놀러온 분위기.
많이 기다려야 하는 것을 알고 미리미리 준비를 해 왔나 봅니다.
행사는 체육관에서 열리는 듯 싶은데, 차가 막히고 그 좁은 사이를 사람들이 간신히 빠져 다니는 통 자잔거를 끌고도 갈 수가 없습디다.
엄청난 광경인데, 사람들의 모습은 의외로 차분했습니다.
우리나라 같으면 흔히 들린 호각 소리도 하나 없구요.
대충 분위기만 느끼고 샛길로 해서 돌아 왔습니다.
태국도 우리나라 못지 않게 취업난이 심각하다던데, 오늘 졸업한 학생들은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하며 살기를 빌어 봅니다.
현실에서는 이게 많이 힘들겠죠?
그러고 보니 이번 학기를 마치면, 만학도인 우리 둘째도 졸업이네요.
우리 아들도 힘내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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