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치앙라이]평생교육원 학생 노래 자랑 치앙라이 예선

정안군 2015. 2. 25. 13:47



 

 

 

 

 

 

 

매 주 화요일에는 평생교육원(ก. ส. น. 꺼써너)에서 태국어 수업이 있습니다.

태국어로는 너무 길어 흔히 그냥 약자로 '꺼써너'라고 부르는 평생교육원은 돈 때문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한 시설인데, 대개가 소수민족이거나 근처 미얀마에서 일하러 온 사람이 주 고객이더군요.

아시안이 연합체로 가면서 다양한 과정을 준비하는 모양인데, 예산 관계로 아직까지는 그다지 활성화된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여기에 근무하는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선생님이 우리를 지도하느냐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는데, 요즘은 별 스트레스 안 받고 우리랑 같이 놀아 주는 쪽으로 결론을 냈는지 편하게 가고 있습니다.

우리로 그렇게 해주니 너무 편해졌고요.

물론 여기까지 이르도록 많은 한국인 학생(?)들이 포기해서 여기 선생님도 그렇고 남아 있는 우리들도 마음이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어요.

 

암튼 태국어 수업을 받으러 갔는데, 정원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립니다.

계속 이어진다면 수업하기가 어려울 정도로요.

선생님도 오늘은 수업하기 어려울 것 같으니 구경이나 하자더군요.

구경은 구경이고 도대체 무슨행사인지는 알아야 되지 않겠어요?

 

떠듬 떠듬 그 행사 내용이 뭔지를 알아 냈는데 이런 거였습니다.

 

그러기 전에 태국 행정 단위를 설명해야 되겠네요.

태국에서는 우리나라 도에 해당하는 행정 기구를 짱왓(จังหวัด)이라고 하는데, 태국에 짱왓은 77개입니다.

짱왓 아래 행정 기구는 암퍼(อำเภอ)이고요, 그 아래는 땀본(ตำบล)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관공서나 학교 담벼락을 보면 'ต 어디어디 อ 어디어디 จ 어디어디', 이런 식으로 표기를 해 놓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우리 동네를 표기하면 ต 반두 อ 무앙 치앙라이 จ 치앙라이.

이런 식이 됩니다.

우리 식으로 하면 치앙라이도 치앙라이시 반두읍이 되겠군요.

 

여기서 'ต'은 땀본, 'อ'은 암퍼, 'จ'은 짱왓을 표시하는 태국어 단어의 약자입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살고 있는 짱왓 치앙라이(치앙라이 주)에는 짱왓 아래 행정기구인 암퍼(อำเภอ)가 18개 있습니다.

이 각 암퍼에는 평생교육원, 즉 꺼써너가 있는데, 이 암퍼 꺼써너에서 대표로 선발된 사람이나 팀이 오늘 대회에 출연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오늘 선발이 되면 치앙라이 꺼써너를 대표해서 전국 노래 자랑에 나가게 된다는 것이에요.

 

벌써 화려한 의상의 팀이 눈에 들어 옵니다.

치앙라이 란나 왕국 임금님과 딸린 부인들을 모델로 했나요?

그 가운데 등치가 좋은 아가씨들도 여러 명이 있었어요.

태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장 남자.

 

태국어로 까터이(กะเทย)라고 합니다.

흔히 꺼떠이라고 하는데, 정확히는 까터이가 맞답니다.

이렇게 부르면 본인들이 듣고 싫어 하니까 우리들은 그냥 '오빠야'라고 부르지요.

 

원래 무슨 뜻인지 궁금해서 태국어 사전에서 꺼터이를 찾아보니 '성별이 없는', 이런 뜻이었어요.

그러니까 꺼터이는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것이 그렇군요. ㅎ

알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알이 아닌 것도 아닌 것이.

아는 분만 아시길. ㅎ

 

시작 시간이 되었는데, 관중은 얼마 안 되고, 그나마 햇빛을 피해 그늘로 대피해서 열기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처음 순서로는 암퍼 매 파 루앙의 대표로 아저씨가 등장합니다.

노래는 안 하고 왠 서설이 긴지.

아마도 꺼써너에 대한 감사함의 표시가 아닌지 싶었습니다.

매 파 루앙은 도이 뚱이 있는 지역의 행정 구역입니다.

 

그 다음은 몽족 전통 의상을 입은 판 대표.

판은 파야오 경계의 행정 구역이랍니다.

의상은 그럴 듯 한데, 노래 솜씨는 영 꽝.

 

그 다음은 왕과 왕비 매들리 팀인데, 치앙콩 대표였습니다.

이 팀이 비쥬얼로 되고 해서 강력한 우승 후보가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나마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까지 했으니.

 

그 다음은 파 뎃 대표입니다.

사진 찍어 주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어 내가 찍어 줍니다.

 

암튼 노래 실력이 출중하면 끝까지 들어 주려고 했는데, 영 시원찮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파 뎃 대표를 끝으로 구경을 끝냅니다.

워낙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서인지 구경거리도 별로고 활력도 없고 그랬네요.

다만 치앙콩 대표가 있어서 대회 체면을 살려준 것 같았어요.

 

그나저나 그 친구들은 연습을 좀 했더군요.

사진 촬영 요청이 있으면 다양한 포즈를 취해주는 것을 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