쿤콘 폭포는 치앙라이 시내에서 남서쪽으로 떨어진 쿤콘 산림공원 안에 있는 폭포로, 태국인과 외국인 특히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제법 인기가 있는 구경거리입니다.
한국인 여행객들은 치앙라이 체류가 짧아서인지 폭포에서 거의 볼 수가 없습니다.
사실 내 기준으로는 백색사원이나 반담보다 더 나은 것 같은데, 좀 아쉬운 마음이 있습니다.
하긴 대중 교통편으로는 접근이 안 되고, 오토바이라도 빌려야 가능하니 접근이 제한적일 수 밖에 없겠군요.
본격적인 우기로 접어들면 위험하다고 폐쇄를 하기도 하니 팔월이나 구월 쯤은 구경을 못할 수도 있고요.
아무래도 날씨 관계 상 겨울철이 가장 구경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그 때쯤이면 공기도 건조하고 서늘해서 구경하러 오르기가 최고이죠.
폭포는 입구에서 대략 1.4km 정도 위쪽에 있습니다.
걸어서 30분 정도가 채 안걸립니다.
그리고 쓰레빠를 끌고 오르셔도 될 정도로 길도 평탄하답니다.
쓰레빠를 끌고 오르는 게 조금은 미안하기도 했는데, 태국 사람들은 기본 차림이 쓰레빠이니 그런 감정은 안 가지셔도 괜찮답니다.
쓰레빠라고 썼다고 흉보지 마세요.
이런 데는 쓰레빠라고 써야 느낌이 팍 오니. ㅎ
폭포는 이번에도 역시 웅장한 모습이 장관이었습니다.
폭포 앞에 서면 물보라로 서늘하고, 정말 음이온이 펄펄 넘치는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물가에 앉아 있으면 정말 내려 오기 싫어 집니다.
하지만 살 거 아니면 내려 와야겠죠?
내려 올 때에는 중간쯤에서 왼쪽 방면 샛길을 이용하면 재미가 더 해집니다.
대나무로 만든 다리를 몇 개 건너야 하거든요.
우기가 깊어질수록 다리 상태가 망가져 통행이 안 될 때도 있으니 그 때는 그냥 돌아 가시거나 물이 얕으면 물에 빠져 건너도 괜찮겠네요.
아무튼 이번도 폭포 구경은 잘 했는데, 다 내려 와 놀라운 장면을 만납니다.
폭포 입구에는 쿤콘 폭포 1400미터라고 쓰여 있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이 안내판을 스치듯 보다가 이상한 것을 발견합니다.
콘크리트 기둥에 나뭇가지 비슷한 게 있었어요.
콘크리트에 싹이 틀리는 없어서 유심히 바라 보니 진짜 살아 있는 나뭇가지더군요.
아니 콘크리트에서 새싹이.
그런데 콘크리트 기둥이라고 생각했던 기둥은 콘크리트가 아니고 나무였습니다.
어디선가 나무를 잘라 다듬은 다음 페인트를 발라 묻은 것인데, 그 나무에서 싹이 돋았던 거예요.
와.
생명이란 게 정말 대단하더군요.
한쪽은 죽었는데, 다른 한쪽은 살아서 가지를 내 놓고 있었어요.
이렇게 살려고 하는구나.
이 가지가 얼마나 더 크게 자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기둥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가지가 자라서 기둥 역할이 안 되면 잘릴 수도 있겠죠?
거기까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생명력을 보여 준 것만 해도 정말 대단합니다.
폭포보다도 더 대단한 자연 현상을 본 날이었습니다.
정말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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