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거리

[치앙라이] 나들이데이 - 난에서

정안군 2015. 6. 14. 10:38



 

 

에어컨 빵빵하게 틀어 놓고 한참을 쉬었고, 밖을 내다 보니 구름도 끼어 있어 아까 같은 불볕 더위는 좀 누구러진 듯 했습니다.

난이란 멋진(?) 곳에 왔으니 이제 구경 한번 제대로 해야 되겠죠?

일단 난 왕국 영주 궁전이었던 박물관을 먼저 가 봅니다.

박물관이라는 것이 대개 일찍 문을 닫으니까요.

문을 통과하는데 18시 30분까지라고 되어 있더군요.

시간은 널널해서 일단 안심을 했는데.

했는데 이런.

'삣'이라네요.

공사중이라서 문을 닫았나 봅니다.

이런 황이라니.

그런데 한편으로는 괜한 걱정거리를 던 셈이기도 했어요.

외국인은 입장료가 태국인의 열배인 200밧이라고 해서 과연 그걸 내고 들어가야 하나 조금 망설임이 있었거든요.

일단 태국 운전면허증을 보여 주고 태국인 요금으로 해 달라고 해 보고 안 되면 깍아 달라고 사정도 해 보려고 했어요.

그래도 안 된다고 하면 과감히 때려치자 마음을 먹었는데 그런 번민을 가쁜히 덜어 줍니다.

그래도 뭔가 허전하네요.

시내에서 구경거리 하나가 없어졌으니.

 

다음은 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왓 푸민을 가 봅니다.

옛날 궁전 주변은 모두 절이었네요.

왓 푸민은 궁전 위치로 보면 옆쪽이고, '왓 프라 창 캄 위라위한' 이라는 긴 이름의 절은 정면에 있던 셈입니다.

왓 푸민 입구에서 보니 두 절 모두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멋진 모습을 자랑합니다.

 

 

 

 

 

 

절 안에 있는 벽화로 유명한 왓 푸민을 천천히 분위기를 느끼면서 감상을 해 봅니다.

오래되어 그다지 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있으나 남자가 여자 귀에 뭔가를 속삭이는 그림은 선명하게 남아 있었어요.

옛날 외국인들도 왔었나요?

혹시 선교사들이 왔던 것은 아닌지.

그런 분위기의 외국인들의 모습도 담겨 있습니다.

사면 불상의 모습도 이채로웠네요.

하지만 워낙 다른 사람들 여행기에서 많이 본 것이라 솔직히 재미는 덜 합니다.

대충 설렁설렁 보고는 밖으로 나옵니다.


 

 

절 건너에 있는 관광 안내소에 가 봅니다.

관광 열차는 하루에 두 번 있는데, 모두 지나가 버렸네요.

오후 1시 30분, 3시 30분 두 번 운행을 한다고.

가격은 30밧입니다.


무슨 말인지 궁금하게시리 여자에게 귓속말을 해대는 남자 앞에서 우리 부부도 따라서 해 봅니다.

짜샤 너도 궁금하지?

그러니까 남 앞에서는 귓속말 하지마.

하지만 귓속말 남녀, 난에서 그걸로 유명세를 탄지라 계속해서 이 모습을 보여 줄 것 같죠?


그 다음은 무슨 구경을 해야 잘 했다고 소문이 날까요.

태국에서 동네마다 흔해 빠진 것이 절이라서 절 구경은 생략했더니 더 이상 가 볼 때가 마땅하지 않습니다.

어디를 가 보나?

그냥 대충 시내 한바퀴를 돌다가 공항 옆에 있다는 골프장을 가 봅니다.

전체적으로 난은 길이 상당히 좁은데, 다행히 인구가 많지 않아 그나마 소통이 되는 듯 합니다.

 

공항 옆 골프장은 나인 홀이었습니다.

상태는 그닥.

별로 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 곳입니다.

그래도 이 동네에서 유일한 곳이라 골프장에는 이 동네에서 행세하는 사람들은 다 모인 듯 했습니다.

벅적 벅적.


 

 

 

다시 중심가로 돌아 오는데, 신기한 간판을 발견합니다.

얼래?

맛있다.

잘 보니 분식집 간판입니다.

아니 이런 동네에 한국 분식집이?

별 일이네요.

한번 가 봅니다.

사연은 미리 들은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보리라곤 생각도 못했거든요.


한국계 미국인 남자가 태국 여자와 결혼을 해서 차린 곳이 있단 소리를 들었었는데,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아쉽게도 모두 한국에 잠시 가 영업은 쉬고 있었습니다.

살림집을 그냥 살려 영업을 했나 보던데, 떡볶이는 제법 팔았다더군요.

떡볶이, 김밥, 만두가 메뉴에 있습디다.

혹시 난에 가실 일이 있으면 한번 찾아가 보시길.

공항 가는 대로 오른쪽에 안내판이 있고 분식집은 제법 안으로 들어 갑니다.

이런 곳에 식당이 있을까 싶게.


 

 

강가로 가 봅니다.

강가에 왕비 기념 뭐시기 공원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

막상 가 보니 그냥 넓다란 놀이 공원입니다.

게이트 볼을 여자 학생들이 하고 있더군요.

게이트 볼은 노인네들이나 하는 걸로 알았는데, 이곳은 젊은 학생들도 합니다.

 


난에 사시는 배사장님과 저녁에 식사를 같이 하기로 약속을 해서 대충 구경은 시마이합니다.

사실 시내엔 절 말고는 구경거리가 그저 그렇군요.

 

어쨌든 그러다가 배사장님 가족과 만나 이분이 추천한 식당으로 가 보는데.

호.

그 식당 제법이더군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뿌팟뽕커리도 있고요.

맛이 아주 훌륭했습니다.

중국계라는데 중국 음식 삘이라 아주 마음에 들었어요.

식당 이름은 란 뿜 3.

태국어로는 ร้าน ปุ้ม 3

 

난에서 묵는 사람들에게 강추하는 식당입니다.

위치는 묵고 있는 숙소에서 제공하는 지도에 나와 있으니 숙소 카운터에다가 문의하면 될 듯 합니다.

시내가 크지 않아 어디서든 어렵지 않게 갈 수 있어요.

가시거든 '까올리 배' 에게 소개받아 왔다고 말하면 좋아 할 겁니다.

배사장님이 그 식당 사장과 많이 친하더군요.

생각지도 않은 뿌팟뽕커리를 만나 즐거운 하루를 제대로 마감을 합니다.

 

난에서 살고 있는 배사장님도 한 사연 하시지만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한국인이 거의 없는 곳에서 사업을 이끌어 가는 게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분을 보니 안쓰럽기도 하고 아무튼 복잡한 심정이었습니다.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 옵니다.

밤이 되니 시원해지고 거리는 한적해서 나에게는 좋더군요.

하지만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정말 끔찍할 수도 있는 곳이 바로 '난'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다가 느낀 것이지만 난은 중심가보다는 주변 국립공원의 자연 환경이 볼거리로군요.

 

이렇게 난에서의 하루가 지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