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에서 빠이를 가려면 일단 북쪽을 향하는 107번 도로를 타면 됩니다.
시내는 상당히 복잡하지만 갈수록 점점 차량은 적어지고 한적한 시골 풍경으로 변하죠.
그렇게 한참을 달리면 1095번 도로를 만나는데,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꺽어지는 이 도로를 타면 빠이 방면이 됩니다.
1095번 도로는 매홍손까지 이어지는 국도로, 태국에서 제일 험한 산악 도로입니다.
방콕 근처나 중부쯤에서 태국은 산이 없다고 느끼시는 분은 이 도로를 한번 달려 보시길.
태국의 산들을 원없이 구경하실 겁니다.
조금 달리면 서서히 산길로 접어 드는데, 처음에는 완만하게 시작하지만 빠이로 갈수록 커브가 심해지지요.
꼬불꼬불 첫째 고개.
첫사랑에 못잊어서 울고불고 넘는 고개.
꼬불꼬불 둘째 고개.
둘도 없는 님을 만나 울고 불고 넘는 고개.
꼬불꼬불 셋째 고개.
셋방살이 삼년만에 보따리 싸고 넘는 고개.
넷째, 다섯째, 여섯째, 칠곱째, 여덞째, 아홉째, 열번째, 열한번째, 열두번째, 끝.
이 정도 노래 가사처럼 열두개 고개 정도만 되어도 어떻게 즐거운 마음으로 노래하면서 넘어 보겠는데, 이거야 정말입니다.
칠백 몇십개가 넘는다 하니.
정신없이 이리저리 돌다가 잠깐 정신 차릴겸 쉬어 가기로 합니다.
마침 카페가 기가 막힌 자리에 있더군요.
Cafe 32.
32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카페도 있고 리조트 시설도 있는 곳이던데, 커피 값은 괜찮지만 리조트 방값은 후덜덜이더군요.
제일 싼 방이 성수기 6000밧, 비수기 3000밧이나 하는.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가격만큼 좋은지는 잘.
나야 잘 거 아니니 비싸든 안 비싸든 사실 상관할 바는 아니지요.
마침 비가 세차게 내립니다.
숲속에 내리는 비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오토바이로 빠이를 가던 서양 커플도 잠시 쉬어 갑니다.
비가 내리고 음악이 흐르면 더 좋겠지만 아쉽게 음악은 없었어요.
그래도 맑은 공기와 비에 젖은 숲의 모습은 정말 예술이었어요.
거기에다 화장실은 이제까지 본 화장실 가운데 최고 명품이었습니다.
할 수 없이 사진 한장에 담아 둡니다.
누군가 방명록에 한글로 이렇게 써 놓았더군요.
'이곳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 가면 예의가 아니다'
'그렇군요'
이렇게 답을 달아 줍니다.
그럭저럭 비가 그치고 다시 출발을 합니다.
꼬불꼬불 몇 째 고개인지 생각도 없을 때쯤 빠이 분지로 내려섭니다.
일본인이 만든 철교, 빠이 인 러브.
빠이에서 구경거리에 속하는 것들을 지나 가는데, 사람들이 제법 있습니다.
분위기를 보니 차이니스.
이게 뭐야.
빠이 시가지 안에 들어 서니 중국인들이 넘쳐 나더군요.
비수기고 뭐고 없나 봅니다.
길거리 간판은 한자 투성이.
확실히 옛날 그 빠이가 아니더군요.
신호등도 여러 곳에 생기고.
뭔가 정리 안 되게 어수선한.
아무튼 숙소를 구하기 위해 몇 군데 다녀 보는데, 가격이 시설 대비 비싸거나 벌써 풀이었습니다.
모두 중국인들이 묵고 있고요.
다리 건너 매엔 쪽의 리조트로 찾아 가 봅니다.
다행히 빠이 도 씨(Pai Do See)라는 리조트가 분위기도 괜찮아 보이고 가격도 괜찮아 하룻밤 쉬고 가기로 합니다.
하룻밤 800밧.
당근 아침 포함입니다.
방을 잡았으니 첫 번째 미션을 수행하러 시내쪽으로 갑니다.
차는 빠이면사무소 마당에 세워 놓으니 좋더군요.
외국인 거리로 가 보는데, 이건 아닙디다.
완전 중국인이 점령을 했어요.
시끌시끌.
아야 서비스 안쪽 팜 하우스에 가서 미션 상황을 살펴 봅니다.
주인이 바뀌었더군요.
아무튼 팜 하우스 주인에게 아빠는 호주인 엄마는 샨족인 꼬마를 아느냐고 물으니 안답니다.
알긴 알더군요.
하지만 알면 안 되는건데요.
아직 그냥 여기 있다는 이야기가 되잖아요.
내가 아직 있다는 쪽에 500원 건게 맞았다는 건데, 그게 씁쓸합니다.
엄마가 살고 있는 집을 찾아가 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찾아가 본들 뭐 어쩌겠어요.
그냥 튄 건가요?
씁쓸한 마음으로 강가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시켜 먹는데, 그곳 정말 쉣이더군요.
가제 입맛이 쓴데, 음식까지.
Pai River Corner Resort에 딸린 레스토랑 절대 가시지 마세요.
비싸기만 하고 음식은 정말 쉣 수준입니다.
그리던 빠이에 다시 왔지만 그리던 빠이는 더 이상 아니었고, 첫 미션도 참담한 결과로 끝나니 뒷맛이 아주 좋지 않은 하루의 마무리였습니다.
그래도 오는 동안은 참 좋았는데 말이죠.
오늘 꽤 먼거리를 이동했습니다.
대략 350 km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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