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그랬나요?
개구리가 밤새도록 울어도 듣는 이가 없다고?
왜 듣는 이가 없어요.
내가 개구리 소리를 지겹게 들었구만.
우리가 잔 리조트 바로 뒤는 논이었습니다.
그 논에 터를 잡은 개구리는 어둠이 몰려 오자 합창을 시작하더니, 새벽에 환해지자 합창을 한꺼번에 뚝 끊더군요.
정말 밤새도록은 맞습니다. ㅎ
그런데 마치 지휘자가 사인을 보내기라도 한듯이 뚝 끊어지는 것은 신기합니다.
다행히 피곤하기도 했고 숙소가 아늑해서 잠은 잘 잤습니다.
다만 꿈 속에서 개구리는 원없이 본 듯.
아침 운동 겸해서 숙소에서 멀지 않은 왓 프라탓 매앤(Wat Phrathat Mae Yen)에 다녀 오기로 합니다.
전에 빠이에서 장기 체류할 때 우리가 잔 리조트 근처쯤에서 산책에 나섰다가 건달 개를 만나 돌아 간 적이 있어서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개는 한 마리도 없습디다.
10여 분 걸어 왓 매앤 전망대에 섭니다.
운동삼아 하기는 거리가 좀 짧네요.
발 아래도 펼쳐진 빠이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하지만 사실 빼어난 경치는 아니랍니다.
슬슬 걸어서 내려 오는데, 이게 뭐여?
올 때는 한 마리도 없던 동네 개새끼들이 단체로 기상을 했나요?
멀리서 처음 보는 사람을 알아 보고는 실실 몰려 오더군요.
이럴 때를 한 두번 경험해 본 게 아니란다, 얘들아.
옆을 보니 긴 대나무가 있습디다.
그걸 들고 땅바닥을 몇 번 때리니 죄다 줄행랑.
역시 개새끼들에겐 몽둥이가 약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제공되는 아침 식사를 하는데, 옆 자리에도 한국 사람들이라 한국판입니다.
엄마가 애들과 함께 놀러온 두 가족이 옆 방갈로에서 묵었거든요.
이 가족들도 중국에서 왔다더군요.
빠이는 중국에서 무지 유명한 관광지라고.
아침은 제법 근사하게 나왔습니다.
800밧에 이 정도 식사가 포함이니 추천할 만한 리조트이긴 한데, 빠이에 또 올 일이 있으려나.
식사를 마치고 매홍손 방면으로 여행을 시작합니다.
치앙마이에서 빠이 올 때는 그래도 처음에는 평지이었는데, 이 구간은 시작부터 경사가 심한 커브길.
그래도 경치는 훨씬 좋았습니다.
한참을 올라가는데, 자전거로 고개를 오르는 서양 커플이 있더군요.
와.
대단합니다.
하지만 그 뒤로 계속되는 경사와 커브를 보니 많이 걱정이 됩니다.
뭐 그래도 좋아서 하는 일이니.
고개 정상부에 서니, 안개비가 살살 뿌리는데 입김이 나오는 정도의 온도로 변합니다.
그리고 한참 내리막.
솝뽕(Soppong) 마을이라고 하는 빵 마파(Pang Mapha)까지 내려 가고는 다시 오르막.
솝뽕 마을은 트레킹으로 유명한 곳인데, 마을 자체가 크지 않아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잘 살아 있더군요.
주변은 온통 산림으로 둘러 쌓여 있어 원령공주의 배경 같은 느낌이 납디다.
한참을 오르니 고개 마루에는 비가 세차게 내리더군요.
여기는 춥습니다.
몽족 아줌마들이 두터운 옷을 입고 물건을 팔고 있으니, 여름 풍경이 아니라 겨울 풍경입니다.
전망대가 있는데, 보이는 건 안개뿐.
그리고 또 내리막.
그 내리막 끝에는 매홍손인가 했더니 다시 오르막.
그리고는 내리막으로 이어지더니 드디어 매홍손 분지에 들어 섭니다.
역시 사람이 살만한 곳인지 마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길가로 보이는 마을 풍경은 태국이 아니고 미얀마에서 보던 분위기입니다.
절도 태국 스타일이 아니고 미얀마 스타일.
그러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잠시 멈추는데, 참 좋은 곳이었습니다.
논과 농막 그리고 주변의 산이 너무 잘 어울리는.
잠시 휴대폰을 내려 놓고 쉬어도 좋은 그런 곳.
그 카페부터 매홍손은 멀지 않습니다.
매홍손을 대표하는 쫑캄(Chong Kham) 호수로 향합니다.
매홍손은 주도라고 해도 너무 작네요.
그래도 깔끔하고 아담한 것이 참 마음에 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살라고 하면 그건 좀. ㅠㅠ
쫑캄 호수 옆에는 해바라기 '썬플라워'라는 레스토랑이 있습니다.
그 레스토랑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합니다.
유명세를 타는 식당답게 음식은 괜찮은 편이더군요.
팍붕 파이뎅은 걸죽한 된장국 스타일이라서 의외로 좋았고요.
어쨌든 식사를 마치고 그냥 매홍손을 뜨기에는 뭔가 허전해서 한 곳을 가 보기로 하는데.
역시 높은 곳에 올라 가는 게 제일이겠죠.
호수 가에 있는 왓 쫑캄은 미얀마 삘이 나는데, 그런 것은 미얀마에서 신물나게 보았으니 멀리서 보는 것으로 종치고, 왓 프라탓 도이 꽁무(Wat Phrathat Doi Khongmu)가 있는 산 정상에 있는 곳을 가 봅니다.
올라 가 보니 솔직히 대단하지는 않지만, 발 아래로 매홍손이 보이니 빠뜨리기는 허전한 곳이긴 해요.
첩첩 산중에 조그만 분지, 그 안에 도시를 담고 있어 조금은 답답해 보이기도 하지만 이런 곳에 이 정도 분지가 있는 것도 사실 대단한 거죠.
그나마 도시 가운데 비행장이 자리 잡고 있어 좁디 좁은 곳이 더욱 좁아 보여 안스럽기도 하네요.
엄마가 한국인이라는 미국 아저씨가 우리를 보고 몹시 반가워 하는 장면을 뒤로 하고 산에서 내려 와 매홍손을 벗어 납니다.
매홍손은 사실 가는 도중의 경치가 명물이지 도시 자체는 솔직히 매력이 많다고는 할 수 없겠더군요.
조용하고 예쁘기는 합니다만.
그건 그렇고 우린 차를 타고 오는데도 쉽지 않던데, 자전거 청춘들은 언제 이리로 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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