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런.
매홍손까지 길이 너무 험해 머리 속까지 흔들렸나요?
온천을 떠나 다시 쿤염으로 향하면서 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
그것은 바로 미션 투.
매홍손에서 픙에게 전화하기로 했었는데 그만 깜박했군요.
할 수 없지요.
그것이 언제일지는 알 수 없으나 다음을 기약하는 수 밖에.
다음이라.
평생을 그리워 하면서도 못 만나고 사는 게 인생일 수도 있으니.
매홍손에서 도이 인타논 방면 갈림길이 있는 쿤염까지는 70 km가 채 안 되는 거리입니다.
왼쪽으로 매 쑤린 폭포(Namtok Mae Surin) 국립공원을 끼고 달리는 길은 경치도 좋고 길도 편합니다.
하지만 주변에는 변변한 마을조차 없는 그야말로 깡촌.
중간에 혹시 또 볼 것이 있나 구글에서 찾아 보니, 훼이 뽕(Huai Pong)이라는 작은 마을 지나서 Japanese Military Sprit Dedication Memorial이라는 게 보입니다.
일본군 위령탑인가 봅니다.
훼이 뽕을 지나서 천천히 가니 오른쪽으로 그 위령탑이 보이더군요.
참 대단합니다.
제 2차 세계 대전 중 일본군이 여기까지 왔었나 보지요?
크진 않고 작게 만들어 놓은 것인데, 잊지 않고 이렇게 누군가가 죽은 사람을 위해 기념물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면 나름 대견한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왜 여기까지 와서 죽어야 했는지에 대한 반성이 먼저여야 했지 않을까요?
사진을 찍을까 말까 0.5 초 망설이다 그냥 가기로.
구글 지도에 나오는데다, 왠지 재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여기서 든 찹찹한 마음은 쿤염에 가서는 더 크게 울리게 됩니다만, 그건 다음에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쿤염으로 들어섭니다.
이 동네에서는 나름 큰 동네.
미리 구글에서 파악해 둔 호텔쪽으로 가는데, 도중에 의외의 건물을 만납니다.
그건 호텔에 들어 가 짐을 내려 놓고 보기로 하고, 구글에서 검색한 밋쿤염(Mit Khun Yuam) 호텔을 찾아 보는데.
호텔은 길 가 바로 옆에 있어서 찾기 어렵지 않았습니다.
크게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은 그저 그런 호텔인데, 600밧이랍니다.
아침은 제공하지 않구요.
뭔가 좀 아쉬운 감을 들어 조금 아래에 있는 윤트(Yoont) 호텔을 가 보는데, 거기는 방이 좀 작고 어둡더군요.
가격은 500밧에, 아침으로 빵과 차를 제공한다고.
다시 밋쿤염 호텔로 돌아 와 방을 배정 받습니다.
그리고 조금 쉬고는 거리 구경에 나섭니다.
망한 코닥 필름 간판이 아직도 있어 시간이 멈춘 듯한 마을이고, 조그만 마을이라 대단한 것은 없지만, 나름 이 지역의 중심 역할을 하는 곳이라 어지간 한 것은 다 있습니다.
왓 뭐이 떠(Wat Muai To)가 목 좋은 곳에 있는데, 미얀마 쪽 영향을 많이 받은 듯한 느낌이 팍 드는 곳입니다.
그 건너는 옛 비행장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라의 고향 미얀마 끝 마을에서 만났던 일본군 비행장과 많이 닮아 있어 일본군들의 솜씨인 듯 한데, 그런 기록은 어디에도 없습디다.
그 옆에는 제법 분위기 있는 카페와 세븐 일레븐이 있어서, 지내기에 크게 불편함은 없어 보이더군요.
아무리 촌이라도 이런 게 있어야 뭔가 느낌이 오잖아요?
그 앞에는 돼지와 닭고기 구이를 파는 집이 있는데, 나름 맛집인 듯.
오토바이를 타고 사러 오는 사람이 많네요.
우리도 저녁 거리를 여기서 준비합니다.
돼지 고기 삼겹살과 곱창 구이로.
호텔 아래쪽으로 내려 가보니 길가로 목조 주택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들어 옵니다.
이 지역 전통 양식인 듯 하네요.
전통 집들은 넓은 베란다가 좋아 보입니다.
이런 양식은 아래 층은 빈 공간으로 두는 것이 전통인데, 요즘은 벽돌로 막아 사용을 해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집은 드뭅니다만 이곳은 가끔씩 그런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집들이 제법 보이더군요.
마을 끝쯤에 제법 넓은 공간이 있고 우리 나라 서낭당 같은 건물이 있었습니다.
미얀마 정령 신앙인 '낫'을 모시는 곳이 아닌 가 싶었어요.
토속 샤머니즘 전통이 살아 있는 곳이에요.
분위기는 일본 신사나 우리 나라 서낭당과 아주 닮았어요.
그만큼 이 지역은 태국 주류 사회와는 거리를 두고 있다는 셈이네요.
돼지 고기 외에 죽순으로 만든 국하고 해서 저녁 거리를 준비해 호텔로 돌아 옵니다.
호텔 로비에는 제법 많은 아이들이 호텔 주인에게 영어를 배우고 있습디다.
여기에도 영어의 열풍이 불었나요?
호텔 주인에게 물어 봅니다.
호.
영어 교사 생활을 오래하고 퇴직했다는군요.
나이는 올해 57세.
아마도 일찍 교사 생활을 시작했나 봅니다.
나중에 구글에서 찾아 보니 호텔을 추천한 사람이 이 주인에 대해 많이 올렸더군요.
친절하고 노모를 지극 정성으로 공양한다는.
정말 그렇더군요.
처음에는 무뚝뚝해 보이는데 아주 정이 많고 친절한 사람이었어요.
저녁이 되니 중간 기지로써 이 동네 역할이 커서인지 제법 많은 손님이 묵고 갑니다.
100 km 정도 더 가야 매싸리앙이라는 제법 큰 도시가 나오니, 험한 산길을 밤에 달리지 않으려고 여기서 쉬었다 가나 봅니다.
하긴 우리도 그랬죠.
도이 인타논 방면으로도 한참 더 가야 매짬(Mae Cham)이라는 동네가 나오니.
다음 도시까지 거리가 너무 길어 중간에 자르려고 선택한 동네 쿤염.
조용하고 정감있는 동네였습니다.
이런 곳에 한국인이 찾아 올까 싶은 데 아주 가끔씩 묵어 가는 한국인이 있다네요.
다음에는 이 동네 별난 구경거리를 추가로 소개해 드리지요.
정말 의외인 별난 구경거리가 이 마을에 있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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