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2

[치앙라이] 행복과 불행 사이

정안군 2016. 5. 31. 14:07



집에 오다.


라운지 두 곳을 거치면서 나름 럭셔리 이동을 마치고 치앙라이 우리 집에 잘 도착을 했습니다.

치앙라이 매파루앙 공항에서 한국 식당 코리아나로 이동하여 곰탕으로 맛있게 저녁까지 먹고요.


어둠이 깔린지 한참 되어서 두 달 동안 주인이 없었던 집은 한 눈에 보기에도 좀 거칠었어요.

마당 풀은 본격적인 우기 시작을 알리는 듯 호랑이가 새끼를 키울 정도.


하지만 드라마는 그 뒤 시작합니다.

정말 각본 없는 드라마.

 

 

 

불행의 시작


집사람이 먼저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 나오는 외마디 소리.

"여보, 전기가 안 들어 온다"

잉?

그 순간 전기료가 밀리면 전선을 끊어 버린다는 소리가 머리를 울립니다.

대문 근처 전기가 들어오는 선을 확인하니, 없네요.

없어요.

전기 계량기가.

그것만이 아니고 바로 옆에 있는 수도 계량기도 같이 없습디다.

망했다.

전기와 물이 쌍으로 끊겼군.


집에 와서 온 행복감은 그걸로 끄~~~ㅌ.

불행이 시작됩니다.

 

 

 

이상 상황은 그것만이 아니었어요.

자동차도 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커버를 쒸워놓고 간 것 같았는데, 커버는 어디로 갔는지 자동차가 몸체로 반갑다고.

아니 깝데기 어디갔어?


우리를 집까지 데려다 준 분이 언젠가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커버가 날라 갔을 거라고 하시더군요.

이거야 원.

그런데 다행이 불행만이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죽으라는 법은 없다.


커버를 찾으려고 뜰안에 들어 가보니 흐미한 어둠 속에 망고가.

작년부터 달리던 망고가 엄청나게 달렸어요.

그 난리 중에도 망고가 행복하게 합니다.

그래, 죽으라는 법은 없지.


아무튼 집으로 들어 와서 비상용으로 두었던 자전거 여행용 해드 렌턴으로 불을 밝히긴 했는데.

이거 심난합디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아무튼 희미한 불빛 아래서 대충 정리를 마칩니다.

무더운 날씨이고 하루 종일 이동하느냐 피곤해서 좀 씻으면 좋겠는데, 물이 안 나오니.

그래도 다행인 것은 생수는 가지 전에 남은 게 있어서 먹을 물 걱정은 없었어요.

죽으라는 법은 없다니까요.

아무튼 자려고 해 보는데.

그게 쉽지 않더군요.

여기 시간이 10시이고 한국과 시차가 두 시간이 나고 몸은 아침까지 기억된 한국 시간 자정으로 인식이 되었겠죠?

그러니 잘 시간을 놓쳤고 더워서 잠이 오질 않는데, 환상의 삼 단 콤보가 완성됩니다.

마지막 조합, 모기.

모기의 등장입니다.

엥 소리와 함께 몇 방 물리니 도저히 잘 수가 없어서 아래 층으로 내려 오니 좀 시원하긴 했어요.

그런데 다시 등장하는 모기 아줌마.

환장할 지경입니다.

집사람은 근처 호텔로 가서 하룻밤 자자고 하는데, 이게 영.

그래도 그냥은 잘 상황이 도저히 아니라서 마트로 모기향과 모기 스프레이를 사러 갑니다.


그게 여기 시간 10시 40분.


아무튼 사서 뿌릴 곳은 뿌리고 모기향을 피워 놓으니 좀 상황이 나아집니다.

으쉬, 니들 다 뒤졌스.


그렇게 밤이 깊어지니 밖에서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합디다.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갔습니다.

신고식을 톡톡히 한 밤이 지나고 새벽이 찾아 옵니다.


시차가 나니 여기 시간 5시 반에 눈이 번쩍 떠지고, 그 때부터 어제 어두워서 하지 못한 정리를 시작하네요.

제일 심각한 것이 냉장고 안의 상황이었어요.

집사람이 정리를 하는데 냄새가 파리들 기준으로 환상이라서 동네 파리들이 이른 새벽부터 우리 집으로 출동하더군요.


아무튼 대충 정리를 마치고 온천에서 몸을 잘 씼고는 임무 수행에 나삽니다.

우선 급한 게 전기.

PEA 반두 전기 사업소에 가서 밀린 전기료를 내고 일부러 우리 집에 찾아 오셔서 계량기를 떼신 분의 수고비까지 같이 냅니다.

언제까지 다시 연결해 줄래 하고 물으니 오후 6시에 해 준다네요.

안 돼.

낮에 어떻게 지내라고.

웃으면서 계속 일찍 해달라고 조르니 총 책임자가 등장합니다.

"뭐가 필요하셔? 나 영어 잘 못하니 쉽게 말해 보셔"

다시 사정 이야기를 하니 다음에는 잊지 말랍니다.

알았슈.

담당자와 상의하더니 오후 1시 어떠냐고.

좋지요.

한 서류를 내주며 전화 번호를 쓰랍니다.

썼죠.

이름은?

"KIM"

"이름이 KIM이여?"

"그려"

"한국사람?"

그렇다고 하니 자기도 이름이 킴인 아는 한국 사람이 있다는군요.

누구냐고 하니.

"응, 김정은"

김... 정... 은...

 

다음은 TOT에 가서 인터넷 다시 연결, 그 다음은 수도 사업소.

 

그것으로 큰 일은 다 마쳤고 기다리면 되었지요.

우선 전기가 오전 11시 경 연결.

전기가 들어 오니 인터넷도 끝.


그 다음은 물인데, 전기가 들어 오니 비상용 물 탱크에 담겼던 물을 쓸 수 있었고 또 뒷집 아줌마가 자기 수도에 호스를 연결해서 쓸 수 있게 해 주어 큰 불편은 없었어요.

물은 오후 7시에 연결이 되어 비상 상황이 해제됩니다.

 

이렇게 해제가 되었으니 불행은 끝이고 다시 행복을 느끼면 됩니다.

 

 

다시 찾아 온 행복감.


작았던 뽕나무는 이제 제대로 크기 시작했고요.


 



우리 집 마당에 있는 잭푸르트는 아주 대형이 되어 있었어요.

 

그게 다음 날 정원사 손을 거치니 이런 나무로.

좀 심했죠?


 

 

한창인 피고 지는 리라와리.

 

 

거기에 내 사랑 리치.

킬로에 30밧을 주고 사 왔는데 아주 맛있는 종자는 아닙디다.

이제 리치 맛을 감별할 수 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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