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라이 교통국(콘송) 근처에서 농업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10월 24일부터 27일에 걸쳐서 열리는 이 행사는 근처에 이를 아는 이도 별로 없고, 장소도 외진 곳에 있어 뭔가 자기들만의 행사인 듯 보이네요.
아무튼 이 행사에 한국에서 오신 몇 분들이 딸기와 친환경 농약을 가지고 참가를 하셔서 그 인연으로 우리도 가 보게 되었어요.
마침 간 날이 시작날이고 이른 시간이라서 World Food Day라는 이름으로 개막식이 막 열리려 하고 있었습니다.
시작 전에 도착한 우리는 미리 여기 저기 둘러 보았는데, 행사장은 두 곳으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
한 곳은 전시장이고, 다른 한 곳은 매장인데 두 곳 다 큰 구경거리는 없었습니다.
행사장은 벼농사에 대한 것과 뽕나무 그리고 한국인들이 전시한 딸기 그 외에 멜론이라든지 몇 가지가 있었으나 뭐 그저 그랬네요.
그래도 좀 소개를 해 보죠.
일단 누에에서 나온 고치로 실을 만들어내는 과정.
특이할 것은 없으나 누에가 우리 나라 누에와는 많이 다릅니다.
우리 나라 누에가 더 짧고 통통해 보이고 태국 누에에서 보이는 중간 검은 띠도 없죠.
고소한 맛의 자존, 마카데미아도 있었습니다.
우리도 도이창 지역에서 사 와 먹은 적도 있었어요.
그리고 이 동네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커피.
깨어 종아컵에 담아 놓은 달걀.
오른쪽 선명한 게 친환경 유기농인가 했더니 색이 덜 짙은 오른쪽 거라네요.
그 사이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일단 국왕에 대한 애도 시간.
그리고 잘 난 사람들 축사가 이어지는데, 영어로 신나게 떠드시는 분이 계셨어요.
한국인이라더군요.
누군가했더니 유엔 산하 FAO(국제 식량 기구)에서 나왔답니다.
나중에 확인을 해 보니 Kim Jong-jin(김종진)씨라는 분이더군요.
유엔 사무총장이 한국인이라서 덕을 좀 봤을까요?
어쨌든 유엔 식량 기구에서 관심을 갖는 행사인 듯 합니다.
그 외에 태국 농림부 장관과 치앙라이 주지사, 계엄사령관 등 꽤 빵빵한 사람들이 참석을 하였습니다.
행사 중에는 당연히 그들이 앉아 있는 곳은 갈 수가 없습니다.
물론 간다고 해도 내가 앉을 자리도 없고요.
그런데 행사가 끝난 뒤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들이 앉았던 자리에 앉아도 뭐라는 사람은 없었어요.
그러고 보면 그들이나 나나 시간차를 빼면 다를 게 없어요. ㅎ
마저 구경을 더 합니다.
아카, 리수, 몽, 따이 야이 족 등 소수민족들이 운영하는 음식 코너가 있습니다.
제공되는 음식은 모두 꽁짜. ㅎ
산에서 거친 음식을 먹고 사는 이들은 역시 친환경 소재에 맞는 음식을 내 놓았네요.
전시장 구경을 마치고 옆 매장에 가 봅니다.
하지만 사실 크게 새롭게 와 닿은 것은 없었어요.
야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입니다.
오디를 파는 곳이 있네요.
살까 말까 하다가 사지 않고 다음 날 사러 갔는데, 전 날 팔려고 가져 온 곳이 다 물렀다고 그냥 가저 가라고.
후후.
역시 공짜는 아름답습니다.
그걸로 잼을 만들었습죠.
오늘 좀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화도 났고 속이 다 풀리기도 한.
언제부터인가 차 에어컨이 시원찮아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갔더니 수리하는 데 삼 일이 걸린다 하더군요.
그게 삼 일 전이었습니다.
차가 없으면 여러 가지로 불편한지라 그 동안 렌트카를 썼고, 오늘 차를 찾으러 갔습니다.
수리가 끝난 우리 차는 이것 저것 손 보아 에어컨 성능도 좋아졌고 세차까지 말끔히 해 놓아 기분이 상당히 좋았습니다.
물론 생각지 않았던 렌트비에 차 수리비가 나가 속이 상하긴 했지만 그저 좋게 생각하기로 했지요.
그런데.
문을 열자 차 조수석에 낯 익은 게 놓여 있었습니다.
우리은행 발행 EXK 카드하고 집 사람이 몇 일전 온천에서 누가 훔쳐 갔다고 난리친 아이폰이었어요.
으잉?
아이폰도 기가 막히지만, 카드를 보니 확 돌아 버리겠더라고요.
언젠가 아내는 그 카드가 없어졌다고 난리를 치면서 내가 돈을 찾고는 ATM에 넣은채로 그냥 왔다고 나를 엄청나게 닥달했거든요.
나는 그런 기억이 없다고 하나 이미 아내는 나를 치매 환자 쯤으로 단정을 하고는 그 뒤로 돈도 내가 못 찾게 했었어요.
이거야 원.
그런데 그 카드가 짠하고 등장한 겁니다.
돌아간 꼴을 보니 아내가 차 안에서 카드를 흘려 차 안 어딘가에 박혀 있다가 서비스 센터 직원이 차 안을 청소하면서 찾아 놓은거죠.
누가 훔쳐 갔다는 아이폰도 마찬가지일테고요.
그래 놓고 치매 환자 취급을 하고 나는 그런 환자로 당했으니...
나는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데 아내는 다시 나타난
아이폰 소리만 하고 있더군요.
물론 그것도 괜히 온천에서 누가 훔쳐 갔다고 난리를 떨어댔으니 할 말이 있지만 어디 카드에 대겠습니까?
생사람 잡았으니 미안하다고 해야 되는 게 아니냐고 소리를 지르니 그제서야 미안하다고.
화가 무지 많이 났지만 앞으로 계속 밥 얻어 먹으려면 그냥 그걸로 말아야죠. ㅠㅠ
이런 일이 있으니 억지 누명을 쓴 사람이 얼마나 억울할지 쬐끔은 알겠습디다.
이렇게 밝혀지기나 하면 그나마 낫겠지만.
이 글 읽으시는 분 중에 혹 아내가 뭘 잃어 버리지 않았냐고 닥달 당하는 분이 계시면 일단 차 안을 샅샅이 뒤져 보시길.
그 차 안에 뭔가가 처 박혀 있을지도 몰라요.
뱀발.
사진은 좀 정리를 해야 하는데 당최 시간이 안 날 것 같으니 그냥 알아서 챙겨 보세요.
요즘 막장 시국 드라마 시청 땜시 영 바쁩니다. 죄송.
그나저나 박근혜는 요즘 뭐하고 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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