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에서 도서관에 가려면 호수가 나옵니다.
그 호수가 몇 번이나 소개해 드린 농부어(Nong Bua) 호수입니다.
호수를 끼고 완쪽으로 돌아도 되고 오른쪽으로 돌아도 되는데, 주로 왕비 정원을 통하는 오른쪽 길을 택합니다.
그 쪽이 차량 통행도 없고 훨씬 더 분위기가 좋으니까요.
가다 보면 '왓 빠어(Wat Pa Or)'라는 절이 나옵니다.
호수 쪽이 절 후문 쪽인데 높은 굴뚝이 달린 조그만 건물이 담 안쪽으로 보입니다.
화장장입니다.
죽어 한 줌 재로 돌아가는 곳.
그걸 보면서 늘 오늘 하루도 소중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오늘은 어제 죽은 사람이 간절하게 더 살기를 원한 다음 날이었음을 기억하면서.
절 후문 건너 호수가에는 허름한 시설물이 있습니다.
그곳이 방생도 하고 공식적으로 물고기에게 밥을 주는 공간입니다.
절이 근처에 있으니 다른 곳과 분위기가 다른 가 봅니다.
건너편쪽에서는 낚시를 하지만 이 부근에서는 절대 낚시를 하지 않습니다.
암묵적으로 그렇게 합의를 한 듯.
보통은 그냥 지나가곤 하는데 오늘은 한 번 들어가 봅니다.
쿵 쿵 발자국 소리가 나자 훈련된 물고기들이 모여 듭니다.
조건 반사 실험을 마친 놈들이라서 반응이 빠릅니다.
와.
크네요.
엄청난 물고기들이 모여 듭니다.
이 친구들, 밥을 기대하며 모였겠지만 줄 밥이 없어 조금은 미안합니다.
허나 잘 먹어서 살이 통통하게 찐 놈들이라서 미안함이 덜 합니다.
왕비 정원으로 들어 오면 노란꽃이 만발해 있는 아름다움이 있습니다.
영어로 Yellow silk cotton tree의 꽃입니다.
뚝 떨어져 길 가에 흩어져 있는 모습을 보면 예쁘다기 보다는 처절하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왕비 정원.
아침이면 물안개가 오르고 물새들의 소리가 나곤 하는 참 평화스런 곳입니다.
오후 해질 무렵 아니면 거니는 사람도 없고 정원에 물주는 스프링쿨러 소리만 요란하지요.
호수가에는 호수안에서 수영도 하지 말고 낚시도 하지 말고 술도 먹지 말고 또 말고 이런 경고판이 서 있습니다.
모든 생물체를 포획하지 말라고도 써 있구요.
하지만 호수 건너편에는 젊은이들이 저녁이면 술도 무지 먹고 낚시도 많이 하고 배를 타고 고기를 잡기도 합니다.
그러니까 호수에는 보이지 않는 선이 그어져 있는 셈이죠.
이쪽은 청정 구역, 저쪽은 속세인가요?
살면서 뭔가 허전하여 누군가에게 뭔가를 주고 싶을 때 왕비 정원으로 오시기 바랍니다.
정원도 거닐고 고기에게 밥도 주시고 화장장 굴뚝도 한 번 보시고 하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시길.
사실 인생 뭐 별 거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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