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크리스마스 선물로 빵을 전달하러 간 이후로 약 두 달만에 코끼리 마을 루암밋을 방문합니다.
물론 코끼리 타러 간 것은 아니고 루암밋 마을에 있는 라후 어린이 센터가 목적지.
오늘은 학용품 전달 및 특식 제공과 관련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센터 안에 들어서니 누굴까 내다 보던 아이들이 우리 부부인 걸 알아 보고 반갑다고 인사를 합니다.
우리도 같이 인사합니다.
어보우자.
아이들과 같이 지내는 개들과도, 어보우자.
센터 안에는 부자 관계라는 개 두 마리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합니다.
옛날 센터에서 봉사할 때 있었던 동네 깡패 개 보비가 생각납니다.
대장으로 지내다가 나에게 그 자리를 빼앗겼던 놈.
확실히 태국은 개 친화적 나라입니다.
센터도 예외는 아니고요.
박목사님과 같이 주일 예배를 드립니다.
주일이라서 라후 전통복을 입은 아이들이 제법 됩니다.
예배는 라후어로 찬양하기.
그리고 교독문, 성경 봉독 등입니다.
물론 모두 라후어로 진행합니다
교회에서 찬양이나 성경에 쓰이는 라후어는 알파벳으로 표기되어 있어 대충 읽을 수는 있지만 무슨 뜻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단지 예수나 크리스트와 같은 표기만 알 수 있지요.
찬양할 때는 죄다 일어 섭니다.
몇 번을 그러더군요.
앉았다 일어서기.
에구, 힘들어.
10시 반에 시작한 예배가 설교를 듣고 축도로 예배를 마치니 대략 11시 30분.
한 시간 정도 걸렸군요.
예배 후 시상이 있습니다.
빠른 태국어 습득을 위해 태국어로 일기 쓰기를 하는데, 잘 쓴 어린이에게 상을 주는 것.
상품은 내가 한 선교사에게 기증받은 학용품입니다.
학용품을 내가 센터에 기증했다고 시상을 직접 하라고 하시네요.
우선 우수상, 거의 1/3 정도가 받습니다.
다음 장려상, 나머지 중 2/3 정도가 받습니다.
못 받은 어린이는 1학년들이라네요.
아직 태국어를 능숙하게 쓸 정도가 못 되었답니다.
그 아이들에게도 상품.
그래도 모두 다 받았습니다.
격려 한 마디 하라고 하시네요.
해서.
여러분, 태어나서 배운 말이 아닌 다른 언어를 배우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도 여러분은 태국에서 살아야 하니까 태국어를 열심히 배워야 합니다.
열심히 태국어를 배워 남을 도울줄 아는 훌륭한 사람이 되세요.
하지만 절대로 라후어를 잃어 버리면 안 됩니다.
이 정도로 말합니다.
점심은 특식입니다.
믿음 선교 아빠인 박선교사님 부부가 준비한 돼지고기 두루치기.
양념은 미리 해 오셔서 불에 익히기만 합니다.
맛있는 냄새가 신나게 나는군요.
신나는 식사 시간.
아이들이 너무 너무 맛있게 먹습니다.
여섯 번을 다시 받아 먹은 아이들도 있다네요.
먹고 또 먹고 그리고 또 먹고.
기쁘기도 하지만 좀 마음이 짠합니다.
센터 아이 모두가 산마을에 살 때 제대로 먹지도 못한 탓에 영양 상태가 좋질 못해 우리나라 아이들처럼 크지 못하고 모두들 조그만합니다.
키와 몸무게가 쑥쑥 늘도록 적어도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이라도 이런 특식을 주면 너무 좋을 텐데.
안타깝습니다.
오늘 충분히 식사할 수 있도록 제공해서 먹고 먹고 한 탓에 식사 시간이 최고로 길었습니다.
우리도 같이 맛있게 먹습니다.
그러다가 생각을 해 보니 우리가 센터에 올 때마다 맛 있는 것을 가지고 오면 아이들이 우리 부부만 보면 침을 흘리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이.
조건 반사하면 생각나는 이름이 파블로프인데, 우리가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 하는.
아무래도 좋습니다.
우리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 주면 뭣이 중요하겠어요.
식사 뒤에는 아이들 체격 검사를 합니다.
키와 몸무게 그리고 의사 검진.
박 목사님 딸이 미국에서 의사로 있는데 휴가 차 방문을 한 덕에 아이들이 제대로 된 검진을 받습니다.
아이별로 건강 기록부를 만들어 자기가 성장하는 과정을 알 수 있게 했군요.
아이들은 작기도 하지만 몸무게도 참 적게 나갑니다.
6학년이 보통 20 kg 정도 나갔다고.
그 정도는 우리 애들은 유치원 다닐 때 몸무게였습니다.
두 시 반쯤 일정을 끝냅니다.
이후는 신입생 학부모 면접이 있다네요.
올 입학할 아이는 12명.
여기 센터를 거쳐 간 아이들이 결혼해서 그 자녀가 다시 온 경우가 이제는 많답니다.
그 중 한 학부모가 떡을 선물로 가져 왔습니다.
그 엄마를 보니 어린 티가.
애가 애를 낳았네요.
어쨌거나 찹쌀을 쪄서 떡으로 만들어 바나나 잎으로 싸서 가져 왔습니다.
마음이 참 예쁘지요.
솔직히 산에는 아무 것도 없어서 선물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초임 교사 시절 산촌에 사시던 한 학생 할머니가 박카스 한 병을 손수건에 싸 가지고 오셔서 담임 선상님이라고 나에게 주시던 생각이 납니다.
그 시절 그게 얼마나 눈물나게 고맙던지...
일정을 마치고 떠납니다.
대문 앞에 모여 놀던 아이들이 우리를 보고 큰 소리로 인사를 합니다.
어보우자.
그래, 어보우자.
또 보자 얘들아.
그렇게 보람찬 하루를 마칩니다.
뱀발)
이 글을 읽는 분 중에서 아이들에게 한 번 쏘실 분 있으면 연락주세요.
재료비만 내시면 우리가 요리는 하지요.
빵, 돼지 고기 파티, 모두 좋습니다요. ㅎ
하지만 피자, 떡볶이 이런 건 별로입니다.
촌놈들이라서 그런 걸 본 적도, 먹어 본 적이 없어서리. ㅠㅠ
아이들은 60명 정도이고, 드는 비용은 한국 물가를 기준으로 해서 1/3 정도로 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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